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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울산공단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명절 귀성 수단은 회사 통근버스였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는 수십 대의 통근버스가 전국 각지로 출발하기 위해 본관 앞에 장사진을 쳤다. 선물 꾸러미를 양손에 든 근로자 부부가 색동옷 입은 아이들을 데리고 간부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는 장면은 명절 단골 풍경이었다. 요즘은 통근버스가 거의 사라졌다. 자가용 급증 탓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경영 합리화를 내세워 통근버스를 없앴다. 관광버스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울산의 관광회사들이 운영 중인 관광버스는 주말과 휴일에는 관광객을 태우지만 평일에는 통근버스로 활용된다. 울산의 26개 관광회사에 소속된 관광버스 940대 대부분이 관광과 통근버스를 겸한다고 울산시는 밝혔다. 기사들은 휴일 밤늦게 관광지에서 울산으로 돌아와 세차장에 차를 맡기고 쪽잠을 잔 뒤 새벽에 나가 근로자를 출근시켜야 하기에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지난달 13일 경부고속도로 언양 갈림목에서 10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낸 태화관광 소속 기사 이모 씨(48·구속 중)도 마찬가지였다. 이 씨는 사고 당일 오전 서너 시간 동안 관광버스로 근로자들을 출근시킨 뒤 대구공항으로 가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울산으로 돌아오다 사고를 냈다. 관광객이 두 시간 늦게 입국한 데다 다음 날 새벽 근로자를 통근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과속(제한속도 시속 80km인 곳을 108km로 주행)과 무리한 끼어들기를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번과 같은 대형 참사의 1차 책임은 운전사에게 있다. 하지만 과로에 시달리는 버스 기사들을 관리하는 관광회사 측의 과오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속 빈 강정’이었다. 관광회사를 두둔한다는 인상마저 풍겼다. 서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구성한 울주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수사 결과를 통해 태화관광 대표 이모 씨(65)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운전면허가 정지된 권모 씨(56)를 기사로 고용했다는 것. 이번 사고와는 무관한 것으로 입건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이 회사가 보유 중인 관광버스 68대 가운데 8대는 시속 110km가 최고인 속도제한장치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이를 빼고 발표했다. 관광버스 4대도 편법으로 증차한 사실도 드러났다. 태화관광 소속 버스 기사 박모 씨(54)는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9%의 상태로 지난달 29일 오전 7시경 울산 공업탑 로터리에서 버스를 운전하다 음주단속에 걸렸다. 참사 발생 17일 만에 기사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면 태화관광의 기사 안전교육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특별 점검에 나서는 기관은 하나도 없었다. 태화관광에 대해 경찰은 원점에서 재수사해야 한다. 울산시도 ‘4대 감차’ 행정처분만으로 끝내서는 안 되고 다른 위법 사실이 있는지 특별 점검을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부당노동행위 여부에 대해 근로 감독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안전제일 으뜸울산’이라는 울산시의 비전에 시민들이 공감하지 않겠는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울산에 ‘산업 명장(名匠)의 길’이 탄생했다. 산업 명장의 길이 조성된 곳은 울산 남구청 사거리부터 뉴코아아울렛 사거리까지 길이 535m, 너비 20m의 ‘왕생이길’이다. 이곳에는 ‘산업수도’ 울산 발전에 기여한 울산 출신 산업 명장 175명의 동판 핸드 프린팅이 인도 바닥에 설치돼 있다. 175명은 해당 직종에서 15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 보유자 가운데 고용노동부에서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장’ 44명과 대기업 10년, 중소기업 5년 이상 종사자 가운데 품질 향상에 기여한 현장 근로자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선정한 ‘국가품질명장’ 131명이다. 남구는 지난해 9월부터 총 52억 원을 들여 역사와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사람 중심의 특화거리로 왕생이길을 만들어 최근 완공했다. 이 길에는 도로 한가운데 다양한 가로수를 심고 가로수 사이에 벤치를 설치했다. 또 전선과 통신선을 지중화하는 등 사람 중심의 도로로 조성했다. ‘왕생이’라는 지명은 예로부터 왕이 탄생할(王生) 들판이라는 의미의 ‘왕생이들’에서 나온 말로 현재의 울산 남구 삼산동, 달동 일대다. 왕생이들은 ‘두 줄기의 큰 강과 세 봉우리의 풍광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라고 해서 ‘이수삼산(二水三山)’이라 불린 곳이다. 남구는 중앙보도를 기점으로 양 방향의 차로를 이수, 세 곳의 중앙 보도를 삼산의 의미로 디자인했다. 중앙보도는 왕생이 설화를 테마로 한 왕생혈(王生穴) 상징물과 과거 삼산평야의 갈대밭을 형상화한 발광다이오드(LED) 갈대 조형물을 설치해 상징성 있는 가로경관을 연출했다. 산업 명장의 길 입구에는 ‘이곳의 혈은 왕이 탄생할 곳이니 한 분야의 명장이 곧 왕이로다. 이곳을 산책하는 모든 이가 명장의 기를 받아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길 기원한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품질 명장인 LG하우시스㈜ 한종복 씨(57·울산 울주군 온양읍)는 “명장들에 대한 울산 남구의 각별한 관심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산업도시 울산의 명장으로서 울산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는 산업 명장의 핸드 프린팅이 설치된 왕생이길을 울산의 특화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사단법인 대한민국명장회(회장 최창묵) 등은 산업수도 울산을 만들기 위해 장인정신으로 묵묵히 산업 현장을 지켜온 수많은 근로자와 각 산업 분야에서 최고가 된 명장을 기리는 ‘산업 명장의 길’ 조성에 감사의 뜻을 전해 왔다고 남구는 밝혔다. 