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어-불어에 없는 부드러운 멜로디, 한국어 그 자체로 아름다워”

  • 동아일보

LG와 함께하는 제21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 심사 앞둔 마조브-하일커 심사위원
마조브 “가사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자기만의 색 입혀 전달할 수 있어야”
하일커 “테크닉 중시 분위기 벗어나… 최근엔 개성 강한 목소리 주목받아”
11개국 175명 지원 3개국 13명 올라
김소월 ‘산유화’ 등 6곡 중 택해 불러

(왼쪽)페터 하일커, (오른쪽)안드레아스 마조브
(왼쪽)페터 하일커, (오른쪽)안드레아스 마조브

“가수는 가창력을 뽐내거나 가사를 전달하려고 무대에 서는 게 아닙니다. 목소리를 도구로 관객에게 감동과 이야기를 선사해야 하죠. 한국어에는 독일어나 프랑스어엔 없는 부드러운 멜로디가 있으니 그 자체로 아름다워요!”

‘LG와 함께하는 제21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심사위원 안드레아스 마조브와 페터 하일커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준결선에서 참가자들은 김순남 작곡가(1917∼1983)가 작곡한 우리 가곡을 부르게 된다. 한국어가 낯선 해외 심사위원을 상대로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 오장환 시인의 ‘상렬’ 등에 곡을 붙인 6곡 중 하나를 노래한다.

마조브 심사위원은 “가사를 모르는 관객도 가수가 무엇을 들려주려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목소리에 자기만의 색깔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조브 심사위원은 최근 독일 최대 규모 극장인 ‘도이체 오퍼 베를린’의 차기 오페라 감독으로 발탁된 인물. 독일 출신 극작가인 하일커 심사위원은 오스트리아의 ‘무지크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부예술감독 겸 캐스팅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두 감독은 이번 콩쿠르에서도 “매우 매우 유망한(very very promising)” 샛별들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성악 부문으로 열리는 올해 대회엔 11개국 175명이 도전장을 냈으며, 15∼18일 두 차례의 예선을 거쳐 3개국에서 온 13명이 준결선에 올랐다. 하일커 심사위원은 “한국은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가진 행운아다. 성악가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작곡가와 연출가, 지휘자가 많다”며 향후 한국이 스타 예술가 배출을 넘어 오페라 장르의 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콘텐츠를 보면 지난 50년간 모두가 따라가려 했던 미국식 서사와는 완전히 다른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거기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죠. 이런 감각을 오페라에도 접목한다면 한국의 오페라는 국내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마조브 심사위원 역시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한국만의 독창성이 핵심 무기”라고 짚었다.

“단순히 해외 프로덕션을 수입하는 단계에 그치지 않고, 여러분이 가진 세계 최고의 영화 산업처럼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무대에서도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콩쿠르의 경쟁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마조브 심사위원은 “모든 예술가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 경쟁한다”고 했다.

“오랜 전통이 있고, 같은 노래를 부르는 동료들이 있기에 무대에선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만의 소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하일커 심사위원은 요즘엔 “자기 색깔을 가진 성악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30년간 테크닉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개성이 약해졌는데, 다시 목소리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60∼70년 전엔 기술적으론 지금보다 부족했지만, 성악가마다 뚜렷한 색깔로 각자 다른 감동을 줬다”며 “특히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으로 관객이 ‘스펙터클함’에 익숙해지면서 개성이 없는 목소리는 외면받기 십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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