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럭셔리 제품 저채도 색상 써야 비싸게 팔린다

  • 동아일보

탁하거나 흐린 색상 쓰면
시간에 따라 바랜 느낌 줘
브랜드 전통을 더 높게 평가

명품 등 럭셔리 제품에 채도가 낮은 색을 사용하면 소비자가 브랜드의 지위를 더 높게 평가해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용한 색감이 더 고급스럽게 여겨진다’는 통념이 실제 구매 현장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채도 색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이유는 탁하거나 흐린 색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랜 듯한 느낌을 전달해 브랜드 유산(heritage), 즉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인식은 브랜드 지위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만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 최근 창립돼 새로움을 강조하는 브랜드에서는 이 효과가 약화되거나 역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펄로 뉴욕주립대 경영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최근 저채도를 사용한 제품이 브랜드의 전통과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그 지위를 높인다는 경로를 밝혀냈다. 소비자는 덜 선명한 색을 볼 때 시간이 지나도 남는 무게감을 느끼고 이를 고급 브랜드의 핵심 속성인 ‘연속적 헤리티지’와 연결시킨다는 설명이다. 연속적 헤리티지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김 없이 유지하고 계승해온 특징, 정체성, 가치, 서사를 가리킨다. 한편 시각적으로 얼마나 두드러지는지, 눈길을 끄는지는 이런 헤리티지 인식과 브랜드 지위를 높이지 못했다.

이 결과는 7차례에 걸친 실험·현장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저채도가 고채도 대비 브랜드 지위를 높게 평가하게 만들면서 고객이 돈을 지불하려는 의향도 저채도 조건에서 고채도 대비 의미 있게 높아졌다. 고객들이 더 비싼 가격을 내고 구매하려 했다는 의미다. 아울러 실제로 상류층이 주로 참석하는 고급 파티에 간 사람들 역시 현장에서 저채도 럭셔리 아이템을 더 많이 선택했다. 이 아이템을 통해 높은 지위를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과시하려는 지위 신호 동기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 창립했거나 혁신 이미지를 앞세운 기업의 경우 저채도 색상의 지위 상승 효과가 약해지거나 역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가 최근 창립 연도를 전면에 홍보하면 저채도가 불러오는 ‘오래됨’의 신호가 상쇄돼 긍정적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브랜드가 새로움을 강조하려고 할 때는 저채도보다 고채도 색의 시각적 두드러짐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오히려 지위 인식을 높였다. 이는 저채도 색상의 긍정적인 순기능이 스타트업 등 기술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기업들에 브랜드의 콘셉트, 지향점과 색상의 조합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오래된 유산과 전통,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클래식 브랜드라면 저채도 조합이 유리하지만 신기술과 파격, 미래 지향성을 앞세우는 혁신 브랜드라면 고채도 전략이 지위 인식을 높일 수 있다. 즉, 브랜드의 나이, 시장 포지셔닝 등에 따라 채도 전략을 달리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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