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국민연금이 기업이 내놓은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적극적인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줄이려고 이사회 구조를 바꾸는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기업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데 반대하기도 한다. 소액주주 이익을 챙기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흔든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주 효성중공업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이사 정원을 줄이는 회사 측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올가을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줄이려는 기업의 움직임을 막은 것이다. 또 이번 주 열릴 신한금융그룹 주총에선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6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높은 경영 성과 등을 이유로 찬성하는데도, 과거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 당국의 경징계를 받았던 점을 들어 국민연금은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낸다는 게 국민연금의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기업의 정당한 경영권 방어까지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올해 9월부터 의무화되는 집중투표제는 복수의 이사를 뽑을 때 주주가 이사 수만큼 표를 행사해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사회에 들어와 무리한 요구를 하려는 행동주의 펀드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기업의 자연스러운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독립되지 않은 국민연금 지배구조 때문에 특정 기업 최고경영자에 대한 의견 개진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수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정부 부처 차관 6명도 포함돼 있어 위원의 3분의 1이 정부 인사다.
한국 상장회사 넷 중 하나에서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절대 갑’의 위치에 있다. 그런 국민연금이 ‘정답이 없는’ 기업 지배구조, 경영 방식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압박하는 건 기업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요동치는 국내외 자산시장에서 국민 노후 자금은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운영하는 본연의 임무를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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