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강론[임용한의 전쟁사]〈405〉

  • 동아일보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론을 계기로 유럽의 주요 강국들이 다 같이 미국을 비난하고 유럽 자강론을 부르짖게 됐다. 심지어 미국이 강대국의 지위를 잃어서 저런 난동을 부린다는 식의 말까지 했다. 독일 총리가 반대하긴 했지만 내부에선 자체 핵무장에 대한 논의가 제기됐다. 일본도 재무장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세계가 힘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국제 정치의 작동 원리는 힘이다. 국제 조약은 문서가 아니라 군대를 통해 보장된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상식처럼 통하는 이 명언들은 모두 유럽의 경험을 통해 유럽인의 입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유럽은 이를 잊고 살았다. 아니, 잊었다기보다는 잊은 척했거나 순진한 평화주의를 내세우고 반사이익을 누려 왔다. 2월에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안보포럼 뮌헨안보회의(MSC)는 유럽의 미국 규탄장처럼 됐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이에 대한 반성도 보인다.

지금 유럽은 겉으로는 미국의 배신과 타락을 소리 높여 비판하지만, 진정한 적은 그들 자신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미국 의존을 줄이고, 유럽의 군대와 연합을 실전성 있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 군사비 확충, 징병제 재도입 등은 국민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미국은 이를 위한 동네북이 돼주고 있다.

미국의 폭언과 횡포는 유럽 자강론과 재무장의 성공을 위한 계산된 자극일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은 마약과 같은 속성이 있다. 힘으로 해결하다 보면 힘을 남용하게 되는 것이 역사의 철칙이다. 요즘 미국을 보면 중독 증세도 보이는 듯하다. 유럽도 자강에 성공하면 어찌 될지 모른다. 약하면 피해자가 되고, 강해지면 가해자가 된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세계는 현실주의가 이상주의를 대체하는 주기에 접어들었다. 19세기 말 조선은 이러한 흐름에 반대로 행동하다가 비극을 맞았다.

#유럽 자강론#그린란드 합병론#미국 비난#독일 핵무장#일본 재무장#국제 정치#뮌헨안보회의#나토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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