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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母子 같은 임대주택 복지사각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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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母子 같은 임대주택 복지사각 없앤다

조건희 기자 입력 2019-08-16 03:00수정 2019-08-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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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체납 정부통보 대상 늘리기로 ‘봉천동 탈북 모자’처럼 월세가 밀려도 정부에 통보되지 않고 있는 임대주택 주민 24만 가구가 복지 안전망 안으로 들어온다. 보건복지부는 15일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으로 월세 체납 정보를 수집하는 대상에 재개발 임대주택을 포함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탈북 모자가 살았던 곳과 같은 재개발 임대주택이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본보 8월 14일자 A3면, 15일자 10면 참고)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는 50년 공공 임대주택과 일부 민간 임대주택의 월세 체납 정보까지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탈북 모자는 숨진 지 두 달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지난달 31일 발견됐다.

정부는 탈북 모자가 월 10만 원의 양육수당 말고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점을 고려해 ‘복지멤버십’(가칭) 도입을 2021년 9월로 앞당기기로 하고 이를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한 번만 멤버십에 가입하면 일일이 신청하지 않아도 대상자에게 복지서비스를 자동 안내하거나 공무원이 직권으로 혜택을 주는 제도로, 2022년 4월 도입을 목표로 준비해 왔다.


▼ 복지 칸막이 걷어내고… ‘신청 안해도 맞춤서비스’ 앞당긴다 ▼

정부, 탈북母子사건 계기로 복지 강화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모 씨(42·여)는 지난해 10월 관할 주민센터를 찾아가 아들 김모 군(6) 몫으로 아동수당(월 10만 원)을 신청했다. 올 4월부턴 아동수당을 줄 때 소득을 따지지 않지만 지난해만 해도 소득기준(하위 90%)을 확인했다. 한 씨가 주민센터에 낸 금융자료엔 임대아파트 보증금(1074만 원)을 뺀 전 재산이 300만 원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었다. 기초생활 생계급여(월 87만 원)뿐 아니라 긴급복지 생계급여(월 75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하지만 ‘복지 칸막이’가 도움의 손길을 가로막았다. 담당 공무원은 한 씨에게 아동수당 지급을 결정했지만 기초생활 수급 등 다른 복지 서비스를 안내하진 않았다. 올 4월 서울시 ‘육아교육 서비스’를 안내하기 위해 한 씨의 집을 방문했던 다른 공무원도 마찬가지였다. 이 공무원에겐 한 씨의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자료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복지사업 지침엔 대상자가 신청하지 않은 서비스도 담당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찾아내 종합 안내하도록 돼 있는데 주민센터 내에도 칸막이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16일 관악구청을 방문해 한 씨 모자에게 서비스가 연계되지 않은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처럼 복지서비스를 ‘몰라서 못 받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2022년 4월로 계획했던 ‘복지멤버십’(가칭) 도입을 2021년 9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복지서비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합해 모두 6740개에 달한다. 자격과 신청 절차도 각기 달라 전문가도 헛갈려 한다. 복지멤버십 제도가 완비되면 멤버십에 들어온 사람에게 임신과 출산, 실직 등 상황 변화가 생길 때마다 인공지능(AI)으로 서비스 대상인지를 판정해 수급 방법을 자동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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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씨 모자처럼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면 서비스 신청 자체를 담당 공무원이 대신 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배병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멤버십 가입과 포괄적 신청을 통해 이미 동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먼저 혜택을 준 뒤 당사자가 정 원치 않으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3년 11월 사회보장법(현 사회보장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이어온 복지 서비스의 ‘신청주의(본인이나 가족이 신청해야만 혜택을 주는 것)’ 원칙을 사실상 깨뜨리는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에 월세 체납 내용을 입력할 임대주택의 범위는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기존주택 매입임대 등 84만4598가구(2017년 기준)이지만 여기에 한 씨 모자가 살았던 곳과 같은 재개발 임대주택(6만4161가구)을 더할 방침이다. 50년 공공 임대(4만9301가구)와 준공공 임대(5만7264가구), 기업형 임대(7만8116가구) 등까지 더하면 관리 대상은 109만3440가구로 늘어난다.

다만 정부가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데 대한 우려를 없애야 하는 게 과제다. 지난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과 복지멤버십은 과도한 정보 집중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조지프 카나타치 유엔 프라이버시 특별보좌관에게 전달했다. 지난달 방한한 카나타치 특보는 복지부 관계자를 만나 해당 제도들과 관련해 “이익 침해(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수익(사각지대 발굴)이 상충하니 신중히 다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봉천동 모자#복지 칸막이#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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