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제 환자 폭증에 대비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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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주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배현주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간 많은 일상이 변했고 가계와 국가경제는 악화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형국이다.

두 달 동안 우리는 국민들의 노력과 의료계 희생으로 감염병 유행의 파고를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현재는 비교적 낮은 확진자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해외 상황은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언제까지 팬데믹을 방어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항공여객이 드물던 1918년에도 한반도에 스페인 독감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많은 희생자를 냈다. 하물며 요즘처럼 수많은 하늘길이 열린 시대에 감염력이 매우 높은 코로나19를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까.

1918년부터 2년 동안 유행한 스페인 독감 사망률은 3% 정도였고, 매년 찾아오는 계절성 독감은 사망률이 대략 0.1%다. 코로나19 감염은 계절성 독감보다 10배 이상 사망률이 높고,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의 사망률은 더 높다. 이 병은 대략 20∼30% 환자가 입원해야 하고, 5%는 중환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젊은 환자들이 많고 비교적 이른 시간에 치료가 시작돼 유행 초기 사망률이 낮았다. 하지만 유행이 지속되면서 사망률도 차츰 올라가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은 예방접종과 항바이러스제 덕분에 극복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는 현재로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 유행이 극심한 미국, 유럽에서 의외로 집중치료 장비와 의료인의 보호 장구가 턱없이 부족한 걸 보고 선진국 의료시스템의 실력에 관해 여러 생각이 든다.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 가장 튼튼한 재정을 갖고 있어 인구 8000만 명에 약 2만5000개의 인공호흡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5000개 안팎의 인공호흡기만 갖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5000만 명의 인구에 9000개 이상의 인공호흡기를 보유해 의료장비 인프라는 비교적 양호하다. 그러나 해당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중환자실을 관리할 의료진의 교육은 잘돼 있는지 다시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가까운 미래에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집중치료가 필요한 중환자 수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치료계획을 의료계와 함께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임상자료를 의료계와 함께 분석하고 치료 병상과 의료장비를 세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치료에 투입될 의료진 교육 등 필요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채워가는 열린 정책도 중요하다.

배현주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헬스동아#건강#한양대#배현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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