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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의 날飛]겨울철 소리없는 암살자 ‘블랙아이스’, 취약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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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의 날飛]겨울철 소리없는 암살자 ‘블랙아이스’, 취약지는?

이원주기자 입력 2020-01-09 15:34수정 2020-0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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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을 이용해 출근하시는 분들과 운수업 종사자 여러분들, 오늘 아침 안전하게 운전하셨는지요. 이번 겨울 유난히 빙판길 사고가 많다보니 아침 출근길도 긴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속도로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겨울이 끝날 때까지 특히 각별히 유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

6일 경남 합천 국도 33호선에서 발생한 41중 추돌사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블랙아이스를 원인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올해 특히 블랙아이스가 만들어지기 쉬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합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올해 12월 평균기온은 1.4도로 최근 10년 사이 2번째로 따뜻한 12월이었습니다. 이달 7일에는 제주의 낮 최고기온이 23.6도까지 올라 제주지방의 기상관측 이후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충주, 창원, 통영, 여수, 고창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지역이 이날 기온을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나타냈습니다.

최근 10년 간 12월 평균기온. 2019년 12월은 10년 사이 두 번째로 따뜻한 12월이었습니다. 자료: 기상청

그런데다 비는 많이, 눈은 적게 내렸습니다. 지난 12월 강수량은 총 22.6mm로 1994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1990년 이후 순위로는 14번째입니다. 그런데 이 강수량의 대부분은 ‘비’입니다. 기상청은 12월 총 적설량을 0.0cm로 집계했습니다. 눈이 오긴 왔는데, 쌓인 적이 없다는 의미로 눈이 매우 조금만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990년 이후 12월에 적설 기록이 없는 해는 1998년과 2004년뿐입니다.



6일 우산을 쓰고 산책을 나온 광주 시민들. 광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6~8일 사이 3일 연속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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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겨울 날씨가 블랙아이스를 만들기 매우 쉬운 조건이 된다는 겁니다. 조선대학교와 부산대학교, 광주지방기상청이 공동 연구한 내용을 보면, 블랙아이스는 이처럼 ▲밤사이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가 ▲새벽이 되면서 영상으로 기온이 오르는 날 ▲비가 내렸을 때 가장 만들어지기 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블랙아이스는 ‘어는 비’라고 부르는 강수 형태가 나타날 때 많이 발생합니다. ‘어는 비’란 높은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한 눈이 지상에 가까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따뜻해진 공기 때문에 비로 변했다가, 땅에 닿자마자 다시 얼음이 되어 얼어붙는 비를 말합니다. 조금 더 어렵게는, 지상 1.5km 상공을 중심으로 그보다 높은 고도의 기온은 영상, 그 아래는 영하의 온도 조건이 만들어지면 ‘어는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블랙아이스가 만들어지는 원리.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습도가 높은 상황이라면 땅에 이슬처럼 물이 맺혔다가 얼어붙어 블랙아이스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상 5km, 혹은 그보다 높은 고도에서 만들어져 떨어지던 눈은 기온이 영상인 구간을 통과하면서 비로 바뀝니다. 이 비는 지면 근처에서 다시 영하의 공기를 만나지만 미처 다시 얼어붙지 못한 채 그대로 땅바닥에 철벅 하고 떨어지면서 곧바로 얼어붙고 맙니다. 이 비가 처마에 떨어지면 고드름이 되고, 나무에 떨어지면 나뭇가지에 얼음꽃이 피고, 도로에 떨어지면 악명 높은 ‘블랙아이스’가 됩니다.

어는 비가 땅에 떨어지면 블랙아이스가 되고 사진처럼 나뭇가지에 떨어지면 눈꽃이, 처마에 떨어지면 고드름이 되기도 합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 같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블랙아이스는 주로 해 뜨는 시간을 전후로 한 새벽에 가장 많이 생깁니다. 최근 잇따라 보도됐던 블랙아이스 추돌 사고들이 모두 출근시간대에 발생한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조건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1월 6일 합천 41중 추돌사고는 아침 6시 45분에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발생한 7중 추돌사고는 아침 7시 45분, 같은 달 14일에 발생했던 경북 군위군 민자고속도로 양방향 다중추돌사고는 새벽 4시 45분에 각각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지점 인근의 기온과 강수 정보는 아래 정리한 표와 같습니다.

이번 겨울 블랙아이스 때문에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시간대와 기온이 대부분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온과 강수 정보는 가장 가까운 기상청 관측소의 수치를 참조했습니다.

여기에 교각이나 길 아래로 도로가 교차하는 입체도로 등에서는 더욱 블랙아이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곳들은 밤사이 더욱 지표면 기온이 낮고 확실하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같은 교각에 만들어진 블랙아이스는 해가 높이 솟은 오전시간까지도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2005년 1월 도로와 교각의 표면 온도와 실제 기온을 시간대별로 비교한 결과 교각의 기온은 정오쯤 되어서야 실제 기온보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새벽까지 따뜻하다가 낮이 되면서 갑자기 강추위가 몰아치는 날이라면, 새벽에 생긴 블랙아이스가 하루 종일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 도로와 교각, 대기 기온의 변화를 측정한 그래프. 아침 시간 교각의 온도가 기온보다 1~2도 가량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기상청

일부에서 ‘노면이 젖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블랙아이스 판별 조건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블랙아이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여럿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얼어붙은 얼음이 매우 투명하고 반사할 빛이 없을 경우 그냥 말라붙은 도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달리는 차 안에서 지금 노면이 젖어있는지 어떤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블랙아이스가 깔린 도로. 노면이 반짝이거나 젖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바짝 마른 것처럼 보이는 도로에 얼음이 깔려있기도 합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도로교통공단을 비롯한 각 교통안전 유관 기관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지켜야 할 안전거리를 속도와 같이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경우 안전거리 100m를 확보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빙판길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속도를 감안할 경우 빙판길에서 자동차가 멈춰서기 위해 필요한 거리는 눈길의 3배, 마른 도로의 5배 이상이 됩니다. 거리상으로는 최소 200m 이상이 더 필요합니다.


도로 표면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제동거리 비교 표. 빙판길이 눈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료: 한국도로학회 논문집 제17권, ‘겨울철 도시부 노면결빙사고 발생에 미치는 요소에 관한 연구’, 김상엽 등, 2015.


인터넷에는 블랙아이스 상황을 만났을 경우 각종 대처법들을 알려주는 글이나 동영상도 많지만, 운전에 매우 숙달된 사람이 충분한 안전거리를 가지고 시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수백m 정도의 안전거리가 없다면 대처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날飛’는 이런 날에는 과감히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밤 사이 비가 내렸거나 습도가 높아 땅이 젖었고 ▽새벽 기온이 0도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날 ▽혹은 이 같은 날씨가 지나간 후에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져 강추위가 찾아온 날 등입니다. 이런 날은 버스 등 대중교통이 속도를 낮추면서도 큰 정체 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교통량을 최대한 줄여 차간 거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새해,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들께서 ‘안전한 한 해’를 보내시기를 ‘날飛’가 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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