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과 비슷해 보이는데 가격은 새 제품의 70∼80% 수준이라, 굳이 새것 살 이유를 모르겠어요.”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박모 씨(34·여)는 12일 이렇게 말했다. 박 씨가 구매한 제품의 정가는 1000만 원대. 하지만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상태가 좋아 보이는 제품이 700만 원대에 올라오자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고가 제품을 중고로 구매하는 ‘리커머스(중고 거래)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매년 반복되는 명품 업체들의 반복적인 가격 인상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새것 같은 중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에 불과했던 국내 리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5년 43조 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리커머스 시장 역시 성장 추세다.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고 패션·명품 시장은 2025년 2100억 달러(약 310조 원)에서 연간 10% 성장해 2030년 3600억 달러(약 531조 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중고 시장의 성장세가 신제품 시장 대비 3배 빠르다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리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경제 침체로 합리적인 소비 문화가 확산했고, 온라인 플랫폼 사용이 쉬워지면서 개인 간의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 금액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는 명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등의 발달로 플랫폼들에서 자체 정품 인증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명품 중고 거래가 더 활발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을 구매함에도 불구하고 품질 보증이 어려운 중고 시장의 단점을 보완해 플랫폼이 정품 여부를 검수하고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며 개인 간 거래(C2C)에 개입하는 식이다.
2023년 8월 서비스를 개시한 패션 리커머스 플랫폼 ‘차란’은 올해 1월 품질보증형 C2C 서비스인 ‘차란마켓’을 선보였다. 여기서 거래된 제품이 짝퉁으로 판정되면 전액 환불 및 100% 보상을 제공한다. 번개장터는 중고 거래 토털 케어 프로그램인 ‘번개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융합형 과학 검수 솔루션 ‘코어리틱스(Corelytics)’를 통해 최근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하이엔드 주얼리들의 가품 여부도 정밀하게 검수하며 소비자 신뢰 확보에 나섰다.
이커머스도 중고 명품 플랫폼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SSG닷컴은 2016년부터 감정 전문 인력을 보유한 리본즈, 고이비토 등 신뢰도 높은 중고 명품 전문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와 고물가 시대 가치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지난해 중고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다”고 했다. 11번가 역시 ‘구구스(GUGUS)’, ‘고이비토’ 등 중고 명품 전문 판매 15개사와의 협업으로 9만 개가 넘는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계속된 가격 인상으로 명품이 점점 더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중고 명품 거래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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