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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예정되어 있는 죽음 앞에서 막막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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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예정되어 있는 죽음 앞에서 막막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8-16 15:30수정 2019-08-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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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김선영 지음
232쪽·1만3000원·라이킷

인간의 마지막 권리
박충구 지음
312쪽·1만6000원·동녘

모든 죽음은 예정되어 있지만, 예정된 대로의 죽음은 없다.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 있으매 두려워, ‘나는 간다.’ 말도 못 다하고 가는가.” 1250여 년 전 신라 승려는 누이를 떠나보내고 죽음이라는 영원한 수수께끼에 대해 읊었다. 죽음을 극복하려는 시도들은 저마다 인간 세상의 큰 가르침이 되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던지는 질문 앞에 늘 막막해 한다.

폭풍의 시기라는 중2 가을, 아빠는 암 진단을 받았다. 1년 가량 남아있었다. 사춘기 딸은 아빠와 엄마의 고통과 절망에 함께 했다. 어른이 된 딸은 종양내과 전문의가 되어 매일 삶의 마지막 단계에 놓인 환자들을 마주한다. 그리고는 기억 너머의 책을 찾아내 읽는다. 1년여의 투병기간 동안 아빠와 그를 간병한 엄마가 남긴 기록을 엮은 책이었다. 환자 가족으로서의 기억과 의사로서의 현실. 그 두 각도에서 죽음을 바라본 경험이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에 담겼다.

저자에 따르면 종양내과는 ‘암을 퇴치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암을 지니고 살아가는 삶을 돕는 곳’이며, 종양내과 전문의는 ‘암이라는 장막 아래서 약간이라도 숨 쉴 공간을 마련하는 사람’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최선을 다하지만, 늘 자신의 결정을 회의할 수밖에 없다는 고뇌가 과거 환자 가족으로서의 경험과 함께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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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가족은 천사가 아니다. 환자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데 울컥 화도 나고, 이를 환자에게 되돌려줄 때도 생긴다. ‘화와 슬픔과 사랑과 기쁨은 모두 한 마음 속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까지 엄마에게 걱정의 말을 건넨 사람은 많았지만 ‘잘했다, 최선을 다한 거다’라고 그 삶을 긍정하는 말을 건넨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도와주고 곁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면 마지막 일년이 더 소중하고 감사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회상한다.

‘인간의 마지막 권리’는 신학대학에서 평생 사회윤리학을 가르친 저자가 ‘죽음을 이해하고 준비하기 위한 13가지 물음’을 부제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만나는가?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고통이 없는 죽음은 가능한가? 나아가, 죽음은 삶의 마지막 책임 영역인가? 그 숙고는 윤리와 철학, 종교를 넘어 과학과 의학의 전문 영역을 넘나든다.

가장 무겁게 던지는 질문은 뒷장 표지에 적혀 있다. “왜 죽어가는 이에게 고통을 견디라 하는가?”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죽음을 앞당기고 고통을 줄여달라고 환자가 요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사회가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갖고 이에 대해 토론할 것을 요구한다. 방점은 ‘환자가 자기 죽음을 결정할 자유를 옹호해 주어야 한다’는 데 찍힌다.

‘잃었지만…’의 저자도 같은 질문에 대해 숙고하는 자리를 마련해두었다. 그는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빌어 ‘도움을 받는 삶은 도움을 받는 죽음보다 훨씬 어렵지만,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가슴 아픈 일을 겪었거나 감정 조절이 힘든 상태의 독자라면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이 책들을 펴길 권한다. 두 책을 만나기 직전, 기자의 지인이 여행지에서 가족과 함께 청천벽력처럼 먼 길을 떠났다. 선하고 성실했던 그가 남긴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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