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미사일 쏘면 금값은 떨어진다…당신이 알던 상식의 배신[딥다이브]

  • 동아일보

위기에 강한 안전자산이라던 금. 하지만 이란전쟁 발발 이후 금값은 되레 급락했죠. 이를 두고 시장에선 희한한 일이라며, 각종 분석이 쏟아집니다. 동시에 ‘지금이 금을 살 때인가, 팔 때인가’를 두고 고민도 커지죠.

그런데 말이죠. 전쟁 나면 금값이 오른다, 그런 얘기 누가 했던 거죠?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이 중동 산유국에 미사일을 쏘면 금값은 오히려 떨어졌거든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전쟁과 금값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란전쟁 발발 이후 16% 빠진 금값. 지금은 금을 살 때일까, 팔 때일까. 게티이미지
이란전쟁 발발 이후 16% 빠진 금값. 지금은 금을 살 때일까, 팔 때일까. 게티이미지

*이 기사는 3월 27일(금요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안전자산 금값이 왜 이래?
-16.2%.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전쟁을 일으킨 2월 28일 이후 금값의 변화입니다(2월 27일 온스당 5247달러→3월 26일 4407달러). 같은 기간 코스피(-12.5%)나 S&P500 지수(-5.8%)보다 더 많이 떨어졌죠. 특히 지난주(16~20일)엔 일주일 만에 금값이 11%나 빠지면서, 주간 하락폭으론 1983년 이후 4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어요.

금값이 급락하자, 그동안 금 투기를 주도했던 중국 개인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귀금속 매장엔 금값이 오를까, 내릴까를 묻는 문의가 쏟아졌고요. 중국 주요 6개 은행은 잇달아 “귀금속 가격 변동성과 시장 불확실성에 주의하라”는 경고를 발표했죠. 하지만 동시에 ‘지금이 금을 싸게 살 기회’라고 본 이들이 몰리면서 베이징 백화점의 금괴 판매 매장은 북적거렸습니다. 여전히 ‘위기엔 역시 금’이란 믿음이 남아있는 거죠.

지난 한달 동안 금값 추이. 이란전쟁 직전 온스당 5257달러였던 금 선물 가격은 440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지난 한달 동안 금값 추이. 이란전쟁 직전 온스당 5257달러였던 금 선물 가격은 440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그럼, 이란전쟁이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떨어진 걸까요? 이를 두고 매우 다양한 분석이 쏟아져 나오는데요.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크게 두가지입니다.

그동안 워낙 많이 올랐다= 금값은 거의 2년 가까이 쉬지 않고 180% 넘게 올랐죠. 특히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온스당 4000달러, 5000달러, 그리고 5500달러 선까지 돌파했는데요. 그만큼 금 투자로 수익을 낸 사람들, 그중에서도 개인 투자자가 많아졌고요. 이들이 전쟁으로 불안해지자 수익 실현에 나섰습니다.

금리 인하가 멀어졌다= 이란전쟁은 보통의 지정학적 위기와 달리 유가를 직접적으로 건드렸죠. 치솟은 유가가 물가를 밀어 올리게 될 거고요. 이러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물 건너갈 수 있다, 심지어 금리가 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집니다. ‘금리=돈값’이고, 금리가 오른다는 건 돈의 값어치가 커진다는 뜻이잖아요. 금 같은 실물보단 현금, 특히 미국 달러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금을 팔고 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금값은 떨어진다
이런 분석에 공감하시나요? 논리적이긴 하지만 그리 명쾌하진 않은데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과거 미국이 중동 산유국과 상대로 전쟁을 벌였을 때 금값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요. 크게 두 차례가 있었죠. 1991년 걸프전, 그리고 2003년 이라크전쟁.

그리고 공통적인 패턴을 찾았습니다.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즉, 위기가 고조되던 시점엔 금값이 단기간 급등했는데요. 막상 미국이 전쟁에 돌입하자 금값은 급락했어요. 마치 지금의 이란전쟁처럼 말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1991년 걸프전쟁>

1991년 미국의 걸프전 참전은 1990년 8월 일어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대응이었죠. 1990년 국제 금값은 이라크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7월 말 이미 온스당 365달러까지 올랐고요. 그해 8월 2일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기습 침공했단 소식과 함께 순식간에 400달러선을 넘었어요. 특히 그해 10월 초엔 온스당 416달러까지 치솟았죠.

1991년 1월 18일 새벽, 미군 전투기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목표물을 공습하자 바그다드 상공에 대공포 사격이 쏟아지고 있다. 동아일보DB
1991년 1월 18일 새벽, 미군 전투기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목표물을 공습하자 바그다드 상공에 대공포 사격이 쏟아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이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주요 산유국인 쿠웨이트가 위기에 처했고, 사담 후세인이 여기서 멈출지 아니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진격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시장에선 ‘이라크가 화학무기라도 써서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금값이 500달러를 넘길 것’이란 공포스러운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그리고 1991년 1월 17일, 마침내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사막 폭풍 작전’을 개시합니다. 미 해군 함정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토마호크 미사일을 날리며 전쟁이 시작됐죠. 그리고 금값은? 전쟁 발발 소식과 함께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약 5주간의 공중전에서 연합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줬고요. 1991년 2월 24일 지상공격을 시작한 지 불과 100시간 만에 연합군은 쿠웨이트를 해방시켰습니다. 그해 2월 말 금값은 온스당 363달러.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올랐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죠.