남구는 왕생이길 일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인근 분홍공원 지하에 차량 11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내년 6월까지 조성할 방침이다. 왕생이길과 이어지는 남구청 사거리에서 북쪽 남울산우체국까지 400m 구간도 2012년에 디자인 특화거리로 조성했다. 서동욱 남구청장은 “울산이 ‘산업수도’로 불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역군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이들의 노고를 후대에 길이 전하기 위해 산업 명장의 거리를 조성했다”고 말했다.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지난달 13일 승객 10명이 숨진 울산 관광버스 사고는 과속과 끼어들기, 안전시설 미비 등이 부른 참사로 밝혀졌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31일 사고를 낸 버스기사 이모 씨(48)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태화관광㈜ 대표 이모 씨(65)와 현대건설 현장소장 이모 씨(49) 등 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사고 버스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1차로를 시속 108km(제한속도 80km)로 달리던 중 무리하게 2차로로 끼어들다가 도로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버스 오른쪽 앞 타이어와 연료탱크가 파손됐다. 버스는 60m가량을 더 나아가다 차량이 오른쪽으로 기울며 2차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2차 충돌 후 90m를 더 진행하던 버스는 언양 갈림목을 500m가량 남겨둔 곳에 멈췄고 누출된 기름에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버스기사의 과속과 무리한 끼어들기를 사고의 1차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초 버스기사는 타이어 펑크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태화관광 대표 이 씨는 2014년 6월 8일부터 7월 7일까지 한 달간 운전면허가 정지된 운전사 권모 씨(56)에게 버스 운행을 맡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이 회사가 보유 중인 관광버스 68대 가운데 8대가 시속 110km가 최고인 속도제한장치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하고 울산시에 통보했다. 사고가 난 경부고속도로 울산∼영천 구간의 확장공사를 맡고 있는 현대건설은 교통관리지침에 따라 중앙분리대와 차로 사이의 간격을 1.2m로 유지해야 하지만 30cm로 좁게 설치했다. 또 1m 이상 확보해야 하는 갓길도 70cm로 좁게 확보한 곳이 많았다. 최소 3.5m인 차로 폭이 3.4m인 곳도 있었다. 한편 서울시는 울산 관광버스 참사와 관련해 버스의 안전 규정을 대폭 강화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을 1일부터 시행한다. 대상은 서울시내를 운행하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공항버스 전세버스의 운전사와 운송사업자다. 새로운 규정은 △난폭운전 금지 △친절운행 준수 △승객의 합당한 요구 거절 금지 △정류소 외 정차 금지 △정류소 승하차 범위 준수 △교통불편 신고엽서 비치 △응급공구 비치 확인 △후륜 타이어 사용 금지 등 8개 항목이 담겼다.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운전사와 운수회사가 함께 처벌 받는다. 운전사에게는 유형에 따라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한다. 운송사업자는 과징금 120만 원 또는 일정 기간 운행정지 처분을 받는다. 다만 운송사업자의 경우 1년간 운전사의 개선 명령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건수가 전체 인가 대수 기준 10%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울산=정재락 raks@donga.com /강승현 기자공동기획: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최근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울산 관광버스 참사’의 사고 업체에서 사고가 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른 버스 운전자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30일 울산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태화관광 소속 버스 운전사 박모 씨(54)는 29일 오전 7시경 울산 남구 공업탑 로터리에서 45인승 통근버스를 운전하다가 음주단속에 걸렸다. 당시 박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9%였다. 박 씨가 소속된 전세 관광버스 업체 태화관광은 13일 경부고속도로 언양 갈림목에서 10명이 사망한 사고를 낸 회사다. 이 사고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것이다. 자칫 또 다른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박 씨는 인근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출퇴근 때 이용하는 버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당시 이 버스에는 발전소 직원 5명이 타고 있었다. 박 씨는 전날 제사 후 음복으로 마신 술이 다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부고속도로 언양 갈림목 관광버스 교통사고를 수사 중인 울산 울주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한 수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가 태화관광과 한국도로공사에 통보됐으며 위법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태화관광의 이모 대표(73)와 경부고속도로 울산∼영천 구간 확장공사를 담당하는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도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경찰은 사고 관광버스 운전사 이모 씨(48)가 제한속도가 80km인 사고 구간을 106km로 과속을 하면서 무리한 끼어들기를 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울산시는 사고업체인 태화관광(총 68대 보유)에 4대 감차 처분 행정조치를 내렸다. 