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성장 잠재력 인정받으면 대출 더 받을 수 있다

  • 동아일보

올 8월부터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에 특화된 신용평가 체계를 시범 도입하면서 대출 심사 시 업종 트렌드, 영업 전략, 서비스 차별성 등 정성적 요소를 고려하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제3차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소상공인 신용평가 체계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경기침체, 고금리·고물가·고유가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추가 대책을 내놓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소상공인 수는 1090만 명으로 전체 고용 인구의 46%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의 대출 10건 중 9건 가량이 담보, 보증 대출이어서 사업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소상공인에 특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기존 신용등급에 소상공인의 성장 잠재력을 반영하는 방식을 추가해 새로운 평가모형(SCB·Small Business & self-ownership Credit Bureau)을 개발했다. 그동안 은행들이 소상공인의 매출, 대출 이력, 담보 여부 등만 고려했다면 이제부터는 정성적인 요인까지 따져 대출을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새로운 평가모형은 소상공인의 역량, 상권 특성, 업종 트렌드, 영업 전략 등 수치로 반영하기 어려웠던 요소들을 담고 있다. 또 서비스 차별성, 인지도, 지적재산권 및 각종 인증 보유 여부 등도 고려해 소상공인의 향후 성장 잠재력까지 판단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이 같은 비금융부문 점수가 높은 소상공인 점수를 상향 조정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모형을 올 8월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제주 등 총 7곳의 은행에서 시범적으로 적용한다. 2028년까지 모든 금융권이 이 같은 평가체계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위는 이같은 평가체계가 은행권에 안착하면 소상공인들의 대출 여력이 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매년 70만 명가량의 소상공인이 연간 10조5000억 원 수준의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소상공인들의 신용점수 상승으로 이어져 연간 845억 원 수준의 이자 비용을 절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소상공인 신용평가 시스템의 도입은 담보나 과거 이력에 의존하던 금융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미래 성장성을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미래형 금융’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재무적인 여건이 부족하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소상공인들에게 자금이 공급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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