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수영]‘마음의 빚’을 왜 선거에서 갚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5일 23시 15분


홍수영 오피니언팀장
홍수영 오피니언팀장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계 복귀를 꾀하는 이들의 출마의 변을 봤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지사직을 상실했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도민들께는 커다란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도정 중단이라는 빚을 갚을 기회를 달라는 얘기다. 같은 당 송영길 전 대표는 내리 5선을 한 인천 계양을을 향해 “빚을 졌다. 그 빚, 책임으로 갚겠다”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22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이어 1심 징역형, 2심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최근 검찰의 상고 포기로 무죄가 확정됐다. 공천 여부는 지켜볼 일이지만, 지역구를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뽑아주면 빚 갚겠다는 조건부 ‘송구’

빚. 처음에는 그저 출마자들에게 자주 듣던 정치적 레토릭이려니 했다. ‘정치인이라면 외곽에서 잽 날리지 말고 링에 올라야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고 곳곳에서 던지는 출사표를 보고 선(線)에 대해 떠올렸다. 김 후보와 송 전 대표는 각각 사면·복권과 무죄 확정으로 적어도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빚(사법 리스크나 정치적 논란)이 있는데 선거에서 뽑아주면 갚겠다는 이들까지 쏟아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선 자금 수수 의혹으로 1, 2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그는 “대법원 판단 때문에 일상을 중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사례까지 주워섬겼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받고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가 7개월 만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도 있다. 그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25일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안위만 생각하면 의원 자리가 더 편한데 “시민과 당원들의 부름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코인 투기’ 논란을 ‘현지 누나’ 논란으로 덮은 민주당 김남국 대변인은 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노리고 있다. “시민 뜻을 따르겠다”면서도 안산에서 새벽 5시 반에 국회로 출퇴근한다고 시민들을 압박한다.

형을 다 살았거나 사면·복권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한 이는 물론이고 논란에 휩싸인 이, 재판 과정에 있는 이 누구나 출마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준선을 뒤로 한 발 물리면 어떻게 될까. 그 배로 나서는 게 여의도다. 선거에서 당선되면, 즉 정치적으로 선택을 받으면 죗값을 치르기도 전에 ‘나쁜 검사·판사·정권’ 프레임을 만들기 쉽다. “무엇이 진실인지 국민이 심판했다”며 개인 비리로 죗값을 치르고서 정치보복의 희생양인 양 포장할 수 있다.

이를 알기에 김경수는 “도민들께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한다. 추경호는 “원내대표였다는 이유만으로 정치공작성 수사의 표적이 됐다”고 주장한다. 또 대출 사기 등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민주당 양문석 전 의원이 김용을 향해 “지역구(안산갑)를 맡아주면 시민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떠든다. 빚을 지지 말아야지, 왜 빚을 지고서 제 것도 아닌 지역구를 양도하려 하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기준선 무너지면 정치가 방패가 된다

이런 일들이 당연해지면 자신을 지키려고 출마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2024년 조국 출마가 2026년 김용 출마를 부르듯. 그렇기에 ‘빚’ 운운하는 여의도 언어를 너그럽게 받아줘선 안 된다. 선거는 정객들의 명예 회복 무대가 아니다. 각종 논란과 리스크 속에 선 인사들에게 방패를 쥐여주는 장은 더더욱 아니다. 평범한 국민은 보통 잘못하면 자숙한다.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정치가 이런 상식에서 멀어질수록 국민에게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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