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적벽대전 ‘제갈량 남동풍’의 비밀은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신통력? 바람 바뀌는 때 미리 알았을 뿐

《서기 208년 어느 겨울, 유비와 손권이 이끄는 10만 연합군은 조조의 80만 대군과 양쯔 강 남안의 적벽(赤壁)에서 맞닥뜨린다.

수적 열세로 위기에 몰린 연합군.

연합군의 책사였던 제갈량은 장수인 주유에게 “동짓날(음력 11월 20일)부터 3일 동안 거센 남동풍을 빌려 오겠다”며 그때까지 기다리자고 제안한다.

남동풍을 이용해 조조의 대군을 화공(火攻)으로 물리치겠다는 것.

약속한 날이 되자 제갈량의 ‘예언’대로 남동풍이 불었고, 조조의 대군은 쏟아지는 불화살에 결국 궤멸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적벽대전2’는 이 전설적인 싸움을 실감나게 그렸다.

그렇다면 제갈량은 바람의 방향을 어떻게 알았을까.》

저기압 동반한 온난전선 앞면엔 항상 남동풍

3일전 비구름 관측… 미꾸라지로 풍향 예측도

○ 온난전선 지날 때 미리 알고 바람 이용

적벽대전이 있었던 동짓날은 중국 대륙에 시베리아 고기압이 최고로 발달하며 이 영향으로 북서풍이 거세게 부는 때다. 하지만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 고기압이 둘로 나뉘며 그 사이에 저기압이 형성된다.

부경대 대기환경과학과 변희룡 교수는 “당시 양쯔 강 중류에 고기압이 지나면서 저기압이 뒤따랐을 것”이라며 “제갈량은 저기압이 온난전선을 동반하고 온난전선 앞면에 항상 남동풍이 분다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이 해석이 맞는다면 제갈량의 능력은 북서풍을 남동풍으로 바꾸는 ‘신통력’이 아니라 온난전선이 지나갈 때를 미리 알고 그때 부는 바람을 이용한 지혜였던 셈이다.

한편 고기압이 통과할 때는 날씨가 춥지만 저기압이 지날 때는 온난전선의 앞면이라 따뜻하다. ‘삼한사온’으로 알려진 한반도의 겨울 날씨도 고기압의 발달과 쇠퇴가 반복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 날씨 보고 3일 뒤 비 올 것까지 예측

위·촉·오 3국의 역사를 다룬 소설 ‘삼국지연의’에는 “연합군의 화살 불벼락을 맞은 배들이 불에 타서 조조가 도망칠 때 비가 내리고 몹시 추웠다”는 내용이 나온다. 제갈량의 예측이 하루만 빗나갔어도 화공 전략은 물거품이 될 수 있었던 셈.

변 교수는 “저기압 뒷면에 형성되는 한랭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을 것”이라며 “제갈 량이 3일 전쯤 비구름을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기압이 발달하면 주위에서 공기가 모여들어 비구름이 생성된다. 이때 권운(길게 뻗은 새털구름)이나 권층운(햇무리나 달무리를 동반한 구름), 난층운(어두운 회색빛 구름)이 나타나면 대개 비나 눈이 내린다.

○ 미꾸라지 물 위 들락거리는 것 보고 재확인

미꾸라지도 제갈량을 도왔다. 그는 한 어부에게서 동짓날을 전후해 미꾸라지가 물 위로 부지런히 들락거리면 남동풍이 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국립수산과학원 이두석 연구관은 “저기압의 영향으로 대기 중 기압이 낮아지면 물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줄어든다”며 “기압에 민감한 미꾸라지가 호흡하기 위해 물 위로 머리를 내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꾸라지는 입으로 산소를 삼키고 항문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창자호흡’을 한다. 기압이 낮아지면 물 밖에서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해 자연스레 수면 위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래서 미꾸라지에는 ‘춤추는 물고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변 교수는 “위성사진이나 레이더 영상이 없었던 시대에 구름 모양과 미꾸라지의 움직임으로 날씨를 예측한 제갈량은 ‘베테랑 예보관’”이라고 평가했다.

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symbio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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