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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어용 지식인 유시민·조국의 몰락

입력 2022-06-18 09:00업데이트 2022-06-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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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어용 지식인’ 유시민이 ‘어용’이란 감투를 벗고 다시 요설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만 보면 갑자기 태평성대로 돌변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끄떡없다.” 10일 노무현재단 유튜브채널 알릴레오에서 언론 비난부터 시작한 거다.

미안하지만 유시민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모르겠다.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1심에서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은 자가 유시민이다(본인도 ‘사실이 아닌 의혹’을 제기했다고 사과문까지 올렸다).

“여론 형성 과정을 심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는 판결은 말(言)로 먹고 살아온 지식 소매상에겐 다신 입을 열지 말라는 파문과 마찬가지다. 2년 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때 북한 김정은이 사과문을 보내자 “계몽군주 같다”던 유시민의 궤변이 새삼 떠오른다. 더불어민주당이 패배의 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에는 유시민도 빼놓을 수 없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0일 유튜브 ‘알릴레오북’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채널 캡처

● 노무현 후계자에서 ‘진보 어용 지식인’으로
2008년 2월 2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가 가장 어려울 때 저를 지켜준 사람이 있다”며 노무현 과(科) 정치인을 소개했다. 후계자처럼 손을 번쩍 치켜들어준 사람은 문재인도, 이해찬도 아닌 유시민이었다.

국민참여당을 창당했다 깨고, 이정희 등과 통진당을 창당했다 또 깨는 등 정당 브레이커로 뛰다 2013년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 유시민. 2017년 5월 대선을 나흘 앞두고 좌파에선 흔치 않은 어용 지식인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돼도 기득권 세력이 사방에서 ‘사정없이 깔 것’이므로 사실에 근거해 제대로 비판하고 옹호할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물론 유시민은 “지식인이나 언론인이면 권력과는 거리를 둬야 하고 권력에 비판적이어야 옳다고 생각한다”고 자락을 깔긴 했다. 독재정권이든 아니든, 우리가 생각하는 지식인의 이상은 양심적 지식인이다. 공적 사안에 대해 대중의 이해를 돕고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공공 지식인(public intellectual)이라면 최소한의 객관성 공공성은 갖춰야 맞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가 벌어졌던 2012년 5월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단 회의에 참석한 유시민 당시 통진당 공동대표(오른쪽)가 심상정 공동대표와 얘기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김건희 여사도 “유시민이 조국을 너무 키웠다”
권력자의 편에서 말하겠다는 유시민의 어용(御用) 지식인론은 뜨거운 냉면 같은 모순이다. ‘옳은 말도 싸가지 없게’ 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유시민이 옳지도 않은 말을 싸가지 없게 하겠다고 사기꾼 선언을 한 셈이다.

문 정권 5년, 유시민의 정치적 영향력은 엄청났다. 어용시민을 자처하는 문빠는 문자테러로 정권을 철통 보위했다. ‘김정숙 씨’라고 썼다가 겁나게 당한 일부 매체는 알아서 기는 길로 갔다.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사태’가 터지자 유시민은 문재인 지키듯 검찰을 맹비난함으로써 조국 수사를, 정권 비리 수사를 멈춰 세웠다. 이번 명예훼손 건도 2019년 12월 “검찰이 노무현재단과 내 개인 계좌를 들여다봤다”며 “알릴레오에서 조국 수사 관련 검찰 행위에 대해 비평한 것 때문에 뒷조사를 한 것 같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2020년 4월과 7월엔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수사부장을 콕 찍어 말해 고발당했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올 초 공개된 통화 녹취에서 “믿거나 말거나인데 조국의 진짜 적은 유시민이야. 유시민이 너무 키웠다구” 했겠나. “이번 대선의 전선은 조국이냐 아니냐”면서.

2012년 12월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왼쪽), 조국 서울대 교수(왼쪽 두 번째)와 함께 광화문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유시민(오른쪽)의 모습. 동아일보DB

● 문 정권과 민주당을 망하게 한 조국 사태
유시민은 그러나 좌파 어용 지식인으로서 실패했다. 유시민 개인적으론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니 낭패다. 대선 결과가 말해주듯, 문 정권은 정권재창출에서도 망했다.