피해자 측은 태화관광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유족 측 송철호 변호사는 “현재 태화관광과 유족 간에 형사상 합의가 추진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 /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현대중공업이 국가자격 기능장 시험에서 역대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실시한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제60회 기능장 시험에서 직원 128명이 합격했다고 30일 밝혔다. 용접 부문은 전체 합격자 289명 가운데 30%가 현대중공업 직원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실시된 제59회 기능장 시험에서 현대중공업은 36명이 기능장에 합격했다. 현대중공업 LNG 공사부 박정모 씨는 100점 만점을 받아 전체 수석의 영예를 안았다. 또 사내기술교육원 최성용 과장이 금속재료 부문에서 기능장 취득에 성공해 4관왕(용접, 배관, 기계가공, 금속재료)에 올랐다. 군산공장 건조부 김성석 씨와 해양공사2부 정재용 씨도 각각 에너지관리 기능장을 따내며 기능장 3관왕(용접, 배관, 에너지관리)이 됐다. 도장5부의 추연광 씨 등 12명은 기능장 2관왕을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이처럼 기능장 자격 취득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회사가 기량 우수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등 기술인 우대 시책을 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후원으로 우수 기능인을 발굴하고 직원 기량을 높이기 위해 1981년부터 사내 기능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973년 창사 이후 국제기능올림픽에서도 금메달 47명을 포함해 모두 93명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명장 15명과 각 분야 기능장 300여 명 등 우수한 산업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대왕암 곰솔과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울산 시민들의 대표 휴식공간인 대왕암공원 내 곰솔을 지키는 사업이 추진된다. 울산 동구와 울산생명의 숲은 대왕암공원 곰솔 아래 풀과 낙엽을 치우는 정기 봉사활동을 주로 할 ‘대왕암공원 곰솔 친구와 결연 맺기 활동’을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대왕암공원에는 1980년대부터 걷어내지 않은 낙엽이 썩어 부엽토가 되면서 풀과 활엽수들이 자라 곰솔이 병들어 죽거나 잎이 누렇게 변하는 등 생육에 지장을 받고 있다. 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대왕암 송림 보존 연구용역’ 결과 곰솔 나무 아래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은 곰솔 보존 및 영양에 좋지 않아 걷어내는 것이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구는 이에 따라 울산생명의 숲과 함께 대왕암공원의 곰솔 아래 낙엽과 풀을 정기적으로 정비할 봉사단원을 모집한다. 소나무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전국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이번 곰솔결연봉사활동은 참가하고자 하는 가족과 개인, 단체, 기업 봉사팀의 수에 따라 정비할 곰솔 수가 정해진다. 문의 울산생명의 숲 052-277-8280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가급적 운동을 자제해 주세요.” 울산시가 느닷없이 시민들에게 운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울산시 체육지원과장이 직접 나섰다. 공공체육시설 운동장 52곳 가운데 44곳(85%)의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Pb) 등 유해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울산시 교육청 조사에서도 우레탄 트랙이 있는 79개 학교 가운데 73개교(92%)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울산 대부분의 우레탄 트랙 운동장이 유해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울산시와 시 교육청은 예산 부족으로 이들 우레탄 트랙을 내년에 교체할 예정이어서 시민들이 당분간 유해 중금속 성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6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와 구·군이 섬유 제품 등 유해성을 분석하는 F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해 6월부터 울산 공공체육시설의 우레탄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52개 시설 중 44곳에서 납과 6가크롬(Cr6+) 등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납은 장기 노출되면 발육과 학습장애, 기억상실 및 이해력 부족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성 물질이며 6가크롬은 돌연변이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성 물질로 분류돼 있다. 정부가 마련한 우레탄 트랙의 납 허용 기준치는 kg당 25mg, 6가크롬은 kg당 25mg이다. 조사 결과 납은 2002년 설치된 문수축구경기장 주경기장 트랙에서는 기준치의 20배인 kg당 1757mg이 검출됐다. 문수보조구장에서는 kg당 1803mg이, 2005년 설치된 종합운동장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트랙에서는 kg당 2173mg이 검출됐다. 범서구영 풋살 경기장에서는 납이 kg당 1만4800mg으로 164배, 6가크롬이 kg당 52mg으로 두 배 이상 초과 검출됐다. 6가크롬이 대암체육공원에서 kg당 113mg이 검출되는 등 함월구민운동장과 효문운동장 등 8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울산시는 이들 시설이 시민 건강 증진과 여가 활용 등을 위해 상시 이용되는 시설임을 감안해 사용 중지보다는 시민 안전 수칙 안내와 이용 자제 안내문을 부착해 사용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사전 협의에서 이들 시설 교체에 81억1600만 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 시민이 많은 울산종합운동장 보조구장은 국비(3억5800만 원) 지원이 확정돼 시비 등 모두 7억1600만 원을 추경에 반영해 우선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울산 지역 33개 인조잔디에 대한 유해성 검사 결과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이다. 