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탄 트랙 운동장에서 운동 자제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공공체육시설 85%서 중금속 검출… 납 등 유해성분 안전 기준치 초과
울산시 “예산 부족으로 내년 교체”

울산 중구 남외동 종합운동장 입구에 부착된 운동장 이용 자제 현수막. 이 운동장을 비롯한 공공체육시설 44곳에서 납과 6가크롬 등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울산신문 제공
울산 중구 남외동 종합운동장 입구에 부착된 운동장 이용 자제 현수막. 이 운동장을 비롯한 공공체육시설 44곳에서 납과 6가크롬 등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울산신문 제공
 “가급적 운동을 자제해 주세요.”

 울산시가 느닷없이 시민들에게 운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울산시 체육지원과장이 직접 나섰다. 공공체육시설 운동장 52곳 가운데 44곳(85%)의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Pb) 등 유해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울산시 교육청 조사에서도 우레탄 트랙이 있는 79개 학교 가운데 73개교(92%)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울산 대부분의 우레탄 트랙 운동장이 유해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울산시와 시 교육청은 예산 부족으로 이들 우레탄 트랙을 내년에 교체할 예정이어서 시민들이 당분간 유해 중금속 성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6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와 구·군이 섬유 제품 등 유해성을 분석하는 F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해 6월부터 울산 공공체육시설의 우레탄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52개 시설 중 44곳에서 납과 6가크롬(Cr6+) 등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납은 장기 노출되면 발육과 학습장애, 기억상실 및 이해력 부족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성 물질이며 6가크롬은 돌연변이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성 물질로 분류돼 있다. 정부가 마련한 우레탄 트랙의 납 허용 기준치는 kg당 25mg, 6가크롬은 kg당 25mg이다.

 조사 결과 납은 2002년 설치된 문수축구경기장 주경기장 트랙에서는 기준치의 20배인 kg당 1757mg이 검출됐다. 문수보조구장에서는 kg당 1803mg이, 2005년 설치된 종합운동장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트랙에서는 kg당 2173mg이 검출됐다. 범서구영 풋살 경기장에서는 납이 kg당 1만4800mg으로 164배, 6가크롬이 kg당 52mg으로 두 배 이상 초과 검출됐다. 6가크롬이 대암체육공원에서 kg당 113mg이 검출되는 등 함월구민운동장과 효문운동장 등 8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울산시는 이들 시설이 시민 건강 증진과 여가 활용 등을 위해 상시 이용되는 시설임을 감안해 사용 중지보다는 시민 안전 수칙 안내와 이용 자제 안내문을 부착해 사용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사전 협의에서 이들 시설 교체에 81억1600만 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 시민이 많은 울산종합운동장 보조구장은 국비(3억5800만 원) 지원이 확정돼 시비 등 모두 7억1600만 원을 추경에 반영해 우선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울산 지역 33개 인조잔디에 대한 유해성 검사 결과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이다. 또 공원, 녹지 등의 우레탄 시설에 대한 검사도 진행 중이다. 울주군 구영리 이모 씨(56)는 “납과 6가크롬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운동장에서 동료들과 땀을 흘리며 풋살 등 운동을 하고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라며 “울산의 대부분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수 없게 됐으니 시민 건강을 위해 우레탄 트랙을 빨리 교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교체가 이뤄질 때까지 불가피하게 이용해야 한다면 우레탄 트랙 위에 앉거나 직접 접촉하지 말고, 체육 활동 후 손발을 깨끗이 씻는 등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울산 우레탄 트랙 운동장#중금속 성분 검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