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부터 이민자 대거 몰리자… 인종차별 등 반이민 정서 확대
‘이민 2세’ 덴마크 교육부 장관, 실제 경험에 기반해 정책 수립
이민자 수용 규모 적절히 분배… 외국인 가족은 ‘24세 이상’ 초청
◇노동력과 함께, 사람이 온다/마티아스 테스파예 지음·김규빈 옮김/520쪽·3만5000원·PADO북스
덴마크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이민을 수용하고 이들이 덴마크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개방이나 배제 일변도 정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사진 출처 infomigrants.net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이 현실이 되면서 이주민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됐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노동력의 관점에서 보는 시선이 여전히 강하다. 덴마크 교육부 장관 마티아스 테스파예가 쓴 신간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은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과 다르며, 이민 정책은 경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덴마크 이민통합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거쳐 2022년부터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는 정치인이다. 이력만 보면 전형적인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실제 삶은 다르다. 덴마크인 어머니와 에티오피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직업학교를 졸업한 뒤 벽돌공으로 일하며 노동조합 운동에 참여했다.
이주노동자였던 아버지는 끝내 덴마크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덴마크 친구도 사귀지 못한 채 에티오피아 이민자 공동체 안에서만 생활했다. 반면 저자는 덴마크 학교에서 현지 학생들과 어울리며 사실상 덴마크인으로 성장했다. 가정 안에서 상반된 두 사례를 경험하며 그는 이민의 성공과 실패가 무엇에 의해 갈리는지 일찍부터 목격했다.
책은 1967년 덴마크 사회민주당 정부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이후 약 50년간의 이민사를 추적한다. 당시 신문기사와 보고서, 사회민주당 관계자 인터뷰를 촘촘히 엮어 서술하는데, 도축장 등 실제 노동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생하게 복원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초기 덴마크 사회는 이민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사용자 단체들은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강하게 요구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면 돌려보내면 된다”는 식의 인식도 존재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민의 사회·문화적 영향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범죄가 발생했고,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를 둘러싼 불만도 커졌다.
이민자들이 가족을 불러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덴마크 공립학교는 급증하는 이민자 아동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실제로 코펜하겐에서는 1978∼1979년 단 1년 만에 외국어 배경 학생 수가 20% 증가했다. 이민자 아동을 별도 학급에 모아야 하는지, 아니면 가능한 한 빨리 일반 학급으로 분산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격화됐다.
우익 정당들이 반이민 정서를 앞세워 세력을 키우는 가운데 사회민주당은 정책의 방향을 수정했다. 무조건적인 개방이나 배제가 아니라, 덴마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 안에서 이민을 수용하고 이들이 덴마크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회적 게토’ 형성을 막는 정책이다. 특정 지역이나 학교, 유치원에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주민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관리했다. 또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외국인 배우자를 초청할 경우 부부 모두 만 24세 이상이어야 하는 이른바 ‘24세 규칙’도 도입했다. 강제 결혼과 가족 재결합 이민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오늘날 영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는 반이민 정서 확산 속에서 덴마크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이 구조적 과제가 된 한국 역시 이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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