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신 前외무 차남 월북… 정부, 사전에 전혀 파악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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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매체 “최인국, 영주위해 평양 도착”… 崔씨 부모 1986년 월북 고위직 지내
기획 월북 추정… 정부 “경위 조사중”


한국에서 북한으로 건너간 월북자 중 최고위급 인사인 최덕신 전 외무부 장관의 차남 최인국 씨(73·사진)가 북한에 영구 거주하기 위해 6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보도했다. 정부는 북한 매체에서 월북 사실을 보도하기 전까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우리민족끼리는 최 씨가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가문이 대대로 안겨 사는 품, 고마운 조국을 따르는 길이 돌아가신 부모님 유언을 지켜드리는 길이고, 자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이기에 늦게나마 공화국에 영주할 결심을 내리게 되었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양복 차림의 최 씨가 북측 인사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도착 소감을 읽는 장면 등이 담긴 1분 35초 분량의 영상도 공개했다.

최 씨 부모는 최덕신·류미영 부부다. 최덕신은 박정희 정부에서 외무장관과 서독 주재 대사를 지냈으나 박 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류미영과 함께 미국을 거쳐 1986년 월북했다. 광복 이후 월북한 한국 인사 중 최고위급으로 ‘남한판 황장엽’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덕신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등에 임명되는 등 북한에서도 고위직으로 활동했다. 류미영은 상하이 임시정부 국무위원 겸 참모총장을 지낸 천도교 독립운동가 류동열 선생의 외동딸로 1989년 남편 사망 후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을 이어받았으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북한은 류미영을 체제 선전에 적극 이용해 왔다. 2016년 류미영 사망 당시 김정은이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최 씨는 류미영 사망 후 공석인 북한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직책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씨는 2001년 이후 가족 상봉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11월까지 총 12차례 방북했다. 특히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방북이 허가된 민간인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다. 최 씨는 종종 주변에 월북 의사를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 씨가 기획 월북을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통일부에 사전 방북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정부가 개개인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방북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최 씨에 대해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이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조종엽 기자
#최덕신 전 외무부 장관#최인국 월북#정부 사전 파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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