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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나는 이준석 찬성이다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5-30 13:17수정 2021-05-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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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실실 웃음이 난다. 요새 국민의힘을 떠올릴 때 내가 그렇다. 별로 관심도 없고,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당이었는데 갑자기 그 당이 재미있어졌다. 85년생 이준석이 당 대표가 돼 문재인 대통령과 영수회담 한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재미나겠나!

나경원이나 주호영이나, 또는 홍문표나 조경태가 문 대통령과 백번을 마주 앉는대도 미안하지만 아무 느낌 없다. 획기적 결과 따윈 기대도 않는다. 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면… 입당 안 할 것 같다. 하지만 이준석이 국힘당 대표라면 다르다. 생각지도 못한 정당이 될 것이다.

이준석 전 최고의원. 동아DB


물론 이 모든 건 상상이다. 당연히 정치를 좀 아는 이들 사이에선 그게 되겠어? 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정치를 모르는 내가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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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선’이 대표? 리더십 있겠어?
그렇게 치면 0선인 윤석열도 대통령 못 한다. 윤석열은 선거 한번 안 해보지 않았나(새롭게 떠오르는 최재형 감사원장 역시 0선이다).

국힘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초 0선인 황교안을 대표로 잘만 뽑았다. 2020년 총선은 황교안이 0선이어서 당을 말아먹은 게 아니다. 한국당 이미지에 꼭 맞는 꼰대여서 폭망한 거다. 이건 인품이나 능력과도 무관하다. 문 대통령은 어디 인품과 능력 보고 뽑았던가.

32만 당원 전체가 참여하는 당 대표 본선은 예선과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협위원장들 ‘오더’가 들어가면 TK 기득권 세력이 본때를 보여줄 것이란 예측이다. 아직도 그런 오더가 통하는 정당이면 대선 때 희망은… 없다.

● ‘유승민 키즈’가 윤석열 모셔오겠어?
이준석이 2019년 말 “유승민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 전과가 있어 당 대표가 되면 공정한 대선후보 경선 관리를 못 한다는 주장이다. 헹. 그때는 윤석열이 대선 주자로 뜨지도 않았을 때다. 겁 없이 법무부 장관 조국을 전격 수사해 정권에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했을 뿐이다.

설령 이준석이 유승민 키즈라 해도 당 대표 된 다음 대선 관리를 편파적으로 하진 않을 것이다. 그건 198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MZ세대(밀레니얼-제트 세대)한테 신앙과도 같은 ‘공정’에 어긋난다.

대구 경북대 앞에서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 뉴스1


친하다고 봐주는 구린 짓을 이준석이 할 리도 없다. 진중권과 친한 사이면서 격하게 페미니즘 논쟁을 벌인 걸 보면 모르겠나(에고.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단 말이 있긴 하다). 한때 보스는 영원한 보스라는 봉건적 의리에 목매달 것 같지도 않다. 자신을 정치로 이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고, 그래도 탄핵은 옳았다고 말한 걸 보면 안다.

● 反페미당 되면 이대녀 잃지 않겠어?
문 정권에서 진짜 지식인의 상징으로 거듭난 진중권이 이준석을 손절한 건 안타깝다. “특정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는 이대남(20대 남성)을 겨냥해 이준석이 여성할당제처럼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정책을 반대한다는 거다.

최근 페미니즘의 격발성(激發性)을 모르지 않는다(그래서 나도 페미니즘 이슈를 피해 왔다). 손가락 모양 따위를 놓고 남혐이다 여혐이다 싸움을 벌이는 건 에너지 낭비라고 본다. 진중권-이준석, 신지예-이준석 논쟁도 끼어들고 싶진 않지만 (칼럼을 위해 굳이 밝히자면) 난 이준석에 가깝다.

그래서 이준석을 찬성한다는 건 아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정책과 주장을 강요하는 좌파는 아주 신물이 난다(이 정권의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이다).

진중권 페이스북 캡쳐


페미니즘에 대해선 아무리 쓴대도 지면이 모자랄 게 분명하다. 다만 한마디만 하자면, 진중권은 기본적으로 좌파다(그의 글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다). 국힘당 대표가 진중권 노선을 따른다? 말이 되나? 이대녀(20대 여성) 표가 걱정이면 정책을 더 정교하게 잘 만들 일이다.

● 당을 걱정하는 입장에선 또 다르다?
그럼에도 이준석이 되면 당이 깨진다고 보는 이들이 꽤 있다. 국힘당을 매우 사랑하거나, 아니면 미워하는 측에서 주로 나오는 얘기다(자기네한테 위협적이니까 뽑지 말라는 역공작일 수도 있다).

30대 당 대표 밑에서 어떤 원내 인사가 주요 당직을 맡겠느냐는 걱정은 이해한다. 그런 분은 제발 당직 맡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권교체를 하든 말든, 당직만 한 자리 하면 생큐라는 웰빙 인사가 너무 많아 지금껏 국힘당이 고 모양 고 꼴이었다.

미안하지만 국민에게는 당신네 당보다 대한민국이 훨씬 더 중요하다. 국힘당이 깨지거나 사라진대도 다수 국민은, 괜찮다. 국힘당 지키자고 내년 대선 때 야권 후보 단일화를 못 해낸다면, 국힘당은 최소한 백 년은 야당이나 해야 할 것이다. 부디 그때 당직 맡아서 행복하게 늙어 죽기 바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 왼쪽에서 두번째부터 이준석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 2027년 대선 주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권력이라는 건 그렇게 몰랑하지 않다. 당 대표가 되면 사람은 모이게 돼 있다. 설령 이번에 이준석이 당 대표 못 된다 해도, 그는 이제 겨우 서른여섯 살이다. 2027년이면 마흔두 살! 이준석은 이미 신선한 40대 차차기 대통령감으로 우뚝 서버린 것이다.

재기발랄과 건방을 넘나드는 이준석의 명석함이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진중치 못하고 말 많은 점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걱정도 팔자인 꼰대 생각이다. 젊은 날 읽은 몇 권의 책(또는 의식화 교육)으로 평생을 우려먹으면서, 나이 먹어서도 싸가지 없는 집권세력보다는 이준석이 백 번 낫다(그럼에도 ‘겉으로 보이는 태도’는 중요하다고 전해주고 싶다).

여기까지 썼음에도 국힘당 당원들이 이준석을 안 찍으면? 그럼 나도 대선에서 국힘당 안 찍으면 그만이다. 행운을 빈다. Good luck!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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