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0% 수익률의 유혹? 중국 뒤흔든 ‘랍스터’ 광풍과 반전 [딥다이브]

  • 동아일보

최근 중국을 들썩이게 만든 ‘랍스터 키우기’를 아시나요. 랍스터란 별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 붐이 중국을 휩쓸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료 분양이라던 이 랍스터, 키워보니 하루 먹이값만 몇만 원씩 나간다죠. 게다가 주인 은행 계좌까지 털 수 있는 위험천만한 존재입니다. 한편에선 오픈클로 설치 열풍이 한창이지만, 다른 편에선 이걸 다시 지워주는 ‘제거 서비스’까지 등장했는데요. 중국의 ‘오픈클로 현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11일 중국 동부 저장성 후저우시에서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를 실행 중인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는 모습. 빨간 랍스터가 아이콘이어서 중국에선 ‘랍스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신화통신 뉴시스
11일 중국 동부 저장성 후저우시에서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를 실행 중인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는 모습. 빨간 랍스터가 아이콘이어서 중국에선 ‘랍스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신화통신 뉴시스

*이 기사는 3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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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발 가진 디지털 비서
3월 6일 금요일, 중국 선전의 텐센트 본사 앞에 1000명 넘는 사람이 몰려 줄을 섰죠. 텐센트 엔지니어들이 무료로 오픈클로를 설치해 준다는 소식에 몰려든 인파였습니다. 9살 초등학생, 70세 무형문화재 전문가, 가정주부 등 IT 업계와 거리가 먼 일반인이 많았죠. 중국에서 오픈클로가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요.

요즘 중국은 베이징·선전·항저우 등 전역에서 연일 ‘오픈클로 배우기’에 대한 강연과 행사가 이어집니다. 9일 푸셩 치타모바일 CEO가 진행한 ‘오픈클로 활용법’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엔 55만명의 동시 시청자가 몰렸어요. 온통 ‘랍스터(오픈클로의 별명)’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텐센트가 지난 6일 선전 본사 앞에서 연 오픈클로 무료 설치 행사장의 모습. 텐센트 제공
텐센트가 지난 6일 선전 본사 앞에서 연 오픈클로 무료 설치 행사장의 모습. 텐센트 제공

이 광풍의 실체를 들여다보기 전에 오픈클로가 뭔지부터 정리해 볼까요.
오픈클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입니다.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슈타인베르거가 2025년 11월 처음 선보였죠. 미국과 한국에서도 기술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상당히 인기를 끌었는데요.

오픈클로는 챗GPT 같은 AI 챗봇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챗봇은 말만 잘하지만, 오픈클로는 손이 있거든요. 이름에 ‘집게발(Claw)’이 들어간 이유이죠. 집게발처럼 컴퓨터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제어해서 업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OO에게 이메일 답장을 써줘”라고 하면 챗봇은 그 초안만 작성해 주잖아요. 오픈클로는 실제로 메일 앱을 열어 수신인을 지정하고 내용을 쓴 뒤 전송 버튼까지 누릅니다. 진짜 비서처럼 부릴 수 있는 거죠.

오픈클로는 로컬, 즉 내 PC나 스마트폰에서 작동한다는 것도 다른 점입니다. 챗GPT 같은 다른 AI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이에요. 그래서 내가 챗GPT에 한 질문, 공유한 자료는 오픈AI의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되죠. 그게 왠지 찜찜할 수 있는데요. 오픈클로는 내 컴퓨터 안에서만 데이터가 돕니다. 외부 서버를 통하지 않고도 그 안에 있는 자료를 AI가 읽고 분석하죠. ‘내 책상에 앉아서 내 컴퓨터를 직접 만질 수 있는 비서’인 셈입니다.

또 오픈클로는 일반 메신저를 통해 이용해요. 예컨대 챗GPT를 쓰려면 보통 챗GPT 전용 앱을 다운받아 사용해야 하는데요. 이와 달리 오픈클로는 텔레그램, 왓츠앱, 시그널, 아이메시지 같은 일반 개인용 메신저에서 대화하듯 사용합니다. 특히 중국에선 국민메신저인 위챗(WeChat)과 연동되면서 붐이 일었죠. 참고로 오픈클로는 오픈소스 기반이고, 누구나 공짜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AI 벼락부자가 될 기회?
어떤가요. 분명 혁신적인 서비스이긴 한데, 그렇게까지 열풍이 불 정도인가 싶기도 합니다. 중국엔 유독 AI 기술에 관심이 큰 얼리어답터가 많은 걸까요?

