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교육인증이 곧 국제면허… 글로벌시장서 큰 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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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학교육인증원 창립 20주년 김우승 신임 원장 인터뷰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은 20일 서울 한양대에서 인터뷰를 갖고 “2년간의 임기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공학 엔지니어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은 20일 서울 한양대에서 인터뷰를 갖고 “2년간의 임기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공학 엔지니어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저는 늘 공학교육인증제를 설명할 때 ‘운전면허증’ 같은 것이라고 얘기해요. 운전자가 면허 없이 길에 나가면 어떻게 됩니까? 흉기나 다름없죠. 공학교육인증제도 마찬가지예요. 이 인증을 받은 프로그램을 이수한 공학도들은 기업체들이 믿고 써도 좋다는, 최소한의 신뢰 확보 도구라고 봅니다.”

2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총장실에서 만난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공인원) 원장(62·사진)은 “공학교육인증제는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까지 높여줄 수 있는 제도”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총장은 “공인원을 통해 대학들의 공학교육 수준 전반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한양대 ERICA캠퍼스 산학협력단장, 부총장 등을 역임하며 대학가 산학협력의 롤모델을 만들어 온 김 원장은 올 2월 제15대 한양대 총장에 취임한 후 4월 제8대 공인원장을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공인원을 맡았나.

“공인원은 1999년 설립 이래 한국 공학교육 혁신에 큰 기여를 해온 기관이다. 당시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공학교육학회가 주축이 돼 만들었다. 핵심은 ‘한국 대학의 공학교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지도록 인증 기준을 만들고 자문을 제공하자’는 것, 또 이를 통해 ‘한국 공대에서의 학력이 해외에서도 동등하게 인정받아 졸업생들이 세계적으로 활동하게 돕자는 것’이었다. 공인원이 운영하는 ‘공학교육인증제’는 그 결과다. 1980년대 미국에 유학을 갔더니 미국에는 벌써 이런 제도가 운영되고 있더라.”

―공학교육인증제의 핵심은 뭔가.

“기존의 이론 중심 공대 교육을 전공·기초·설계 교육이 어우러진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공인원의 공학교육인증을 받으려면 △수학과 기초과학 교육을 일정 기준 이상으로 강화해 운영해야 하고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처럼 전공 실무역량을 높이는 설계 교과목을 도입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해 팀워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및 공학윤리 역량이 극대화되도록 수업을 운영할 것도 요구받는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전공분야 지식을 활용해 실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이끄는 것이다. 현재 88개 대학 486개 프로그램이 공인원의 인증을 받았다.”

―공인원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주요 성과를 꼽자면….

“제일 큰 건 한국의 ‘우수한 엔지니어’를 다수 배출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 당장 기업들에서 ‘공학교육인증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을 써 보니 정말 업무능력이 뛰어나더라’는 피드백이 온다. 흔히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4C’로 창의력(Creativity), 소통능력(Communic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력(Collaboration)을 꼽지 않나. 공학교육인증제가 추구하는 인재가 바로 이런 인재다. 현재 삼성, LG, SK 그룹사 및 NHN, KT 등 국내 200여 개 기업이 인증제 졸업생에게 채용 가점을 주는 것은 이런 이유다.

한국의 공학교육이 국제적 동등성을 인정받도록 이끌었다는 점도 큰 성과다. 공인원이 ‘워싱턴어코드’ 등 국제적 공학교육 관련 협약체의 일원으로 들어가면서 현재 공학교육인증 졸업생들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전 세계 19개국에 진출할 때 현지의 4년제 공대 졸업자 학력과 동등한 학력을 상호 인정받는다. 현지 기술사가 되기 위한 시험자격을 부여받거나 기술이민 서류제출 면제, 석·박사 진학 시 추천서 발급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한 청년이 호주 이민을 진행하다 어려움을 겪었는데,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공대를 나온 것 때문에 기술가점을 받아 이민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최근 고교 수능 범위에서 기하와 벡터를 제외하는 등 잠재적 이공계 인재의 기초지식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그런 면에서 인증제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이 어려운 건 안 배우고, 잘 하려고 하지도 않는 상황 아닌가. 대학으로서는 그런 인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런 인재들은 산업계가 원하는 인재와 한참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러한 ‘스킬 미스매치’를 인증제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대학원 등에 진학할 때도 이공계 기초지식 부족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인증제는 기초과목 30학점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뿌리가 튼튼한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인원의 앞으로 방향은….

“지금까지는 대학들이 ‘인증을 받으면 어떤 인센티브가 있냐’만 물었다. 이제는 혜택을 보기보다 학생들을 바라보고 가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우수한 공학교육 제공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역량과 자격 수준을 높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자는 얘기다. 물론 인증을 받고 유지하는 과정이 대학이나 교수들에게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취업이든 해외 진출이든,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인증제 교육을 받았던 것이 그들의 삶을 100% 바꿀 수도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공학교육인증#한국공학교육인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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