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정형 호스피스 의사 나이토씨
30여년 왕진하며 4000명 임종 지켜
“日, 환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 마련
떠난 이 웃는 얼굴 떠올릴수 있어야”
일본에서 30년 넘게 ‘가정형 호스피스’ 의사로 일해 온 나이토 이즈미 씨(왼쪽)는 “나답게 떠난 환자들의 임종은 비장하지 않았다. 불평이나 원망 없이 자신의 삶을 마주했다”고 했다. 마음의숲 제공
“일본은 ‘가정형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합니다. 자택을 방문하는 의사 수도 점차 늘고 있어요. 그만큼 임종을 맞는 환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돼 있단 뜻이죠. 한국에서도 (관련 제도를 마련해) 그런 선택지가 확대되길 바랍니다.”
일본에서 ‘가정형 호스피스’ 도입에 앞장서 왔던 전문의 나이토 이즈미 씨(70)는 5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30년 전만 해도 일본 역시 환자 대부분이 마지막까지 병원에 머물다 죽음을 맞았다”며 “가정형 호스피스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의료계 등의 반발이 컸지만 이젠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나이토 씨는 1990년대 당시 일본에서도 낯설었던 ‘가정형 호스피스’를 주도적으로 실천한 인물이다. 후쿠시마현립의과대를 졸업한 뒤 1986년 호스피스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영국에 가서 시스템을 배워 왔다.
특히 그는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 하는 환자들을 돕는 가정형 호스피스에 적극적이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오전엔 병원에서 진료 보고, 오후엔 환자 집으로 왕진을 다니며 약 4000명의 임종을 지켜봤다. 지난달 국내에도 출간된 책 ‘나는 나답게 죽기로 했습니다’(마음의 숲)엔 가정형 호스피스를 통해 삶을 마무리한 환자 21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나이토 씨는 책에서 “지금 일본 정부는 상태가 안정된 환자에게 퇴원을 권하고, 임종은 지역 사회에 맡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며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병원에서 죽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은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 ‘환자’가 아닌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란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임종 직전까지 화과자 가게를 지키고, 벚꽃을 보러 가고, 가족의 빨래를 갠 이들을 지켜봤어요. 한국 역시 앞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가 다양해질 겁니다.”
나이토 씨는 “가정형 호스피스가 가능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환자를 돌보려면 언제 어떤 상황에도 즉시 대응할 의료진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나이토 씨는 담당 환자가 임종에 가까워지면 언제든 호출을 받고 나설 수 있도록 운동복 차림으로 잠을 잔다고 한다.
환자 가족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 그는 “일본엔 간병자가 지쳤을 경우 환자가 병원에 단기 입원할 수 있는 ‘레스파이트 케어(Respite Care)’ 제도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 재택만 고집하지 않고 입원으로 편하게 바꿀 수 있는 선택지도 남겨둔다”고 말했다.
나이토 씨가 생각하는 최선의 임종은 뭘까. 그는 “떠난 사람의 웃는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죽음이자 좋은 임종 돌봄”이라고 했다. 힘든 임종을 겪은 유족들은 병원 앞을 지나는 것조차 괴로워한다. 나이토 씨는 “얼마 전 슈퍼마켓에 갔다가 석 달 전 임종을 지켜본 남성의 부인을 만났는데, 서로 눈이 마주치자 달려가 손을 잡았다”고 한다.
“훌륭한 임종과 돌봄은 환자와 가족 모두가 삶을 끝까지 마주했다는 만족감을 줍니다. 그 마음은 남겨진 사람들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되지요. 떠난 사람의 웃는 얼굴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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