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소 앞 밤샘 대기… 4명에 ‘새 심장’

  • 동아일보

길병원, 키르기스스탄 의료봉사… 오픈 3시간 전부터 진료 대기줄
30년 넘게 선천성 심장병 수술… 17개국 어린이 465명에 ‘새 삶’

최창휴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왼쪽에서 두번째)와 심우섭 소아심장과 교수가 지난달 28일 키르기스스탄 국립심장병원에서 심장병에 걸린 어린이에게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길병원 제공
최창휴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왼쪽에서 두번째)와 심우섭 소아심장과 교수가 지난달 28일 키르기스스탄 국립심장병원에서 심장병에 걸린 어린이에게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길병원 제공
지난달 29일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국립심장병원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 가천대 길병원 최창휴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심우섭 소아심장과 교수 등 의료진이 진료소에 들어섰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키르기스스탄 어린이들을 길병원으로 초청해 무료 수술을 지원하기 위한 사전 검진을 위해 현지를 찾은 것이다.

이날 임시 진료소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3시간 이른 오전 7시부터 검진을 받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어린이와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 살배기 딸을 안고 16시간을 달려온 부모는 피곤함도 잊은 채 순서를 기다렸다. 검진을 받지 못할까 봐 전날 밤부터 진료소 앞에서 기다렸다는 부모들의 간절한 사연을 통역사를 통해 전해 들은 의료진은 한 명의 어린이라도 더 진료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30일까지 이어진 검진 기간 임시 진료소를 찾은 어린이 100여 명 가운데 심각한 증상이 발견된 55명이 정밀 검진을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현지 의료기관에서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받았지만 부모의 경제적 형편이 어렵고 현지 의료 여건도 열악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조기에 사망하거나 각종 합병증으로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운 어린이도 적지 않았다.

의료진은 정밀 검진을 받은 모든 어린이를 수술해주고 싶었지만 치료비와 수용 가능 인원 등의 문제로 상태가 가장 심각한 어린이 4명을 선정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데다 다운증후군 합병증으로 현지에서 수술이 어려운 악졸 군(6)과 태아 시기부터 폐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아 올해 안에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리낫 군(2) 등이 포함됐다. 길병원은 다음 달 이들을 초청해 수술하기 위한 절차를 현지 의료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검진 기간에는 반가운 손님도 찾아왔다. 길병원이 지난해 11월 초청해 수술한 뒤 퇴원한 어린이 4명이 건강한 모습으로 의료진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해 수술 당시 돌이 훨씬 지났음에도 성장 부진으로 제대로 걷지 못했던 알피야 양(3)은 6개월 만에 눈에 띄게 성장해 진료실을 뛰어다녔고, 수술을 집도했던 최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길병원은 1992년부터 해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병원으로 초청해 무료 수술을 지원하는 의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몽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 17개국 어린이 46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이 가운데 키르기스스탄 어린이는 59명이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장은 “30년 넘게 이어온 해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 사업이 의료봉사를 확산시키는 대표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올해도 더 많은 어린이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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