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황사’ 18시간내 한반도 공습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1분


황사 영향력이 ‘피크’였던 8일 오전 10시 일본 기상위성 MTSAT-1R이 촬영한 한반도 상공 적외선 사진. 한반도 전체에 황사(색깔 있는 부분)가 뒤덮인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제공 기상청
황사 영향력이 ‘피크’였던 8일 오전 10시 일본 기상위성 MTSAT-1R이 촬영한 한반도 상공 적외선 사진. 한반도 전체에 황사(색깔 있는 부분)가 뒤덮인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제공 기상청
8일 한반도 전역에 ‘최악의 황사(黃砂)’가 덮쳤다. 집안에서 매캐한 먼지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심했던 이번 황사가 또다시 반복되지는 않을까. ‘극히 드문 이례적 현상’이라는 기상청 주장과 달리 그렇지 않다는 견해들이 제기되고 있다.

3월 중국 황사 발생 지역을 답사하고 돌아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순웅 교수는 “황사 발생 지역이 한반도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옮겨오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같은 황사가 재발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만주를 비롯한 중국 동북부를 새로운 황사 발생지로 지목했다.

○ 고비사막 먼지가 만주서 세력 확장

지금까지 황사 주요 발생지역은 고비사막과 네이멍구(內蒙古) 모래사막 등 중국 북서부와 북부로 알려져 왔다.

이 가운데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등 북서부 지역에서 날아오는 먼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0%. 네이멍구 동부에서 불어오는 먼지는 10%를 차지한다. 이들 먼지가 한반도 상공까지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48시간. 이동시간이 길어 먼지 입자의 상당수가 오는 도중 땅에 떨어지면서 먼지농도도 떨어진다.

8일 서울 아파트 단지를 뒤덮은 황사. 이들 먼지의 발원지가 고비사막과 네이멍구 등 중국 북서부에서 최근 한반도에서 가까운 만주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문제는 8일 발생한 황사처럼 만주에서 먼지바람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이번 황사는 중국 지린(吉林) 성 남부에 위치한 커얼친(科爾沁) 사막과 개간지에서 발생한 먼지구름이 북풍을 타고 북한을 거쳐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고비사막에서 시작한 먼지바람이 황폐화된 만주지역을 거치며 급격히 세력을 불린 것. 이 먼지바람이 한반도 중부에 형성된 하강기류(고기압)를 만나면서 2∼3km 상공에 머물던 먼지입자들을 지상으로 쏟아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변화무쌍한 저기압과는 달리 천천히 이동하는 고기압 특성 때문에 먼지바람이 20시간 넘게 한반도 상공에 머물면서 피해는 더욱 커졌다.

2002년 4월 불어 닥친 최악의 황사 때만 해도 네이멍구에서 불어온 먼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북풍 타면 최악의 황사대란

박 교수는 “만주 등 중국 동북부에서 무작위로 펼쳐지고 있는 개간과 방목 때문에 황폐화되는 땅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이번 황사도 3월 말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이 지역 농부들이 농사를 위해 흙갈이를 하면서 비롯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엔사막화방지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사막 및 사막화 지역은 전체 국토의 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손님맞이’를 위해 북서부와 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조림사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소수 민족이 많이 사는 동북부 지역에서는 무차별적인 벌목과 방목, 개간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높은 농도의 먼지구름이 내려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이번처럼 만주지역에서 발생한 황사는 18시간이면 한반도 상공에 도착한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먼지 농도도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높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전영신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발생지역이 중국 서북부, 북부를 거쳐 동북쪽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라며 “한반도 주변 바람과 기압 형성을 고려하면 이번 같은 황사가 발생할 확률이 10% 미만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세대 대기과학과 이태영 교수는 “한반도에는 북서풍이 주로 불지만 북풍이 부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8일 같은 고기압권이 형성되는 것도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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