그런 건 아니고요. 지금 중국에서 오픈클로 광풍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잘만 하면 그걸로 대박 날 수 있다는 (섣부른) 희망, 그리고 남이 다 하는데 트렌드에 뒤처질 수 없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이죠.

이메일 정리, 주간 보고서 작성, 경비 정산, 회의실 예약, 엑셀 시트 업데이트. 이런 정도의 작업이라면 오픈클로에 맡긴다고 해서 그리 큰돈이 되진 않겠죠. 하지만 이런 건 어떨까요? 주식 자동 매매.

‘오픈클로에 50달러의 투자금을 줬더니 48시간 만에 2980달러로 불려 무려 5860% 수익률을 달성했다.’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이런 글이 지난달 온라인에서 퍼져나갔습니다. 오픈클로로 미국의 예측 사이트 ‘폴리마켓’에서 투자해 대박을 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오픈클로는 ‘실제로 일을 해내는 인공지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openclaw.ai
오픈클로는 ‘실제로 일을 해내는 인공지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openclaw.ai

누가 썼는지 모를 이 영문글이 중국어로 번역돼 소개됐고요. 2월 설날 연휴를 기점으로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나도 한번 랍스터(오픈클로)에 주식 투자를 맡겨볼까’라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었고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랍스터 주식투자법’을 알려준다는 동영상 강의가 마구 생겨났죠. 심지어 여러 증권사까지 이에 가세해, 오픈클로를 이용해 투자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특별 보고서를 앞다퉈 내놨습니다.

일단 오픈클로가 뜨자, 돈벌이에 이걸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각종 성공 사례가 속속 쏟아져 나옵니다. 대표적인 게 소셜미디어 계정 관리이죠. 오픈클로는 소셜미디어에 글과 사진, 동영상을 올리고 댓글까지 달 수 있어요. 사람처럼 메시지를 보내거나 그룹 채팅도 할 수 있고요. 수십, 수백개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아주 손쉽게 관리하게 됩니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도 일부 맡길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런 걸 오픈클로에 시키는 거예요. ‘매일 아침 6시에 경쟁업체 가격을 검색해서 그 최저가보다 50위안 저렴하게 내 판매가격을 조정해 줘.’ 예전 같으면 사람이 시간을 들여 일일이 찾아보거나, 엔지니어를 고용해 프로그램을 짜야만 가능했던 일을 이젠 오픈클로로 쉽게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렇게 쉽고 편하다고? 그러면 나도 이걸로 부업이나 해볼까?’ AI 기술과 별 상관없던 가정주부나 은퇴자들까지 오픈클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오픈클로가 ‘24시간 지치지 않고 일하는 슈퍼 직원’ 역할을 할 테니, 1인 창업도 충분히 가능할 거란 기대가 커지죠.

중국 지방정부들은 오픈클로 열풍을 더욱 부추기고 나섰습니다. 벌써 20개 이상 도시가 ‘오픈클로 기반 프로젝트를 우리 도시에 유치하겠다’며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어요. 임대료 면제, 컴퓨팅 파워 제공은 물론이고요. 최대 600만 위안(약 12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발표한 도시(쑤저우 창수시)도 나왔죠.

이로 인해 웃게 된 건 중국 기술기업들입니다. 자체 AI 모델을 보유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즈푸, 키미, 미니맥스 같은 AI 기업들이죠. 오픈클로 이용자 중 자기네 AI 모델을 선택한 사람이 많아지면 매출이 급상승하게 되니까요.

랍스터 양식엔 돈이 든다
3월 들어 중국 내 오픈클로 열풍은 극에 달했고요. 아직도 그 열풍이 이어지고는 있는데요.

하지만 미묘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실제 오픈클로를 이용해 본 사람이 늘어나면서 두 가지 사실을 깨우치게 됐기 때문이죠. ①랍스터를 키우려면 꽤 비싼 먹이를 줘야 합니다. ②랍스터는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단히 조심해야 합니다.

앞에서 오픈클로는 오픈소스라서 무료라고 얘기했는데요. 하지만 오픈클로에 일을 시키는 데는 돈이 듭니다. 왜? 오픈클로는 프레임워크(뼈대)일 뿐이라서, 실제 일을 할 땐 외부의 거대언어모델(LLM), 예를 들어 GPT-4나 제미나이를 매번 호출하는데요. 그 이용료는 사용자가 내야 하죠. 랍스터를 공짜로 분양받더라도, 키우려면 먹이를 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랄까요.

