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이익 계산해가며 관계 재단
외로움 벗어나려면 유대감 쌓아야
◇손절사회/이승연 지음/384쪽·2만1000원·어크로스
친구과의 대화에서 ‘쎄함’을 느끼고 ‘당장 손절해야 할 사람 특징’ 쇼츠를 시청한다. ‘MBTI별 최악의 궁합’도 살펴본 뒤 “어쩐지”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 전엔 침대에 누워 인공지능(AI) 챗봇에 묻는다. “올해 내 대인관계 사주 좀 알려줘. 연애운도 같이.”
‘내 마음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옷감 재단하듯 관계를 맺고 쳐내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책은 오늘날 이 같은 현상의 다양한 면면을 ‘손익계산’이란 키워드로 분석한다. 나의 감정적 에너지는 소모되는 자원, 타인의 고통을 듣는 행위는 감정적 손해로 치부하는 원인을 쉽고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저자는 이른바 ‘짝짓기 예능’의 폭발적 인기도 인간관계가 상품화된 사회와 관련 깊다고 봤다. 시청자들은 매력적인 외모의 남녀가 대신 타주는 ‘썸’을 소비하면서 도파민을 얻는다. 서사의 굴곡을 천천히 따라가며 감정을 소모할 필요도, 썸이라는 애매하고 괴로운 관계를 직접 겪을 필요도 없으니까. “설렘과 흥분만을 선택적으로 대리 체험할 수 있어” 흥행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젊은 여성이 사주와 점집에 열광하는 현상을 분석한 여성주의적 관점이 흥미롭다. 여성은 오랫동안 가정과 일터에서 자기 삶과 욕망의 주체이기보단 대상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저명한 미술비평가 존 버거의 말을 빌려 “여성이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은 타인에게 평가받는 자기로 대체돼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감정마저 대상화하고 각종 측정 도구로 자아를 탐색, 진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유명 심리전문가에게 괴로움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제안받는 ‘고민 예능’의 유행은 처음 만난 타인에게 대가를 내고 상담받는 게 당연해진 시대의 씁쓸한 단면일지 모른다. 2024년 한 설문조사에선 25∼39세 한국 청년의 70%가 ‘지금 외롭다’고 했다. 책은 현대인이 외로움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나려면 인간관계의 상품화를 경계하고 진심 어린 유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청하고 공감하는 관계의 기능이 상품화될수록 관계는 피상적으로 전락한다. … 마음이 문이라면, 누군가는 열쇠가 되어야만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