또 공원, 녹지 등의 우레탄 시설에 대한 검사도 진행 중이다. 울주군 구영리 이모 씨(56)는 “납과 6가크롬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운동장에서 동료들과 땀을 흘리며 풋살 등 운동을 하고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라며 “울산의 대부분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수 없게 됐으니 시민 건강을 위해 우레탄 트랙을 빨리 교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교체가 이뤄질 때까지 불가피하게 이용해야 한다면 우레탄 트랙 위에 앉거나 직접 접촉하지 말고, 체육 활동 후 손발을 깨끗이 씻는 등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정재락기자 raks@donga.com}
“태풍 피해 이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일찍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시장을 찾아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25일은 울산 태화시장의 정기 5일장이다. 이 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62·여)는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연신 고맙다며 인사하기 바빴다. 울산시도 태풍 ‘차바’로 큰 피해를 입은 태화·우정시장 돕기에 발 벗고 나섰다. 울산시 허언욱 행정부시장 등 공무원들은 25일 오전 11시 40분부터 ‘태화시장 장보기 릴레이’ 행사를 열었다. 직원들은 시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뒤 시장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또 ‘일어나가! 태화·우정시장’을 주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홍보 캠페인도 전개한다. 앞서 울산시는 3월 전통시장지원센터 내에 ‘시장협업센터’를 설치한 데 이어 25일부터 울산장날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또 시장 상인회가 다음 달 5일 실시하는 태화·우정시장 재개장 행사에 맞춰 울산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할인행사와 연예인 초청공연, 온누리상품권 지급 행사 등 다양한 마케팅 행사도 지원할 계획이다. 차바로 200여 개 점포가 침수 피해를 입은 태화·우정시장은 현재 식당 등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전체 상가의 재개점 비율은 25일 현재 70%에 이른다. 태화시장 상인회 박문점 회장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상인에 대한 지원책이 미흡하지만 시민들의 성원과 지원에 보답하는 뜻에서 싱싱한 물품을 값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2016 한글문화예술제’가 28일 울산에서 개막된다. 울산 출신 한글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 탄생 122돌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한글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30일까지 3일간 다채롭게 열린다. 당초 7∼9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태풍 ‘차바’가 5일 울산 전역에 큰 피해를 입혀 연기됐다. 태풍 피해가 거의 복구된 이후 예술제가 열리지만, 수재민들의 아픔을 생각해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한다고 울산시는 밝혔다. 주요 행사는 아름다운 한글을 표현하는 ‘대한민국 멋 글씨 공모전’과 인류의 문자 생성과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 문자전’이 열린다. 또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재현하는 ‘한글 과거시험’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한글사랑 거리행진’ 등으로 꾸며진다. 개막식은 28일 오후 6시 울산 중구 성남동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다. 문화의 거리에서는 훈민정음과 독립신문 등 옛 한글을 대형 조형물로 표현해 한글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여 준다. 문화의 거리 갤러리에서는 한글 문방사우전 ‘책이 만들어진다’, 한글 서예작품 전시, 문화의 거리 작가들이 표현한 한글 작품전, 옹기에 담은 외솔 어록전 등 예술 형태로 다양하게 표현한 한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가수 박학기, 장필순, 자전거를 탄 풍경, 박시환 등이 참여하는 한글사랑 음악회도 열린다. 30일 문화의 거리 일원에서는 학생 200여 명을 비롯한 시민 500여 명이 참여하는 한글사랑 거리행진도 열린다. 울산 중구 동헌(東軒)에서도 어린이와 가족,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한글 행사가 열린다. 29일에는 어린이들의 한글사랑 합창제가 열린다. 30일 오전에는 외국인 대상 한글과거시험 재현 행사가, 오후에는 소설 ‘덕혜옹주’의 저자인 권비영 작가가 ‘작가와 함께하는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창작의 세계를 들려준다. 이 밖에도 전통 한지 체험과 한글 서예 체험, 한글 옷 꾸미기, 우리말 퀴즈, 책과 만나는 한글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린다. 외솔기념관에서는 ‘문자가 살아있다’는 주제로 문자들의 생성과 발전, 소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세계문자특별기획전시회가 다음 달 13일까지 열린다. 행사 기간(28∼30일)에는 동헌에서 외솔기념관까지 한글 타요버스가 무료로 운행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에서 한글 문화예술제는 국내 유일의 한글 종합예술제”라며 “올해 행사를 통해 울산이 한글문화 중심도시로 자리 잡고 ‘2017년 울산 방문의 해’를 널리 알리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의 생가는 2009년 9월 울산 중구 동동 613에 복원됐다. 생가 인근의 외솔기념관은 2010년 10월 문을 열었다. ‘우리말본’ 등 서적 1만여 권, 논설과 추모사 등 친필 원고 106건, 신문과 잡지 등 기고문 40건, 중등말본 등 선생의 저작 도서 29권, 우리말큰사전 6권 등이 전시돼 있다. 울산 중구는 선생의 고향 일원 40만 m²에 2018년까지 246억 원을 들여 한글교육 등을 위한 ‘한글마을’을 만들 계획이다.