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 ‘고가 나프타’ 역풍… 하반기 유화업계 실적 비상

  • 동아일보

전쟁전 구매한 나프타 모두 사용해
생산공정에 웃돈 준 물량 투입 나서
2분기까지 흑자후 3분기 적자 우려
“구조조정후 고부가 제품 전환 필요”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개선세를 보였던 석유화학 산업의 수익성 지표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1분기(1∼3월) 줄줄이 흑자 전환하며 훈풍이 불었던 석유화학 업계에 3분기(7∼9월)에는 전쟁 기간 사들인 ‘비싼 나프타’의 역풍이 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 통계에 따르면 5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96.40달러까지 하락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빼 산출한다. 이 지표가 클수록 수익성이 좋다는 의미로 업계는 통상 t당 250달러 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 불황으로 인해 이란 전쟁 직전인 2월 t당 55.15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수급난의 여파로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고, 에틸렌의 가격 상승 폭이 훨씬 커 4월 에틸렌 스프레드가 t당 314.86달러로 올랐다. 4월 한때 t당 50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하며 업계에선 “이런 수치는 평생 다시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에틸렌 가격이 점차 안정되고 있고 에틸렌 스프레드도 전쟁 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전쟁 발발 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나프타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면서 ‘래깅 효과(lagging effect)’를 톡톡히 누렸다. 래깅 효과는 원료를 구입한 시점과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시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시차 효과를 의미한다. 3월 한 달간의 래깅 효과만으로도 석유화학 업체들은 1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영업이익 735억 원을 내 10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각각 1648억 원, 34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문제는 석유화학 업계가 전쟁 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나프타를 다 써버렸다는 점이다. 업계는 현재 현물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비싸게 구해 온 나프타를 공정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 2분기(4∼6월)까지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치솟았던 에틸렌 스프레드의 영향으로 호실적을 이어가겠지만, 3분기부터 다시 적자 전환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통해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1호 사례인 대산 산단의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여수와 울산의 구조조정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히 울산에 에쓰오일이 짓고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시설 ‘샤힌 프로젝트’가 큰 변수다. 샤힌 프로젝트가 목표대로 올 하반기(7∼12월)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 국내 에틸렌 생산량이 늘어나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구조조정에 적극 개입해 기업 간 이견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에틸렌 스프레드#석유화학 산업#나프타 가격#고부가가치 제품#구조조정#국내 에틸렌 생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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