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모기, 다 어디로 갔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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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감시지점 10곳서 1541마리 잡혀
5년간 평균 대비 절반으로 뚝
“중부 폭우-남부 가뭄… 서식지 줄어”

장마가 끝난 뒤 모기 기피제를 잔뜩 구입한 홍모 씨(33)는 지난 몇 주간 포장도 뜯지 않았다. 홍 씨는 “비가 그치면 모기가 크게 늘 줄 알았는데 몇 주간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이제 날이 선선해져 모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1일 질병관리본부가 부산 경기 강원 등 전국 10개 감시 지점의 모기 수를 집계한 결과 모기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3주간 채집된 모기 수는 1541마리로 최근 5년간(2012∼2016년) 평균(3075마리)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는 가뭄과 폭염으로 모기 수가 줄어든 지난해와 비교해도 적다. 지난해 8월 3주간 모기 수는 2615마리로 올해보다 70%가량 많았다.

‘여름의 불청객’ 모기가 급감한 것은 ‘너무 많이 오기도 하고 너무 적게 오기도 한’ 비 때문이다. 중부지방에는 이번 장마 기간(6월 29일∼7월 14일) 지엽적이고 강한 폭우가 쏟아졌다. 장마가 끝난 8월 중순에도 서울에 시간당 30mm의 강한 비가 내리는 등 이례적인 강우가 이어졌다.


반면 남부지방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장마 기간 남부지방의 강우량은 평년의 53% 수준을 기록해 중부지방과의 강우량 차이가 254.9mm나 됐다. 장마 기간 강원 홍천에는 432.5mm의 비가 내린 반면 대구의 강우량은 13.1mm에 그쳐 지역별 강우량 차이가 33배나 나기도 했다. 8월 중순에도 중부지방에는 비가 많이 왔지만 남부지방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비가 많이 오면 모기의 서식지가 쓸려 내려가고, 적게 오면 웅덩이나 도랑 같은 서식지가 줄어 모기 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 이욱교 매개체감시과 연구사는 “보통 장마가 끝나고 모기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지엽적 집중호우와 고온이 이어지면서 모기의 서식 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9월까지 늦깎이 더위로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렸지만 올해는 그럴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사는 “기온이 며칠이라도 오르면 모기 수가 금세 늘어날 수 있지만 벌써부터 선선하고 일교차가 커 모기가 주로 활동하는 밤엔 기온이 더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기 수 급감에 모기용품 판매도 줄었다. 이마트의 올 8월 모기용품 판매량은 모기 수가 적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모기#감시지점#평균#가뭄#폭우#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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