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는 휴먼(Human)과 인텔리전스(Intelligence)를 합성한 말로, 사람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뜻한다. 영화 ‘휴민트’에서 국정원 블랙요원 조 과장(조인성 분)은 휴민트 작전을 수행하다 정보원이 희생되는 사건을 겪는다. 정보 수집 활동을 하다 희생된 것이지만 정보원 또한 사람인지라 조 과장의 마음은 흔들린다. 희생된 정보원은 자신들이 구해줄 거라 믿었다고 조 과장이 항변하자, 상사는 이 바닥에 믿음 따윈 없다며 그저 일이니 적응하란다. 조 과장은 말한다. “사람 죽는 게 적응하고 말고 할 문젭니까?” 그러자 상사도 자조하듯 말한다. “누군 적응해서 일하냐? 일하면서 적응하는 거지.”
‘일’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사적인 감정을 배제해야 마땅한 어떤 것이라 여기곤 한다. 하지만 조 과장의 말처럼 죽고 사는 문제를 일로 치부하며 사적인 감정을 배제한다는 게 인간으로서 적응할 수 있는 일일까. ‘휴민트’는 희생된 정보원에게 부채감을 가진 조 과장이, 그 죽음의 단서를 추적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날아가 새 휴민트 작전으로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남북 분단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첩혈쌍웅’에 가까운 스파이 액션물이지만, 그 액션의 목표가 사람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뜨거운 피가 느껴진다. 액션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눈처럼 차갑지만, 마음은 그 위에 흩뿌려지는 피처럼 뜨겁다고나 할까.
그저 일일 뿐이고, 그래서 생존을 위해 했을 뿐이라는 말은 저편에 그 일로 인해 희생된 사람이 있었다는 걸 지우기 위한 변명이 아닐까. 조 과장이 말하듯, 죽고 사는 문제에 ‘적응’이 있을 수 없다. 일이라는 변명이 있을 수 없다. 그들은 일의 부속이 아니라 피가 흐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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