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 절반으로…‘제대로’ 손 씻기, 이렇게 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7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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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걸릴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대책이 있다. 바로 ‘손을 씻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손만 제대로 씻어도 호흡기 감염병은 40~50%, 분변을 매개로 한 감염병은 50~70%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는 확진자의 비말(침방울)뿐 아니라 대소변으로도 옮는다고 한다. 분비물이 묻은 손잡이나 수건 등을 만진 뒤 무심코 눈 코 입에 손을 대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손 씻기를 ‘자가 예방접종(do-it-yourself vaccine)’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 ‘제대로’ 손을 씻는 법이란 뭘까. 진짜 효과는 있을까. 동아일보가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얻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하는 손 씻기 방법을 체험해봤다.

비누로 씻으니 세균 세척력이 2배로

4일 오후 4시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위생컨설팅업체 ‘녹색식품안전연구원’. 먼저 씻지 않은 손은 얼마나 많은 세균이 묻었는지 측정해봤다. 실험엔 취재팀 3명이 참여했다. 3명 모두 낮 12시경 점심을 먹은 뒤 일부러 손을 씻지 않았다. 눈에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위생연구실 연구진은 취재팀 손을 문지른 면봉을 위생도 측정 장치에 넣었다. 면봉에 묻은 유기화합물 농도를 측정하는 장치다. 측정 결과가 2000RLU(Relative Light Unit·오염도 단위) 이하여야 손이 깨끗하다고 본다.

측정 결과, A의 손은 오염도가 2967RLU, B는 2387RLU, C는 2103RLU로 각각 나타났다.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괜스레 겸연쩍은 변명이 흘러나왔다. “취재하다보면 카메라랑 길바닥에 뒹굴 때도 있어서….” “반지 사이에 먼지가 끼었나 봐요.”

이후 A는 비누를 써서 50초 동안 손을 씻었다. B는 비누를 써서 25초, C는 물로만 25초 동안 손을 씻었다. 모두 박정수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따랐다. 이른바 ‘WHO 지침’이다.

먼저 ①손에 미온수와 비누를 충분히 묻힌다. ②양 손바닥을 마주대고 문질러 거품을 낸다. ③손등과 손바닥을 마주대고 문지른다. ④손깍지를 낀 채 손가락 사이도 문지른다. ⑤손끝으로 반대 손바닥을 문지른다. ⑥엄지손가락을 반대 손으로 돌려주며 문지른다. ⑦비누 거품을 물로 씻어낸다. 마지막 중요한 하나가 더 남았다. ⑧손을 다 씻은 뒤 ‘수건’으로 수도꼭지를 잠근다. 기껏 깨끗해진 손이 수도꼭지에 있는 세균에 다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문지르기’ 지옥처럼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진 않다.

결과는 놀라왔다. A의 손 오염도는 2104RLU나 감소한 863RLU로 떨어졌다. B는 2145RLU 감소한 242RLU. C는 1383RLU가 줄어든 720RLU였다. 비누를 쓰면 더 깨끗해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한데 물로만 씻을 때보다 2배 가까이 오염도가 감소하는 건 인상적이다.

다음 실험에선 차이가 더 분명했다. 손에 형광로션을 바른 뒤 똑같은 방식으로 씻은 뒤 자외선 조명을 쬐니 육안으로도 확 달랐다. 비누 없이 씻은 손은 형광로션이 거의 그대로 남아 하얗게 빛났지만, 비누를 사용하자 대부분 씻겨 내려갔다.

박정수 교수는 “손을 오래 씻는 것보다 비누를 사용해 정확한 동작으로 손금이나 손톱 밑처럼 움푹 파인 곳까지 씻는 게 중요하다”라며 “손 씻은 뒤 세정제를 바르면 항균 물질이 ‘보호막’처럼 남아 감염을 예방한다”고 조언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손 덜 씻는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에서 나오던 초기였다. 지난달 30일까지 확진자 성별이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보니 ‘괴담’도 같이 퍼졌다. “남성이 여성보다 위생에 신경을 덜 써서 감염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침 신종 코로나가 발원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병원 연구진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가량 많다는 집계를 내놓았다. 때 아닌 성 논쟁이 일었지만, 전문가들은 “특정성별이 감염병에 더 취약하단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손 위생에 덜 신경 쓰는 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동아일보가 5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용산구 서울역 2층 남녀화장실에서 1시간 동안 이용객을 관찰했다. 남성화장실은 252명 가운데 비누로 손을 씻는 이가 73명(29%)뿐이었다. 41.3%인 104명은 물로만 씻었고, 나머지 75명(29.7%)은 아예 씻지도 않았다. 물도 묻히지 않고 건조기 바람에만 손을 비빈 뒤 나가는 어르신도 있었다. 한 20대는 손끝에 살짝 물을 묻힌 뒤 머리만 매만지고 나갔다.

여성화장실은 어땠을까. 이용자 214명 가운데 53.7%(115명)가 비누를 이용해 손을 씻었다. 반지와 팔찌, 시계를 다 풀어두고 꼼꼼히 비누칠을 하는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물론 물로만 씻은 여성도 76명(35.5%), 안 씻은 여성(23명·10.8%) 역시 존재했다. 짧은 시간 한 장소만 관찰했기에 한국인의 평균이라 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통념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한 가지 나아진 점은 있다. 손 씻기가 중요하단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질병관리본부와 분당서울대병원도 지난해 9월 공중화장실 4곳을 이용한 시민들을 관찰했다. 당시 남녀 구분 없이, 비누로 손을 씻은 사람은 24.5% 밖에 되질 않았다. 43%는 물로만 씻었고, 32.5%는 손을 씻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런 사태를 계기로 화장실을 사용한 뒤엔 꼭 손을 씻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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