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시간

  • 주간동아
  • 입력 2026년 1월 18일 09시 04분


[돈의 심리] 돈 아끼는 데 시간 쓰지 않고, 돈 버는 시간 늘리려고 해

부자와 평범한 사람 사이엔 사고방식 차이가 존재한다. GETTYIMAGES
부자와 평범한 사람 사이엔 사고방식 차이가 존재한다. GETTYIMAGES
부자와 평범한 사람을 구분 짓는 건 돈의 많고 적음이다. 그러나 두 집단의 차이가 단지 자산 규모에 그칠까.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부자와 평범한 사람 사이에는 사고방식 차이도 존재한다. 부자가 본래부터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부자가 됐는지, 아니면 부자가 된 후 사고방식이 달라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부자의 사고방식이 평범한 사람과 조금 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연구를 주도한 사람은 짐 테일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해리슨그룹 소속 마케터이자 컨설턴트인 테일러는 동료들과 함께 5년에 걸쳐 부자 6000여 명을 일대일로 인터뷰했다. 여기에 각종 정량적 연구 결과를 더해 부자들의 인식과 행동 양식을 분석했다. 그 결과는 제목 ‘새로운 부자들(The New Elite)’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2011년 이 책 번역본이 국내에 출간됐다.

부자는 돈 더 쓰더라도 시간 아껴
이 책을 바탕으로 부자의 특징을 살펴보자. 먼저 테일러 연구팀은 부자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거주 중인 주택을 제외하고 보유 자산이 500만 달러(약 73억8000만 원) 이상인 사람, 또는 연간 재량 소득이 12만5000달러(약 1억8000만 원) 이상인 사람. 여기서 재량소득은 기본 생활비를 제외하고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연구 당시 이 정도 자산이면 미국 상위 0.5%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부자들에게 삶에서 더 많이 갖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었다. 그 결과 부자들이 가장 많이 갖기를 원한 것은 시간이다(표1 참조). 부자의 61%가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 결과 시간을 꼽은 비율은 50%로, 전체 응답 항목 가운데 3위에 그쳤다. 부자들이 뽑은 1위가 시간이었던 것과 달리 평범한 사람들은 돈이 1위였다.

이 결과를 보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부자는 돈보다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반대로 평범한 사람은 시간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간과 돈 가운데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는 개인의 행동 방식에 큰 차이를 만든다.

돈을 아끼려면 소비할 때 더 싼 곳을 찾으려고 사전 조사 및 비교를 해야 한다. 줄을 서거나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돈을 절약하려면 시간을 더 써야 한다. 그런데 부자는 돈보다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돈을 조금 절약하려고 시간을 더 쓰는 건 부자의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부자는 돈을 더 쓰더라도 시간을 아끼는 쪽을 택한다. 돈을 쓰는 데 드는 시간은 최소화하고, 돈을 벌기 위한 시간은 늘리는 게 부자의 선택이다.

부자가 되는 법을 다루는 많은 자기계발서를 보면 대부분 부자가 돈을 아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통 사람에게도 돈을 아끼는 데 각종 노력을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부자가 되는 길을 얘기하면서 돈을 아끼는 데 시간을 더 쓰라고 조언하는 자기계발서는 이 조사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앞선 질문에서 부자와 평범한 사람의 인식이 가장 크게 갈린 키워드가 돈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자 가운데 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7%로 5위에 그쳤다. 반면 평범한 사람의 71%는 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2위 ‘더 나은 몸’과 약 20%p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1위다.

부자는 “돈, 돈, 돈” 할 거라는 오해
사람들은 흔히 부자가 늘 “돈, 돈, 돈”을 외칠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 돈을 소중하게 여기고, 모든 선택의 우선순위를 돈에 두며, 돈 욕심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이런 통념과는 다르다. 돈에 중독됐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자는 오히려 자기 몸이나 재미 등 다른 요소에 더 중점을 두고 있었다.

물론 부자가 돈에 덜 얽매이는 이유는 이미 일정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돈으로 겪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돈이 부족할수록 삶의 중심에 돈을 두게 된다. 돈에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돈을 외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경제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시간과 돈을 제외한 다른 항목들에서 나타나는 인식 차이를 살펴보자. 더 나은 몸, 인내, 재미, 자유 같은 요소에서는 부자와 평범한 사람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 친구, 지능, 해결책 및 인생의 방향, 안전, 더 나은 외모, 교육, 배우자·파트너 등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항목에서 평범한 사람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부자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부자는 평범한 사람과 비교할 때 행복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았다. 친구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지도 않았고, 지능이 더 높아졌으면 한다는 응답도 많지 않았다. 더 나은 외모나 배우자·파트너에 대한 관심도 일반인보다 높지 않았다. 부자가 전반적으로 욕심이 적다고 예상할 수 있다. 욕망이 전혀 없진 않지만, 그 강도는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낮았다. 부자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욕구를 보인 요소는 시간뿐이었다. 시간을 제외한 대다수 항목에서 부자의 욕망 수준은 평범한 사람보다 낮았다. 이는 부자가 자신의 현 상태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흔히 떠올리는 탐욕스럽고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부자의 모습은 실제 부자와는 거리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 부자도 존재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부자의 욕망 강도는 일반인보다 낮다. 현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만큼 돈이 더 많아지길 간절히 바라지 않고, 더 행복해지려고 끊임없이 애쓰지도 않는다. 친구가 더 많아지길 원하거나, 무엇인가를 더 배우려는 욕구도 크지 않다. 테일러의 연구는 부자가 과도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시하지 않아야 부자
연구팀은 마케터들에게도 설문조사를 수행해 실제 부자들의 인식과 마케터들이 추측하는 부자 이미지를 비교했다. 먼저 마케터들은 부자가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는 달랐다.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11%에 그쳤다(표2 참조). 나머지 89%는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1%는 외부에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소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부자들은 자신의 자산 수준을 드러내는 데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셈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부자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인식 차이다. 마케터들은 부자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삶의 중요한 가치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돈을 선택하는 대신 다른 가치를 내려놓았다고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부자들의 응답은 달랐다. 부자 다수는 자신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외려 기존에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를 유지한 채 부를 형성했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가치관 유지와 부의 축적이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부자는 돈보다 시간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고, 돈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쉽게 바꾸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자산 수준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 태도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기준으로 삼을 만한 가치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2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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