<2003년 이라크전쟁>

2002년 9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비난하며 “행동이 불가피하다”고 연설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의 명분을 쌓으며 위기가 고조되자 금값이 요동쳤고요. 불과 4개월 만에 20% 넘게 폭등했죠(2002년 10월 온스당 320달러→2003년 2월 388달러).

2003년 4월 2일, 미군 7연대 소속 해병대가 이라크 바그다드로 가는 길목인 티그리스강 인근을 지나고 있다. 동아일보DB
2003년 4월 2일, 미군 7연대 소속 해병대가 이라크 바그다드로 가는 길목인 티그리스강 인근을 지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후 유엔의 외교적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기정사실화했던 2003년 2월. 금값은 고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아직 전쟁 발발 이전이었는데도 시장은 이미 ‘전쟁은 일어난다’는 걸 가격에 반영해 버린 거죠. 2003년 3월 20일 미국 지상군이 이라크 국경을 넘었을 때 금값은 이미 온스당 340달러로 떨어져 있었고요.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미국의 승리가 확실해졌을 땐 전쟁 이전 수준인 320달러 선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
두 역사적 사례로 알 수 있는 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금 시장의 역학이 작용한다는 점이죠. 안전자산인 금값을 끌어올리는 건 불확실성입니다. 전쟁이 일어날지, 얼마나 심각할지를 알 수 없다는 그 공포가 금값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이죠.

하지만 첫 번째 미사일이 발사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되고 불확실성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가격을 끌어올릴 새로운 공포가 생겨나지 않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가격이 부담스러운 스마트 머니는 수익 실현에 나서고요. 그렇게 금값은 하락세로 돌아섭니다.

지난 3월 8일 이란 테헤란의 한 석유시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불타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 3월 8일 이란 테헤란의 한 석유시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불타고 있다. AP 뉴시스

지금의 이란전쟁도 이런 공식에 대입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이 ‘에픽 퓨리 작전’을 개시한 건 올해 2월 28일이지만,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지는 상당히 오래됐죠.

따져 보면 2024년 4월 13~14일 이란이 드론과 탄도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 영토를 사상 처음 직접 공격한 게 중요한 전환점이었는데요. 한동안 잠잠했던 금값이 이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고요. 이후 거의 2년 가까이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물론 상승분이 모두 이란 때문인 건 아니지만, 이란에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금값 상승에 어느 정도 일조한 셈이죠.

이후 올해 1월 초 이란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이란 정부는 무자비한 무력 탄압을 벌였는데요. 이를 계기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 개입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군사행동에 나설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됐고요. 1월 초 온스당 4400달러에 머물던 금값이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5600달러로 치솟았어요. 불확실성과 공포가 극에 달했던 시점이죠.

그리고 미국이 진짜로 테헤란에 미사일을 날린 지 4주가 되어가는 지금의 금값은? 다시 온스당 4400달러대로 돌아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매우 강력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이란에 처음 경고했던 시점(1월 9일)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전쟁 끝나면 다시 오를까?
여기까지 봤을 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겁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기 직전에 금을 사서, 전쟁이 터지면 얼른 금을 팔아야 한다는 거요.

아니, 이미 그럴 기회를 놓쳤다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알아봐야 할 건 이거겠죠. 전쟁이 끝나고 난 다음, 그땐 금값이 오를까요 떨어질까요.

이 역시 앞서 미국이 이라크와 벌였던 전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과거 두 전쟁 이후 금값 흐름이 정반대였거든요. 1991년 걸프전 이후 금값은 안정세를 보이며 장기 약세장에 진입했지만,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엔 금값이 무섭게 뛰며 대세 상승장이 펼쳐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26일(현지시간) 이란 발전소 공격을 4월 6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26일(현지시간) 이란 발전소 공격을 4월 6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왜 이렇게 달랐을까요? 두 전쟁이 미국 경제에 끼친 영향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1991년 걸프전은 미국이 연합군 지원을 받아 벌인 단기 전쟁이었죠. 그래서 전쟁 비용 중 80%가량을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일본·독일 등 동맹국들이 나눠 냈습니다. 국제 유가도 금세 안정을 되찾았고요. 전쟁 이후 회복이 빨랐고, 미국 경제에 그리 큰 부담으로 남지 않았죠.

반면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들어간 비용은 거의 다 미국의 몫이었는데요. 미국이 투입한 직접 전투 비용만 7500억 달러, 장기적 총비용은 무려 2조~3조 달러로 추정됩니다. 이걸 메우기 위해 미국은 엄청나게 국채를 찍어내야 했고요. 이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졌죠. 게다가 이라크의 원유 생산능력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국제 유가까지 무섭게 뛰었습니다. 당시 금값이 2004년 400달러에서 2008년 1000달러까지 급등한 배경엔 이런 이라크 전쟁의 후폭풍이 있었던 거죠.

이번 전쟁 이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 전쟁이 얼마나 길어지느냐, 미국 경제와 중동 원유생산 능력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느냐가 결국 관건이 될 겁니다. 아직 그 답을 알긴 어렵지만, 한번 지켜보시죠.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3월 27일(금요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금값#이란전쟁#안전자산#지정학적 위기#미국 중동 정책#금리 인하#유가 상승#걸프전#이라크전쟁#투자자 심리#딥다이브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