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뉴스페이스’라는 거대한 전환점에 와 있다. 이르면 6월 상장 예정인 미국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1조5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위성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민간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꿨고 이제는 위성인터넷에서 방산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복합 안보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우주산업은 ‘규모의 경제’ 논리와 민간 혁신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우리도 발사체와 위성체, 우주 서비스를 아우를 대한민국 대표 우주기업과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서둘러 키워야 한다. 우주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발사 비용의 획기적 절감과 반복 발사 능력에서 나온다. 국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를 넘어, 역량 있는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조기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맺은 전략적 제휴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혁신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단순 협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조적 통합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화의 발사체 역량과 KAI의 중·대형 위성 개발 및 데이터 분석 역량이 결합한다면 발사-위성-데이터-서비스로 이어지는 우주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분쟁 지역 군사작전에서 위성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2018년부터 육해공은 물론 우주, 사이버 등 모든 공간을 통합해 작전을 수행하는 ‘전 영역 작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는 2019년 창설된 우주군과 함께 통신위성, 정찰위성, 조기경보위성 등이 정보 수집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미래 산업의 기반이자 안보의 핵심 인프라다. 우리 군의 전 영역 작전과 유·무인 복합 체계의 고도화 역시 안정적인 우주 기반 통신망 없이는 어렵다.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역량은 앞으로 방산 수출 경쟁력까지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역할을 나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제한된 자원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는 세계 시장의 거대한 자본력과 혁신 속도를 따라잡기는커녕 보조도 맞출 수 없게 된다. KAI는 과거 항공산업 빅딜을 통해 탄생하며 우리 항공산업의 틀을 세웠다. 이제 시대가 바뀐 만큼 분산된 투자 구조를 넘어 새로운 전략적 결집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강한 우주국방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주산업 육성은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책임 있게 풀어가야 할 중요한 국가 과제다. 경남의 체계 종합 역량, 전남의 발사 인프라, 제주와 대전의 위성 활용·연구개발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려면 선도 기업을 축으로 발사체, 위성, 지상 서비스, 우주 소부장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통합형 우주산업 생태계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망이 아니라 결집이다. 그 결집이 대한민국 우주의 미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우주 영토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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