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도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비닐, 화장품 등 일상 제품의 핵심 원료로, 공급이 막히면 산업 전반이 흔들립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분리됩니다. 정유 공장에서 원유를 끓이면 끓는점이 다른 성분들이 분리되는데 이때 휘발유, 경유와 함께 나프타가 나옵니다. 이를 가공하면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이 만들어집니다. 이 나프타의 역사에서 중요한 과학자가 바로 외젠 우드리(1892∼1962·사진)입니다.
우드리는 1892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국립고등기술공예학교에서 기계공학을 배웠고, 1911년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전차부대 장교로 참전해 훈장을 받은 그는, 전장에서 연료와 엔진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종전 후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경주 문화를 접하며 더 좋은 연료를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당시 석유 산업은 원유를 단순히 끓여 분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원유의 25%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석유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우드리는 저급 석탄인 갈탄과 석유를 활용한 연료 개선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수백 번의 실험 끝에 ‘풀러스 어스(Fuller‘s earth)’라는 점토 광물이 석유 분자를 분해하는 촉매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촉매란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화학 반응을 돕는 물질입니다.
1937년 그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촉매 분해 공정을 가동시켰고, 덕분에 같은 양의 원유에서 훨씬 많은 휘발유 및 나프타와 같은 다양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원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기술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전쟁 초기 2년간 연합군 항공유의 90%가 우드리 공장에서 생산됐고, 영국 전투기는 독일보다 이륙 시 15∼30% 강한 출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전쟁 후에는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 해결에 도전해 촉매 변환기를 개발했고, 이는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기가스 정화 장치의 원형이 됐습니다.
우드리는 부족한 자원을 걱정하는 대신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찾았고, 그 결과는 산업 전체를 바꾸는 혁신이 됐습니다. 자원이 부족해지는 시대에 새로운 자원만 찾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 있는 자원을 더 똑똑하게 쓰는 방법을 찾을 것인가, 지금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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