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정신병동 환자 103명 전원 확진… 청도대남병원 ‘코호트 격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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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던 경북 청도대남병원(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 환자 A 씨(57)가 23일 오전 사망했다. A 씨와 같은 날 양성 판정을 받았던 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 환자 B 씨(59)도 이날 오후 숨졌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코로나19 확진 환자 중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청도군 관계자는 “대남병원 정신병동에는 지금도 확진 환자 89명이 격리돼 있는데 이 가운데 13명이 중증 폐렴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정신병동 환자 모두 확진 판정

청도군에 따르면 23일 현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남병원 환자는 103명(사망자 4명 포함), 의료진과 직원은 9명으로 모두 112명이다. 확진 환자 중 103명은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었다. 이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는 모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정신병동에서 일하던 병원 관계자 15명 가운데 9명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 병원은 4층이 없고 3층 다음엔 바로 5층으로 표시해 두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일반병동 환자 1명도 정신병동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일반병동으로 옮긴 경우”라고 설명했다. 3층의 노인요양시설 입원 환자 60명은 검사 결과 전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정신병동 안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은 사실상 공동생활을 했다. 환자 예닐곱 명이 한 병실에 머물렀고 식당과 치료시설도 함께 사용했다. 환자 여럿이 모인 상태에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외부인과 단절된 병동 안에서 환자들과 의료진이 계속해서 접촉했다.

보건당국은 이 병원 정신병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이유가 이런 공동생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폐쇄병동 안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밀접하게 접촉했고 (내부 시설에 대해)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홍현주 한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도 “정신병동은 환자들이 단체로 미술치료 등을 받는 일이 많다”며 “환자 한 명이 감염되면 다른 사람도 금세 감염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 정신병동 격리 중인 60명 발열 증세

도시락 배달되는 청도대남병원 22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응급실 안으로 의료진이 도시락을 가져가고 있다. 청도=뉴시스
도시락 배달되는 청도대남병원 22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응급실 안으로 의료진이 도시락을 가져가고 있다. 청도=뉴시스
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던 A 씨는 23일 숨지기 직전까지 심한 폐렴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체온이 39.5도까지 올랐고 기침을 심하게 했다고 한다. A 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포항의료원을 거쳐 동국대경주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보건당국은 A 씨가 이전부터 고혈압과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A 씨와 함께 확진 판정을 받고 동국대경주병원에서 치료받던 B 씨도 확진 나흘 만인 23일 오후 숨졌다. B 씨도 고혈압을 앓아 왔다.

사망한 대남병원 환자 4명은 정신질환 때문에 병원 안에서 장기간 격리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장기간 병동 안에서만 생활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 감염에 특히 취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코로나19로 숨진 대남병원 환자 C 씨(63)도 조현병 때문에 25년간 병원에서만 지냈다. C 씨는 폐기종을 앓은 적도 있었다. 21일 숨진 대남병원 환자 D 씨(55·여)도 정신병동에서 5년 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D 씨가 폐렴 증세를 보였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숨졌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청도군 관계자는 “정신병동에 남아있는 89명 가운데 60명이 발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병동에 남아있는 89명을 보낼 만한 음압병실이 부족해 병원을 일단 봉쇄해 놓은 것”이라고 했다.

○ 추가 감염 막으려 병원 통째로 봉쇄


보건당국은 22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병원 정신병동을 통째로 ‘코호트 격리’했다. ‘코호트 격리’란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의 환자와 의료진 전부를 한꺼번에 격리하는 것이다. 봉쇄된 대남병원 정신병동에는 확진자 89명이 남아 있다. 폐렴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은 대구경북 지역의 대형병원 음압병실(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바이러스가 방 밖으로 퍼져나가지 않는 병실)로 옮겨졌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파견된 의사와 간호인력 등 20명과 경북지역 공중보건의 4명이 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 89명을 돌보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들은 외부에서 도시락과 생수를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대남병원 정신병동으로 유입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했던 31번 확진자가 대남병원에 방문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초기에 진단된 다른 신천지 교인 6명의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추적한 결과 대남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병원에서 일하는 관계자나 자원봉사자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 전체로 퍼졌는지 등 모든 사례를 확인해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소연 / 대구=명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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