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울산시는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는 악취 모니터링 시스템의 악취감지기를 기존 3곳에서 5곳으로 늘려 공단 악취 대응체계를 강화한다. 감지기 확충지역은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남구 상개경로당과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등이 산재한 북구 문화예술회관 등 2곳이다. 기존 감지기는 태화강역과 야음변전소사거리, 온산 화산공원 등 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감지기가 수집하는 악취물질은 황화수소, 암모니아,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등 악취관리법상 지정악취물질 22종 가운데 대표적인 3종이다. 울산시는 이외에 무인 악취장비인 고정식 악취감지기와 악취포집기도 각각 5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 이동식 악취포집기 11대와 휴대용 악취측정기 및 포집기 6대 등 악취 관련 장비 34대를 운영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을 할퀴고 간 태풍 ‘차바’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고 있다. 19일 현재 응급 피해 복구율은 97%다. 하지만 농촌 지역에는 아직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는 자연재해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날 오전 울산 중구 태화시장. 이번 태풍으로 상가와 주택 등 200여 채가 침수된 이곳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말끔하게 정리됐다. 한 상가의 벽면 1.7m 높이에 남아 있는 물때만이 5일의 물난리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태화시장 상인들은 정기 5일장(20일)을 앞두고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차량 500여 대가 침수된 태화강 둔치도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태화강 둔치 축구장 4면에 30cm 두께로 쌓였던 진흙은 해병대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차량 900여 대가 한꺼번에 침수됐던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와 산업단지도 복구됐다. 이번 태풍으로 울산에서는 3명이 숨지고 1199가구, 267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시설 2만3663곳이 파손돼 1964억 원의 피해를 보았다. 지금까지 연인원 6만8000여 명, 4000여 대의 장비가 피해 복구에 투입됐다. 울산 중구는 피해액이 553억 원에 달해 울산에서 울주군(620억 원) 다음으로 피해가 컸지만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상의 피해액이 41억 원으로 기준치 75억 원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지 못했다. 상인들은 “시장 위쪽 함월산 중턱에 조성된 울산 혁신도시의 배수 시설 미비로 침수 피해가 컸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연재해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울산시는 침수 피해가 가장 컸던 태화·우정시장에 475억 원을 들여 배수 펌프와 유수지를 각각 2개 설치하고 길이 827m의 우수관로도 설치한다. 제방이 붕괴된 신명천과 보은천에는 374억 원을 들여 제방을 새로 쌓고 소규모 교량 18개를 건설한다. 회야댐과 대암댐의 홍수 조절 능력을 높이기 위해 1600억 원을 들여 수문을 설치하고 노후한 남구 삼산배수펌프장도 416억 원을 들여 교체한다. 배수장도 새로 건설한다. 이 밖에 무등록 소상공인 점포 207개를 포함해 침수 피해를 본 2072개 점포에는 한 곳에 100만 원씩 지원한다. 침수 주택에 대해서도 100만 원을 지원해 준다. 또 지하주차장이 있는 건물은 빗물 유입 방지 설비를 의무화하는 한편 배전 시설을 지상으로 옮긴다. 울산시는 재해 성금 모금 운동이 완료되면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 대책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김 시장은 “이번 수해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울산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울산 과학기술의 거점 역할을 할 울산과학기술진흥센터가 18일 울산 중구 혁신도시에 문을 열었다. 울산과학기술진흥센터는 150억 원을 들여 혁신도시 안 산학클러스터 5부지 5500m²에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로 들어섰다. 센터에는 현재 울산지역사업평가단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울산분원이 입주했다. 전자부품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력연구원, 전자·전기시험연구원, 원전기자재 부품연구원 등이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센터는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연구소에서 개발한 연구 성과의 확산과 기술이전, 사업화 업무를 수행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고삐 풀린 대형 차량들의 폭주가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빡빡한 운행 스케줄에 생계형 운전사라는 이유로 이들의 무법 질주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대형 버스는 시속 110km, 3.5t 이상 화물차는 시속 90km를 넘을 수 없도록 속도제한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운전사들은 이를 무력화하고 과속을 일삼고 있다. 18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하고 버젓이 차량 검사를 받다가 적발된 대형 차량이 올 들어 973대(9월 말 현재)에 이른다. 이미 2015년 한 해 동안 적발된 규모(472대)의 두 배를 넘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올 7월부터 9월 말까지 집중 단속을 벌여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한 버스와 화물차 3317대를 적발했다. 