유시민이 너무 키운 조국 역시 조국 한 사람의 비극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정치·사회학자와 평론가 등 20명에게 민주당의 최대 패착을 물었더니 ‘조국 사태’가 맨 앞에 꼽혔다는 한겨레신문 보도는 의미심장하다.

서울대 교수 출신 조국이 한때 강남좌파의 원형이었음을 기억하는가. 그 나이에도 ‘나 잘 생겼거든’ 하듯 긴 손가락으로 깻잎머리를 쓸어 넘겼던 오만한 남자. 2007년 경향신문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특집에선 “민간·민선정부 출범 이후 비판적 지식인이 정부에 참여하는 범위와 수가 늘면서 권력과 지식인 간에 존재해야 할 긴장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던 조국이었다.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 연루자로서 검찰에 원한을 가진(듯한), 보수우파를 절대 악으로 보는 ‘운동권 민주주의’ 사고를 지닌(듯한) 그가 문 정권에 핵심으로 참여했다. 문 정권 기고만장 내로남불의 상징인물이 정권을 잃은 뒤엔 그 이유도 파악하지 못하도록 물귀신처럼 잡고 늘어진 형국이다.

한겨레신문은 9일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휘청이게 된 계기”를 묻자 “과반(12명·복수응답)이 ‘조국 사태’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 캡처

● 옳고 그름을 뒤집은 위선좌파, 용서 할 수 있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이 드러났을 때 조국이 과거 고관들처럼 조용히 물러났다면, 우리는 지금 다른 대통령을 만났을지 모른다(어쩌면 조국일지도?). 그랬다면 좌파 정치인이든 지식인이든, 다음 기회를 모색하거나 고개를 들고 다닐 눈꼽만큼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기애들만 학교 잘 보내겠다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7가지 스펙을 꾸며내고도 조국 부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조국은 현재 공모를 부인한다). ‘외고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제 아이는 외고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꾸며낸 스펙으로 의학전문대학원에 보낸 이 놀라운 아빠는 집권 후 청와대에서 ‘남의 아이 바보 만들기’ 같은 교육정책에도 일조했을 터다.

보통 국민은 분노했다. 도덕성을 훈장처럼 내걸고 고고한 척하면서 뒤로는 기득권 방어와 특권 세습에 골몰하는 좌파의 위선이 더럽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유시민의 길을 따라 걷는 숱한 어용 지식인들이 조국 편에 섰다. 옳고 그름의 가치를 뒤집은 거다. 유시민의 선동아래 민주당과 함께 “조국을 흔드는 건 문 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외침으로써 그들은 돌아올 수 없는 공멸의 길로 냅다 달렸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후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 만인 10월 14일 사퇴했다. 동아일보DB

● 항문하고 학문 중에 무엇을 더 깊이 닦을 건가
아내를 감방에 보내고도 근육을 키우는 멘탈을 지닌, 그 아내에게 ‘골방이 너희를 몸짱 되게 하리라’는 책이나 선물하는 조국을 숭배하는 이들이 아직 있는가. 조국을 비롯한 문 정권의 주류세력이 ‘그놈이 그놈’ 정도가 아니라 그놈들보다 더 하다는 사실에 민심은 차갑게 돌아섰다.

그러고 보면 우리 국민 48.56%는 현명하고도 위대하다. 그 잘난 586 정치인 수두룩한 민주당도 헤어나지 못하는 환상에서 진작 깨어났으니. 아직도 ‘왜곡’을 멈추지 못하는 유시민 류(類)의 위험한 이들에게 문정희 시인의 ‘학문을 닦으며’ 한 토막 전하고 싶다.

나는 그동안 확실히 학문보다

항문을 더 열심히 닦고 살았어

그래서 세상이 더 깨끗해진 것도 아니야

실제로 길 하나 따로 내지 못했어

달맞이꽃 하나 새로 피우지 못했어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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