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에서 멈춰선 ‘존엄하게 죽을 권리’[‘임종 난민’ 갈길 먼 존엄한 죽음]

  • 동아일보

335만명 “연명의료 중단”, 이행 17%뿐

지난해 뇌출혈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실려 온 80대 정순영(가명) 씨는 몇 차례 수술에도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남편은 의료진에게 아내의 연명의료를 중단하자고 했다. 부부는 평소 “불필요한 연명치료 없이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의 완강한 반대로 정 씨는 몇 달이나 콧줄과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연명의료를 받아야 했다.

5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 도입 이후 지난달 말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335만2183명이다. 5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정 씨처럼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쳤다.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는 데다 치매 환자 등은 본인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내 뜻대로 나답게 죽겠다’는 환자의 선택이 사전의향서 종이 위에서 멈추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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