문제는 단속이나 검사 때 걸러지지 않은 불법 개조 차량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민 안전 위협 요소 대응·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2011년부터 올 4월까지 3.5t 이상 화물차 2만9606대가 시속 90km 이상으로 주행하다가 적발됐다. 대형 차량의 폭주 뒤에는 돈을 챙기는 대가로 안전을 무시한 정비업자들이 있었다. 18일 광주지방경찰청은 불법 개조 차량을 운전한 운전사 26명과 무허가 정비업자 4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비업자 오모 씨(35) 등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전세버스와 화물차의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하고 10만∼30만 원씩을 받았다. 적발된 버스 중에는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구단의 선수단 버스도 있었다. 운전사 손모 씨(59)는 2014년 선수단 버스 3대의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한 채 운행하다가 정기검사 때 원상 복구하는 수법으로 적발을 피했다. 속도제한장치 해제는 시간이 돈인 사업용 차량 운전사들에게 달콤한 유혹이다. 차량 검사소 주변에선 ‘엔진 출력 증강’ 등이 적힌 광고지를 쉽게 볼 수 있다. 10만 원만 주면 20분 만에 장치를 해제할 수 있다.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운수업체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인천의 한 전세버스 회사 관계자는 “차량 검사 때만 원상 복구했다가 다시 푸는 운전사들이 꽤 있다”며 “최근 단속이 심해져 조심하라고 당부는 하지만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0명이 숨진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참사가 일어난 지점도 제한속도가 시속 80km였지만 운전사는 20km 이상 초과해 달렸다. 경찰은 회사나 운전사가 사고 버스의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했는지 조사 중이다.박성민 min@donga.com / 광주=이형주 / 울산=정재락 기자}
세상을 떠난 울산 형제 공무원의 퇴직연금 전액이 모교 발전기금으로 쓰이게 됐다. 고 조광식(전 동구청 근무) 광명(전 울산시청 근무) 형제의 누나 등 유가족들은 17일 고인들의 퇴직연금 1억2496만360원을 모교인 현대고교에 기부한다는 의사를 울산시와 동구청에 밝혔다. 1969년생인 형은 1997년 7월부터 2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 8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1971년생인 동생은 1993년 8월부터 22년간 공직에 몸담다 지난해 3월 숨졌다. 공무원 퇴직연금은 당사자가 숨지면 배우자나 자녀(직계비속), 부모나 조부모(직계존속)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형제는 미혼이어서 배우자와 자식이 없는데다 부모님도 생존하지 않아 수급자가 없었다. 누나 등 유가족들은 이들 형제의 퇴직연금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 고인들의 모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현행 공무원연금법상 형제자매는 연금을 받을 수 없다. '공무원 퇴직연금 특례급여 제도'를 활용해 유가족은 기부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직계 가족, 배우자 없이 사망해 유족 중 연금 수급권자가 없을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의 금액을 기관장에게 지급해 기부 등 기념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족인 누나는 "동생들의 퇴직연금이 모교 후배들을 위해 사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고교는 기부금을 장애 및 불우학생 장학금과 풋살장 등 체육시설 설치, 교지 발간 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10명이 숨진 13일 경부고속도로 언양 갈림목 관광버스 화재 사고 때 차를 몰던 운전기사 이모 씨(48)가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탈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또 “타이어 펑크로 차가 2차로로 쏠렸다”던 진술을 번복해 차로를 바꾸기 위해 급하게 끼어들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경찰의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울주경찰서 수사본부는 “여행 가이드와 생존자들의 진술을 통해 운전기사가 불붙은 차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이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생존자들은 “운전기사가 소화기로 창문을 깨고 제일 먼저 나간 뒤 앞쪽에 있던 승객들이 탈출했다”며 “운전기사는 차량을 빠져나간 뒤에도 적극적으로 구호 활동을 하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도 “창문을 깨 먼저 빠져나온 뒤 ‘이쪽으로 탈출하라’고 고함쳤다”고 경찰에 진술해 가장 빨리 탈출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형법 18조에 따르면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버스 기사는 사고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보증인적 지위’를 지며, 이를 어기면 발생한 결과에 의해 처벌받는다. 경찰은 또 “현행법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 씨가 버스 출발 전은 물론이고 불이 난 직후에도 탈출용 비상망치의 위치 등을 승객에게 알리지 않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점을 일부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당초 오른쪽 앞 타이어 펑크 탓에 차가 2차로로 쏠렸다고 주장했으나 “울산 쪽으로 진입하려고 차로를 변경하려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앞서 경찰은 15일 사고 관광버스가 소속된 태화관광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차량 운행일지, 버스 기사 안전교육 관련 자료, 차량관리 기록 등이 담긴 문서와 컴퓨터 본체 등을 확보했다. 회사 측의 책임 유무를 가리기 위해서다. 피해자모임은 “이번 사고는 운전기사의 과실과 별도로 사고 경력자를 채용한 태화관광에도 책임이 있다”며 “태화관광 측이 처벌을 받지 않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밝혔다. 운전기사 이 씨는 음주, 무면허사고 등 12건의 교통 관련 전과가 있다.울산=정재락 raks@donga.com / 정성택 기자}