그리고 그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오픈클로에 맡기는 복잡한 작업은 단순 챗봇 대화보다 수백, 수천 배 더 많은 토큰을 소모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자동화된 작업을 24시간 내내 하면 하루 400위안(8만6000원)쯤 든다고 해요. 랍스터 먹이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24시간 내 컴퓨터를 가지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AI 비서 오픈클로. 강력한 성능만큼 그 위험도 크다. 동아일보DB
24시간 내 컴퓨터를 가지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AI 비서 오픈클로. 강력한 성능만큼 그 위험도 크다. 동아일보DB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랍스터에 내재한 위험성입니다. 앞에서 오픈클로가 내 컴퓨터를 조작하는 비서와 같다고 설명했는데요. 만약 그 비서가 내 이름으로 이상한 이메일을 보내거나, 은행 계좌에서 돈을 빼돌리거나, 아니면 컴퓨터를 초기화시켜서 데이터를 몽땅 날려버리면 어쩌죠?

생성형 AI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환각(Hallucination)이고요. 이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은 언제나 있는 법입니다. 실제 오픈클로가 명령을 오해하고 15년 치 가족사진을 날리거나, 받은 편지함 전체를 일괄 삭제해 버린 사례가 이미 있는데요. 그래서 일론 머스크는 오픈클로 사용을 두고 이렇게 경고합니다. “사람들이 자기 삶 전체에 대한 루트 액세스(관리자) 권한을 넘겨주고 있다.”

오픈클로는 너무 높은 수준의 시스템 권한을 부여받은 탓에 보안 면에서도 대단히 취약합니다. 해킹에 일단 뚫리면 사용자의 모든 정보가 탈탈 털리게 될 테니까요. 실제 오픈클로를 이용하다 신용카드 정보가 도용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중국 국가인터넷응급센터(CNCERT)는 오픈클로의 심각한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며 이렇게 당부했어요. “오픈클로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지 마세요. 신뢰할 수 있는 채널에서 검증된 프로그램만 설치하고, 보안 패치를 설치하세요.”

일론 머스크는 ‘사람들이 오픈클로에 자기 삶 전체에 대한 루트 액세스 권한을 넘겨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X 화면 캡처
일론 머스크는 ‘사람들이 오픈클로에 자기 삶 전체에 대한 루트 액세스 권한을 넘겨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X 화면 캡처


금을 캐느냐 삽을 파느냐
결론적으로 오픈클로는 아직까진 ‘만능 도구’라기엔 부족한 실험단계 제품에 가깝습니다. 효용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보안이 너무 취약하죠.

게다가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는 일반인 입장에선 초기 설치 작업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선 신종 사업이 생겨났죠. 오픈클로 원격 또는 방문 설치 서비스. 한 번에 300~500위안(약 6만~10만원)을 받고 오픈클로를 설치해 주는 사업자들이 수도 없이 생겼고, 대활황입니다. 며칠 만에 이 사업으로 26만 위안(약 5500만원)이나 벌었다고 인증한 이가 있을 정도인데요.

그런데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오픈클로 무료 설치를 위해 텐센트 본사 앞에 긴 줄이 늘어섰던 게 불과 지난주 금요일인데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1일 중국 언론엔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가정 방문 오픈클로 제거 서비스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299위안의 가격으로 조용히 등장했다.’

중국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오픈클로 제거 서비스 홍보 이미지. “안전하고 완벽하며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라고 광고한다.
중국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오픈클로 제거 서비스 홍보 이미지. “안전하고 완벽하며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라고 광고한다.

랍스터를 분양했던 업자들이 이제 ‘랍스터 죽이기’까지 발 빠르게 사업화했다는 소식입니다. 비용과 보안 등의 문제로 오픈클로 제거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겠죠. 한쪽에선 여전히 열풍인데, 다른 쪽에선 벌써 열기가 식어가고 있군요.

참, 시장의 순환이 빠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교훈은? 골드러시 시대에 돈을 버는 건 금을 직접 캐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에게 ‘삽과 곡괭이’를 파는 사람이란 점이죠. 사용법도 잘 모르는 AI 에이전트 설치를 위해 다들 서두르는 동안, 누군가는 그들을 상대로 양쪽(설치와 제거)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역시 기술 혁명은 항상 새로운 사업 기회를 동반하는 법이로군요.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3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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