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째 버려지는 ‘선거공보물’…10명 중 1명만 “자세히 읽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25일 20시 50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24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우정사업본부 집배원이 선거공보물을 배달하고 있다.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24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우정사업본부 집배원이 선거공보물을 배달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혜민 씨(28)는 최근 집으로 온 ‘종이 선거 공보물’을 뜯지도 않고 그대로 버렸다. 온라인상으로도 공보물을 확인할 수 있어 굳이 종이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씨는 “휴대전화를 통한 배포 등 공보물을 더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 공보물은 후보자의 경력, 전과 유무, 핵심 공약 등이 담긴 자료로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을 따져볼 수 있는 일종의 검증서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후보자가 많다보니 제작 배포해야 할 공보물도 늘어나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쓰인 후보자 공보물은 5억8000만 부에 달했다. 발송에 쓴 세금은 약 299억 원이었다. 올해 등록된 후보자가 4년 전 선거(7616명)보다 213명(2.8%) 늘어난 7829명이라 인쇄 규모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 씨처럼 가정에 배포된 종이 선거 공보물을 열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유권자가 선거 때마다 적지 않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유권자 6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이 공보물을 ‘자세히 읽는다’고 답한 비율은 11.4%였다. 반면 공보물을 읽지 않거나 봉투째 버린다고 답한 비율은 36%로 3배가 넘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공보물을 제대로 읽지 않고 있는 것.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우편수취함에 선거공보물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우편수취함에 선거공보물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수단인 공보물을 일괄적으로 인쇄물로 배포하는 대신 전달 방식을 다양화해 도달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보물은 종이 인쇄물 외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유권자들에게 휴대전화나 e메일로 발송하는 등 접근성을 높이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전자식 선거공보물을 도입하거나 공보물을 재생 종이로 만드는 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유권자가 공보물을 받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희망하는 유권자만 전자문서 형태의 공보물을 발송하는 등 대안을 마련한다면 후보자의 정보나 공약을 유권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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