한편 15일 오전 11시경에도 경기 봉담동탄고속도로 봉담 방면 9.3km 서오산 갈림목 인근에서 트럭과 충돌한 후 갓길로 밀려난 고속버스가 가드레일과 가깝게 붙어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바람에 승객 28명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편도 2차로 중 1차로를 달리던 오모 씨(50)의 1t 트럭이 2차로로 급히 차로를 바꾸다 박모 씨(48)가 운전하던 고속버스와 충돌했다. 오른쪽 갓길로 밀려난 버스는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멈췄으나 출입문이 가드레일에 막혀 승객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유리창을 깨고 전원을 구조할 때까지 약 10분간 불안에 떨어야 했다. 현행법상 16명 이상이 타는 자동차는 2m² 이상의 강화유리만 설치돼 있으면 출입문 외에 차 왼쪽에 비상구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버스 업체들은 비상구를 만드는 대신 값싼 강화유리를 설치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울산=정재락 raks@donga.com / 정성택 기자}
‘안전에 예외는 없다’는 기본 원칙이 또다시 무시당했다. 13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 갈림목 근처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는 순식간에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유일한 탈출구인 출입문이 공사를 위해 설치한 대형 콘크리트 가드레일에 막혔기 때문이다. 유리창을 깰 수 있는 비상망치가 있었지만 컴컴한 버스 안에서 이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16명 이상이 타는 자동차는 차체 뒷면이나 왼쪽 면에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출입문을 열 수 없을 때 탈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기에 예외 규정이 있다. 일정 크기 이상의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있으면 비상구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버스 제조사들은 값비싼 비상구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 사고가 난 곳은 운전자들에게 이미 ‘공포의 도로’로 불릴 정도로 위험한 구간이었다. 사고 버스는 1차로에서 갑자기 2차로로 급하게 진로를 변경하면서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해당 구간(55.03km)은 경부고속도로의 마지막 미확장 구간으로 현재 왕복 4차로를 6차로로 늘리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2차로 바깥쪽에 공사를 위한 콘크리트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다. 사실상 갓길이 없어지면서 차로 변경 때 충돌 가능성이 컸지만 관광버스는 제한속도(시속 80km)를 초과해 과속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10명의 사망사고가 난 경부고속도로 언양나들목 인근 관광버스 교통사고는 도로 확장공사를 위해 설치한 갓길 콘크리트 가드레일에 일부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울주경찰서 최익수 서장은 14일 브리핑에서 "관광버스가 갓길 가드레일을 두 차례나 충돌한 뒤 가드레일에 바짝 붙어 정차해 불이 나면서 유일한 출입문을 막아버렸다"며 "이 때문에 미처 대피를 못한 승객 10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울산 T관광 소속 47인승 관광버스는 13일 오후 8시 반경 대구공항에서 승객 21명을 태우고 출발했다. 승객들은 중국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탑승객들은 울산공단 내 한화케미칼 퇴직자 부부 7쌍(14명)과 울산의 지인 4명, 가이드 1명, 그리고 중국에서 만난 2명 등이었다. 중국에서 만났던 2명은 집이 있는 대구 시내에서 하차하고 운전사를 포함한 20명이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울산으로 향했다.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한 지 40분이 지났을 때인 이날 오후 10시 10분경 관광버스는 앞차를 추월하기 2차로에서 1차로로 차선을 바꿨다. 버스는 갑자기 1차로에서 2차로로 급회전해 가드레일을 1차로 들이받았으며, 60m 더 진행하다 2차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버스는 2차 충돌 후에도 90m를 더 진행하다 언양분기점을 500여m 를 남겨둔 지점에서 멈춰선 뒤 약 5초 뒤 화염에 휩싸였다. 출입문이 가드레일에 막혀 열리지 않자 승객 10명은 운전석 뒤쪽 창문을 소화기 등으로 깨고 탈출했으나,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한 승객 10명은 현장에서 숨졌다. 고속도로 1개 차로의 폭은 3.6m로 규정돼 있으나 현장의 도로 폭은 3.5m였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공사를 위해서는 3.5m로 줄일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언양~영천 구간은 1960년대 건설된 경부고속도로 마지막 미확장 구간이다. 한국도로공사 언양영천 건설사업단이 8263억 원을 들여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에서 경북 영천시 봉촌동까지 총연장 55.03㎞를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 중이다. 2018년 12월 완공예정으로 현재 4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운전기사 이모 씨(49)는 "오른쪽 앞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나면서 차가 오른쪽으로 급회전하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 스키드마크가 없고 생존자들이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 날 때 나는 '펑' 소리를 듣지 못한 점에 미뤄 졸음운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차량 정비 불량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사고 버스는 올 2월 출고돼 총 주행거리는 6만8000여 ㎞였다. 