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모차르트는 36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작품 수는 엄청나다. 오스트리아의 음악학자 루트비히 폰 쾨헬이 1862년 그의 작품을 정리해 ‘쾨헬 번호(KV 또는 K.)’를 붙인 것만 626곡이나 된다. 이후 새로 발견된 악보와 편곡한 것들까지 합치면 1000곡이 넘는다고 한다. 쾨헬 번호 1번이 다섯 살 때 작곡한 것이니 매년 30곡 이상, 매월 2, 3곡씩 쓴 셈이다. 아무리 음악 천재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
어린 나이에 시작한 것도 비결이지만 온몸으로 작곡한 게 컸다고 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듯 그는 조용한 작곡가가 아니었다. 손과 입은 물론 온몸을 동원해 아주 요란하게 곡을 썼다. 영화에 나오는 이미지 그대로 괴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요즘 각광받는 뇌과학 시각으로 보면 그는 괴짜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생산적인 작곡가다. 최신 연구들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책상이나 피아노 앞에 앉아 머리만 쥐어짜기보다 가능하면 몸 전체를 쓸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부법이나 기억법을 가르치는 전문가들이 소리 내어 읽고 몸을 움직이면서 외우라고 하는 것도 더 쉽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국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명예교수는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이를 ‘온몸으로 생각하기’라고 한다. 뇌와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데다, 몸은 뇌의 지시만 따르는 일방적인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와 몸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쌍방향 관계다.
사실 이런 방법은 이제야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을 뿐, 어떤 분야에 뛰어난 사람들은 이를 스스로 터득한다고 한다. 루트번스타인에 의하면 합금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금속학자는 자신이 합금이라는 느낌으로 연구했고, 대형 기계 설치 전문가들은 특별한 전문지식과 시각만이 아니라 “촉각적이고 근육적인 지식”, 그러니까 ‘손 지식’을 동원했다. 손 지식이란 매뉴얼에 나올 수가 없는 일종의 암묵지다.
예를 들어 나사는 얼마나 조여야 하는지, 나사선을 깎을 때는 어느 정도로 돌려서 깎아야 하는지 같은 것이다. 말로 설명한다고 아는 것도 아니고, 책을 수없이 읽는다고 아는 것도 아니다. 몸으로 직접 경험해 봐야 아는 것이다. 도구를 자신의 일부로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테니스 선수가 라켓을 자신의 손으로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만났던 뛰어난 이들도 같은 말을 했다. 수술을 잘하는 의사는 원격 수술을 할 때도 수술 도구가 자신의 손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실력 좋은 포클레인 기사 역시 땅을 파는 도구를 자신의 팔처럼 여긴다고 했고, 자동차 레이서는 차를 자신의 몸으로 느낀다고 했다. 의수나 의족을 한 사람들은 이것들을 “내 몸으로 느끼면” 실제로 감각이 느껴진다고 한다.
세상에는 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해 보면서 느껴야 제대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갈수록 확산되는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몸을 잘 쓰는 능력이 필요해질 것 같다. AI가 잘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봄이다. 온몸으로 살기 딱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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