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스피드’의 윤혜정 서울시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오른쪽)과 무대미술 연출 이석 미디어아티스트 /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무용의 박자를 실험적으로 활용해 지난해 초연 당시 전석∙전회차 매진을 기록했던 서울시무용단의 화제작 ‘스피드’가 돌아온다. 한국무용은 느리다는 통념을 깨고 박자에 따라 점점 빨라지는 움직임과 속도감을 역동적으로 구현한 작품. 지난해 300여 석 규모였던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600여 석 규모인 M씨어터로 공연장을 옮기고, 안무와 무대 구성도 업그레이드했다.
다음 달 1일부터 3일까지 관객을 만날 예정인 ‘스피드’의 예술감독인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과 시각 효과를 맡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석을 지난달 31일 만났다. 윤 단장은 “한국 무용의 정체성을 지키며 현대적 감각을 담으려는 고민에서 ‘스피드’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무용은 ‘느리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그 핵심인 ‘장구’의 장단을 가져가면 전통의 본질을 지키며 빠른 속도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구를 중심으로 드럼 등 서양 악기와 기술을 활용한 그래픽을 더해 동시대적 감각을 녹여내려 했어요.”
‘스피드’는 초연에서 무대 바닥 전체를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으로 구성했다. 맨발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LED 화면 위에 서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관객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춤의 포인트와 영상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했다. 이곳으로 송출되는 영상을 제작한 이 작가는 ‘숨어 있는 무용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연의 절반 정도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조작해서 손가락으로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초연 공연 사진이번 공연은 객석이 전면에 있는 무대에서 열리기 때문에, 스크린은 무용수들의 뒤에서 펼쳐진다. 무대 위에엔 타악기 연주자 황민왕, 프랑스 출신 음악가 해미 클레멘세비츠가 등장해 타악과 전자음악, 미디어아트가 즉흥적으로 교류한다.
중반부에는 무용수 한명이 즉흥 춤을 추고, 이 움직임에 맞춰 음악도 변한다. 지난해 ‘스피드’를 본 관객들은 이를 ‘한국 무용 특유의 쫀득함이 잘 살아난다’거나, ‘프리스타일의 원조가 한국 무용임을 느꼈다’고 평가했는데 이 즉흥 무대에서 잘 감상할 수 있다.
윤 단장은 “이번엔 LED 바닥 대신 빔프로젝터 영상을 활용하는데, 빔을 활용한 프로젝션 맵핑 특유의 감성과 서정성이 더욱 잘 드러나도록 구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초연에선 4장에서 LED의 강력한 빛으로 ‘파괴’를 이야기했는데, 이번엔 ‘파도’로 수정하고 부드럽고 감성적인 터치를 더했다.
윤 단장은 “우리 모두가 때로는 세상의 너무 빠른 속도를 쫓아가며 버겁다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는데, 파도의 물결로 그것을 따라가기 급급할 게 아니라 개개인이 가진 속도가 그 자체로 완전체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서양의 문물을 많이 접하며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 작품은 특히 ‘시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 흥미롭다”며 “서양에서 말하는 10초와 한국에서 말하는 10초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무용이 어디까지 빨라질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면, 이번 공연을 놓치지 마세요!”(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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