사고 관광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49)는 1988년부터 올해까지 음주 무면허 등으로 총 12건의 교통 관련 전과가 있는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경찰은 이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숨진 10명 가운데 6명은 부부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진모 씨(72)는 현대자동차를 정년퇴직했지만 한화케미칼을 퇴직한 동생(61) 부부의 권유로 부인과 함께 참가했다가 부부가 함께 변을 당했다. 동생은 살았으나 부인은 숨져 형제 부부 4명 가운데 3명이 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13일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관광버스의 운전기사에게 12건의 교통관련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울주경찰서 최익수 서장은 14일 오전 브리핑에서 "사고 관광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49)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도로교통법 위반 9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3건 등 교통관련 전과가 총 12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음주와 무면허 운전도 포함돼 있으며 사망사고는 없었다고 최 서장은 덧붙였다. 이 씨는 2000년부터 울산 T관광회사에 운전기사로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사고 당일 오전에 4시간가량 출근차량을 운전한 뒤 오후 8시 반경 대구공항에서 탑승자를 태우고 울산으로 향하다 평사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어 다시 출발한지 40분 만에 사고가 났다. 경찰은 "이 씨에게 음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운전과실의 책임을 물어 이 씨를 긴급체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씨의 마약 투약여부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관광버스는 편도 2차로인 고속도로의 2차로로 달리다 추월하기 위해 1차로로 차선을 변경했다. 이어 갑자기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면서 도로와 공사장 분리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1차 충격했다. 이어 60m를 더 진행하다 가드레일을 2차 충격한 뒤 90m 더 달리다 차량에 불이 나면서 정차한 것으로 드러났다. 1차 충격 이후 화재 발생까지 총 150m를 더 달린 것이다. 사고가 난 구간이 포함된 곳은 울산~경북 영천간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고 차량은 올 2월 출고돼 6만8000㎞를 주행했다. 사고는 13일 오후 10시 11분 울산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에서 경주 나들목 방향 1㎞ 지점에서 발생했다. 탑승자는 울산공단 내 한화케미칼 퇴직자 부부 모임으로 중국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 중 10명은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이들 가운데 6명은 부부다. 나머지 10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다. 경찰은 운전사 이 씨와 부상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김영찬 씨(68)가 울산 중구 태화시장으로 이사를 온 것은 33년 전인 1984년 8월. 울산 토박이인 김 씨는 시장 내 상가 딸린 2층 주택으로 이사 와 상가 임대수입으로 별 어려움 없이 생계를 꾸려왔다. 주위에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했지만 최근 울산을 덮친 태풍 ‘차바’가 김 씨의 삶을 바꿔놓았다. 12일 출범한 ‘울산 태화시장 및 주변 피해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이 된 것이다. 자신의 주택과 임대상가 1층이 물에 잠겨 버린 김 씨는 “많은 비가 내려도 끄떡없던 태화시장이 이번에 물에 잠긴 것은 함월산 중턱에 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배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울산 혁신도시 시공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LH 규탄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태화시장 상인을 더 격분하게 한 게 또 있다. 하천 제방 붕괴 등 공공시설물이나 농경지 피해가 컸던 울산 북구와 울주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상가와 주택 차량 침수 등 사유재산 피해가 많은 중구는 제외된 것이다. 이들은 “태풍 직후부터 국무총리와 장관, 여야 정치인들이 뻔질나게 시장을 돌아다니며 ‘특별재난지역 우선 선포’ 약속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허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의 분노는 11일 폭발했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은 이날 오전 태화시장을 찾는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중구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피해 상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 등을 건의하기 위해 브리핑을 준비했다. 하지만 송 차관은 “봉사활동 하러 왔다. 브리핑은 울산시청에서 이미 받았다”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박 구청장은 “봉사활동은 우리가 한다. 차관께서는 현장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며 언성을 높였다. 상인들은 송 차관에게 “제발 살려 달라. 앞길이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30분 만에 자리를 뜬 송 차관을 향해 “생색이나 내려는 높은 양반들은 꼴도 보기 싫다”며 삿대질하는 상인도 많았다. 황당한 일도 있다. 홍수경보가 발령된 태화강 제방으로 황톳물이 넘실대던 5일 낮 12시경 태화강 둔치에 설치된 국토교통부 홍수통제소 전광판에는 홍수 관련 문구는 한 자도 없이 ‘119 안전문화축제’의 홍보성 광고가 한가롭게 나오고 있었다. 시민들은 “탁상행정 복지부동하는 공직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혀를 찼다. 태풍 ‘차바’는 70년 가까이 평범하게 살아온 김 씨를 ‘투사’로 만들었다. 본래의 김 씨로 돌아오게 하는 건 정부와 자치단체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