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신설되면 초기에는 으레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기존에 하던 일과 비슷한 업무를 하더라도 사람과 규칙, 환경이 바뀌면 예전만큼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10월 2일 출범하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공소청에는 현재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인력이 대부분 옮겨가겠지만, 세부적인 업무 프로토콜을 정비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 인력을 모으고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중수청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어깨에 짐을 잔뜩 얹은 채 신생 조직이 출범한다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까지의 과정이 더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청 폐지 전 검찰이 마무리하지 못한 미제 사건들은 공소청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거나 중수청 등으로 넘어가 다시 수사하게 되는데, 공소청과 중수청으로선 ‘묵은 사건’을 최대한 적게 넘겨받은 상태에서 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근래 검찰의 미제 사건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인력난, 사기 저하… 檢 미제 해결에 한계
연말 기준으로 2021년 3만2000여 건에 불과하던 미제 사건이 2024년에는 6만4000여 건, 지난해에는 9만6000여 건으로 폭증했다. 올해 들어선 2월 말까지 12만 건을 넘어섰다. 디지털 범죄 등 증거 확보와 법리 적용이 어려운 사건이 많아졌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보완수사를 놓고 검경 간에 ‘핑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 미제 사건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2024년 말 이후 1년 2개월 만에 미제 사건이 갑자기 2배 가까이로 늘어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인력난과 사기 저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전체 검사 정원의 약 10%인 233명이 퇴직했다. 여기에 ‘3대 특검’과 ‘2차 종합 특검’에 60여 명의 검사가 파견 중이다. 3대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은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공소 유지를 맡고 있어서 재판이 끝나기 전까진 복귀하기 어렵다. 종합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도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되면 7월 하순까지 근무해야 한다.
검찰 지휘부에서 조속히 미제 사건을 털어내라고 독려해도 남은 5개월여 동안 미제 사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호소하는 검사들이 속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법무부가 경력 검사 선발을 앞당겼지만 빠져나간 인력의 공백을 다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검찰 해체가 점점 다가오는 상황에서 검사들의 사기가 올라가지도 않을 것 같다.
공소청·중수청에 부담… 피해는 국민에게
결국 공소청과 중수청은 상당한 양의 미제 사건을 떠안은 상태에서 출발하게 될 공산이 크다. 현재 검찰에 쌓여 있는 미제가 검찰개혁 이후에도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란 얘기다. 수사와 기소가 지연되면 재판도 늦어져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만큼 피해자의 고통이 길어지고 피고인은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게 된다.
이는 개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형사 사건을 더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한다는 검찰개혁의 궁극적 목적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제를 해소하지 못해 형사사법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만큼 이런 일이 없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대비했어야 했다. 검찰 해체 자체가 개혁의 목표인 듯 검찰을 몰아붙이기만 한 여권, 인력 부족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제때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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