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식전보다 50mg/dL 이상 오르거나 140mg/dL 이상, 혈당 스파이크 의심
당뇨 전 단계부터 식사법 신경 써야… 과일은 통으로 식후에 소량만 섭취
정상 혈당이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아직은 검증 안 된 ‘혈당 다이어트’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식후에 식전 혈당보다 50mg/dL 이상 오르거나 140mg/dL 이상이라면 혈당 스파이크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혈당을 낮추는 식사법을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600만 명이다. 당뇨병 전 단계를 합치면 1500만 명. 위험군까지 추가하면 혈당 관리가 필요한 인구는 2000만 명으로 늘어난다. 혈당 관리가 국민적 과제가 돼 버렸다.
정상 혈당치부터 알아 두자. 공복 혈당은 99mg/dL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밥 먹고 2시간이 지나 측정하는 식후 혈당도 140mg/dL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 기준을 넘는다면 당뇨 전 단계이거나 이미 당뇨병 환자다.
최근에는 ‘혈당 스파이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의학 용어는 아니다. 식후에 혈당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떨어지는 모양이 뾰족한 송곳이나 못(스파이크)을 닮았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물론 좋지 않은 징후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는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혈관 내피세포를 다치게 한다. 동맥경화, 미세혈관 손상을 비롯해 당뇨병성 합병증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몸이 망가진다는 뜻이다.
● 혈당 스파이크, 정확히 알자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난다면 최소한 당뇨병 전 단계일 확률이 높다. 조 교수는 “혈당이 정상치라면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식사량이 많다면 일시적으로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날 수는 있다. 다만 반복된다면 당뇨병을 의심해야 한다. 기준부터 정해야 한다. 조 교수는 “식전 혈당보다 50mg/dL 이상 오르거나 140mg/dL 이상 나오면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식전 혈당 수치로 돌아가기까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원래 정상 수준이었다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당뇨병 환자는 5시간 정도. 그러니까 밥을 먹고 나서 식전 혈당으로 돌아가기까지 3∼5시간이 걸린다면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할 확률이 있다. 이 경우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몇 종류의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혈당 스파이크 횟수는 달라진다. 가령 피자만 먹었다면 혈당 스파이크는 1회로 끝날 수 있다. 콜라를 같이 마셨다면 최소한 2회 이상 나타난다. 치킨까지 먹었다면 횟수는 더 늘어난다. 조 교수는 “한 종류 음식만 먹는 경우는 적기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의 패턴과 횟수는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스나 단순당 식품은 위장에서 빨리 배출한다. 소장에서 흡수되면서 먼저 혈당이 오른다. 이어 기름기 있거나 섬유질 음식이 나중에 소화되면서 뒤늦게 다시 혈당을 올리는 것.
● 식후 치솟는 혈당 막는 식사법
혈당이 정상이라면 어떻게 식사하든 상관이 없다. 골고루 먹는 게 최선이다. 혈당 스파이크를 걱정해야 하는 상태라면 적게 먹어야 한다. 조 교수는 “음식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건강에 좋은 것만 가려 먹는다고 해도 양이 많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소식(小食)부터 시작하자.
먹는 순서도 지켜야 한다. 채소와 고기부터 먹고, 밥은 나중에 먹는다. 속도도 중요하다. 천천히 먹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할 의학적 근거는 많다.
채소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위에서 끈적끈적한 ‘그물망’을 친다. 밥(탄수화물)이 ‘식이섬유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탄수화물 흡수 속도도 느려진다. 늦게 소화되니 포도당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속도도 그만큼 느려진다. 하지만 허겁지겁 식사한다면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간다. 음식은 위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지 않고 바로 소장으로 간다. 탄수화물이 곧바로 쏟아져 들어가면 혈당이 치솟는다. 혈당 스파이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음식을 20회 이상 꼭꼭 씹어 먹으면 입에서부터 음식 소화 속도를 더 줄일 수 있다. 뇌가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일 수도 있다. 하루 세 끼를 여러 끼로 나눠 소량씩 먹을 때도 소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밥보다 고기를 먼저 먹어야 하는 이유도 있다. 고기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분비를 돕기 때문이다. 반대로 밥은 줄여야 한다. 조 교수는 “단지 식사 순서를 바꾸는 게 아니라 ‘밥=주식’이고 ‘반찬=부식’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과일은 껍질째 씹어 먹어야
혈당이 지극히 정상이라면 과일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뇨 전 단계부터는 조심해야 한다. 조 교수는 “이 경우 간식이 아닌 디저트 용도로만 적은 양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먹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껍질째 씹어 먹는 게 가장 좋다. 여러 연구에서 블루베리가 혈당을 가장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껍질째 먹는 이런 과일이 섬유질이 많기 때문. 반면 멜론처럼 과육만 먹는 과일은 혈당을 높일 수 있다.
껍질이 너무 질기면 과육만 먹을 수밖에 없다. 이때도 씹어 먹는 게 낫다. 주스 형태로 먹는 게 가장 좋지 않다. 위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이 순식간에 치솟는다. 그나마 블렌딩 믹서기로 갈아 만든 주스에는 식이섬유가 남아 있다. 시중에서 파는 과일 주스는 이 식이섬유를 거의 제거한 상태다. 당뇨병이 걱정된다면 피하는 게 좋다. 조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이런 음료는 ‘당분 폭탄’이다”라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열대 과일을 말려서 팔기도 한다. 이런 ‘건과일’도 덜 먹는 게 좋다. 건과일은 수분만 뺐을 뿐이다. 당분과 열량은 그대로 들어 있다. 그러니 적은 양만 먹어도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갈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단순당과 정제 곡물, 초가공식품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백미, 밀가루, 설탕이 대표적이다. 소화와 흡수가 빨리 이뤄지므로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현미나 통곡물 같은 복합 탄수화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 혈당 다이어트, 효과는?
혈당 스파이크를 막으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혈당 다이어트’다. “혈당 스파이크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포도당이 지방으로 쌓인다. 따라서 혈당만 치솟게 하지 않으면 체중도 빠진다”는 원리다. 사실일까.
조 교수는 “최근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진행된 여러 실험이 있었는데, 이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혈당만 낮춘다고 해서 체중이 절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탄수화물을 줄여도 고기를 많이 먹는다면, 혈당 스파이크가 없더라도 체중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혈당 관리가 다이어트에 도움은 된다. 단순당과 초가공식품을 채소와 통곡물류로 바꾸면 포만감이 높아지면서 섭취 열량을 낮출 수 있다. 조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에만 너무 몰입하지 말고,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연속 혈당측정기를 착용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식후 혈당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다만 혈당이 정상인 사람까지 이런 기기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조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면 연속 혈당측정기 효능을 별로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런 기기는 혈당만 측정한다. 포화지방, 염분 같은 요소는 확인할 수 없다. 기기만 믿다가 심혈관 건강을 놓칠 수도 있다. 조 교수는 “식단을 개선하고 식후에 운동하는 등 생활 습관부터 개선하는 게 건강을 챙기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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