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 낭만 불빛 밝힌 고향사랑기부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8일 10시 07분


광주극장은 90년 동안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모여 문화와 예술을 나누어 온 공간이다. 광주 동구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극장은 90년 동안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모여 문화와 예술을 나누어 온 공간이다. 광주 동구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한적한 휴일인 7일 오후 4시경 광주 동구 충장로 5가. 1980년대 풍경이 남아 있는 광주극장에서 일본 영화 ‘국보’를 보고 나오던 김선후 씨(27)는 “극장 스크린에 낭만이 흐른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극장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볼 수 없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다. 영사기와 스크린이 교체되면서 화면이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친구와 영화를 보러 온 정채현 씨(31·여)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 씨는 “예술과 문화의 향기가 살아 있는 광주극장의 영사기와 스크린이 교체돼 관객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 광주극장 1층은 각종 영화 포스터와 소품으로 꾸며져 있어 낭만적 분위기와 옛 극장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 광주극장 1층은 각종 영화 포스터와 소품으로 꾸며져 있어 낭만적 분위기와 옛 극장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극장은 1935년 개관 이후 90년 동안 국내외 다양한 영화와 예술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영화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겨온 공간이다. 현재 4층 건물(2000㎡ 규모)로 운영되며, 관람석은 800석 규모다. 1층 로비는 오래된 영화 포스터로 꾸며져 있고, 3층에는 사용하지 않는 낡은 영사기 두 대가 전시돼 있어 옛 극장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김형수 광주극장 전무이사는 “극장은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모여 문화와 예술을 나누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극장은 특정 시간대에 한 편의 영화만 상영하는 단관 극장이다. 12월 한 달 동안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의 ‘국보’, 한국 독립영화 ‘세계의 주인’, 1960년대 아르메니아에서 제작된 ‘석류의 빛깔’ 등 총 7편의 영화를 날짜와 시간별로 상영한다.

그러나 OTT 확산과 복합상영관 증가로 관람객 발길이 줄면서 극장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광주극장에 다시 ‘낭만의 불빛’을 밝히는 데 힘을 보탠 것이 고향사랑기부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 광주극장 3층에는 사용하지 않는 낡은 영사기 두 대가 전시돼 있어 극장의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 광주극장 3층에는 사용하지 않는 낡은 영사기 두 대가 전시돼 있어 극장의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 동구는 6월 고향사랑기부금 2억2000만 원으로 광주극장 스크린과 영사기를 교체했다고 8일 밝혔다. 새 스크린은 가로 16m, 세로 7m 크기로 몰입감이 높고, 교체된 디지털 영사기는 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동구는 내년에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광주극장 2층 관람석 의자와 냉·난방기를 교체할 계획이다. 또 광주극장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

동구는 인구 10만5000여 명, 재정자립도 14.16%, 소멸위험지수 0.53 등 어려운 여건을 가진 도심형 자치구다. 도시 특성상 ‘고향’ 개념이 희박하지만, 지역 문제 해결 중심의 지정 기부라는 특색 있는 정책을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를 제외한 타 지역에 연간 최대 20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자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지역 소상공인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광주 동구는 6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광주극장 스크린(사진)과 영사기를 교체했다. 새 장비는 한층 선명한 화면을 제공해 관람 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 동구는 6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광주극장 스크린(사진)과 영사기를 교체했다. 새 장비는 한층 선명한 화면을 제공해 관람 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동구는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해 광주극장 보전뿐 아니라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 지원 △유기견 입양센터 운영 △통기타 음악교실 운영 △소외계층 집수리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 지원을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어 요양보호사 취업이나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성과도 나왔다.

불로동 유기견 입양센터에는 지난달 기준 시민 2455명이 방문해 보호견 22마리를 입양했다. 통기타 교실은 지역 초등학생 1100명에게 음악을 배울 기회를 제공했고, 저소득층 집수리 사업은 22가구의 주택과 담장을 보수해줬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이 필요로 하는 곳에 투자가 이뤄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소중한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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