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돼
한은, 주도권 확보 의지 강력 표출
대선 앞두고 정치권 논의 급부상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코인)의 발행이 허용된다면 통화당국이 인가 단계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6·3 대선을 앞두고 관련 논의가 뜨거워진 가운데 한은도 중앙은행으로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이달 9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동향 및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금 등 특정 자산과 일대일로 연동돼 가치가 고정되는 가상자산을 뜻한다.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비교해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인 거래, 결제 등을 도모할 수 있다. 실제로 테더 같은 미국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송금 및 결제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현재 2300억 달러 규모인 관련 시장이 2028년까지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고 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안정, 통화정책,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이 허용되지 않고 있으나, 최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관련 시장을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허용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주권을 침해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외부 충격으로 코인의 투매가 발생하면 관련 위험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돼 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도입, 규제 방안 등을 마련할 때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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