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종종 올라오는 따뜻한 목격담들이 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신고 있던 신발을 노숙인에게 벗어주는 사람을 봤다는 내용이다. 신발을 벗어주면 자신이 차가운 바닥과 뾰족한 물질에 노출되기에 선뜻 하긴 어려운 선행이다. 이런 사람들은 ‘제2의 크리스’라 불리기도 한다. 2012년 크리스 더블디라는 캐나다 버스 기사가 맨발로 걷던 노숙인에게 신발을 벗어준 일이 널리 알려진 이후부터다.
▷최근 화제가 된 한 여성화 브랜드 ‘착한구두’의 선물은 응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회사 입사 면접에서 떨어진 한 지원자는 “저희 신발이 후보자님의 내일에도 닿기를 바란다”면서 발 사이즈를 묻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문자에는 “앞으로 모든 길 위에서 발걸음만큼은 조금 더 가볍고 편안하길 바란다”는 응원도 담겼다. 그는 새 구두 덕분인지 취업에도 성공했다는 얘기를 X(옛 트위터)에 올렸고, 수백만 명이 조회했다.
▷교제 중인 이성에게 신발을 선물하면 떠나간다는 속설이 있다. 신발이 ‘이동’을 위한 수단이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말이 생긴 듯하다. 실제로도 신발 선물을 꺼리는 연인이 꽤 있다. 하지만 가족에게까지 그런 미신이 닿진 않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주인공은 결혼을 앞두고 생전 처음 아버지에게 선물을 한다. 자신과 버진로드를 함께 걸을 때 신을 새 구두다. 무뚝뚝했던 딸의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긴 구두는 너무 커서 불편하지만, 그 마음만으로 충분했던 아버지는 “딱 맞다”며 기뻐한다.
▷이유는 달라도, 큰 구두를 선물받고 바꾸지 못하는 이들이 현실에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플로샤임’ 브랜드 구두를 선물받은 고위공직자들이 그렇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초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 구두를 신은 모습이 포착됐는데, 뒤꿈치가 손가락 두 개는 들어갈 만큼 남았다고 한다. 트럼프가 발 크기를 눈대중으로 짐작해 주문했기 때문이다. 백악관 참모 여럿과 일부 공화당 의원도 같은 구두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조금 불편하다고 다른 구두를 신었다간 불충하다거나 팀워크를 깬 행동으로 오해받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법하다.
▷정치인들이 ‘낡은 구두’로 서민 이미지를 부각시키곤 하지만, 트럼프처럼 자신이 즐겨 신는 구두를 직접 선물한 사례가 흔한 건 아니다. 내가 좋으면 남도 좋아할 것이란 트럼프식 일방주의가 드러나는 장면일 수 있겠다. ‘트럼프 구두’는 또 그가 얼마나 가까운 측근인지를 확인하는 표식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이 구두는 145달러 정도로, 억만장자 트럼프의 신발치고는 저렴하다. 백악관에선 선물로 받기 전 스스로 구매해 은근히 충성심을 드러내는 참모도 더러 있을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