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최고가격제 첫날 주유소 가보니
2021년 11월 이후 하락폭 최대… 경유 가격도 하루새 46원 내려
김정관 “이미 가격인하 효과 나타나”
공정위-국세청, 주유소 집중 점검
기름값 싼 주유소에 몰려든 차량 행렬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첫날인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주유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64원으로 전날 1898원 대비 34원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큰 폭으로 내렸다. 전날까지 L당 휘발유를 1959원, 경유를 1999원에 판매했지만, 이날부터는 휘발유와 경유 모두 1895원으로 가격을 인하한 것. 이날 충북 청주에서 서울로 운전해 올라와 주유소를 찾은 이민형 씨(42)는 “올라오는 길에 주유소들을 들렀는데 기름값이 내려 다행스럽더라”라고 말했다.
주유소 업자들은 기름값을 내리느라 바빴다. 경기 광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40)는 “오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모두 50원가량 내려 L당 1815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3월 초 1900원대에 들여온 물량인데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이날 하루 만에 L당 35원 가까이 떨어지며 2021년 11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경유 가격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자 정유업계와 주유소가 기존 재고가 소진되지 않았어도 상한선을 고려해 가격을 적극 내린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864.07원으로 전일(1898.78원) 대비 34.71원(1.83%) 떨어졌다. 이는 2021년 11월 12일(―2.34%)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이다.
경유 가격 낙폭은 더 컸다. 이날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872.67원으로 전날(1918.97원)보다 46.30원(2.41%) 낮아졌다. 하락 폭과 하락률 모두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4월 이후 최대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주유소 1만646곳 중 휘발유 값을 전일 종가보다 내린 곳은 43.5%(4633곳)였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석유 시장 점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재고 소진 등으로 인해 (정유사 공급가가)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되기까지 최대 일주일가량이 소요되지만 이번엔 특별한 상황을 고려해 주유소·정유업계에서 동참하고 있다”며 “이미 시장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첫 최고가격 상한은 12일 정유사 공급가격 대비 휘발유가 109원, 경유는 218원 저렴하게 설정됐다. 이번 상한선이 유지되는 2주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 직전(L당 1898.78원)보다 100원가량 하락한 1800원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관계 부처는 전방위적인 ‘기름값 잡기’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 지역 주유소의 담합 의심 사례를 포착해 조사를 진행한다. 국세청은 13일부터 정유사가 적정 반출량을 유지하는지 확인하고, 주유소가 최고가격제를 소비자 판매가격에 반영하고 있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관세청도 이날 석유제품 수입업체들이 보세구역(물품을 관세 없이 보관하는 구역)에 물품을 반입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수입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세 가격의 최대 2% 가산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제도 정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손실 보전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신설 규정에 손실 보전 방안이 담겨 있지만 최고가격 산출식 등 다른 조항에 비해 손실액 산정 방법과 보전 기준 등 관련 내용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더 오르기 전에 주유하자’는 수요 쏠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비상 상황이 장기화할 때 팬데믹 때 시행된 마스크 요일제와 유사하게 주유 요일제를 시행하는 등 수요를 조절할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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