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살리겠다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부터 발효돼 모든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12일 오전 인천 동구 한 철강 공장에서 철강들을 대형트럭에 옮기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미국이 ‘관세 유예’로 지정한 자동차 부품 등 87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1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본격 시행까지 불과 3시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세관 당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계속 바뀌고 있어 국내 수출 기업들 역시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홈페이지를 통해 유예로 분류됐던 87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12일 0시 1분(미 동부 표준시 기준)부터 즉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5일 관세 부과 대상 253개 파생상품 중 87개에 대해선 관세를 유예했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이 많은 자동차 부품 품목 5개도 유예될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를 일주일 만에 다시 철회한 것이다.
이로써 일부 자동차 부품 등 관세가 유예된 품목들의 관세 부과가 모두 확정됐다. 이 중에는 자동차 범퍼와 서스펜션 등도 포함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범퍼(완충기) 및 부속물의 대미 무역 수지는 최소 3800만 달러에 달한다. 서스펜션 및 부속물의 대미 무역 수지 역시 2억50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번 관세 부과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합의했던 철강 면세 쿼터(연간 263만 t)가 결국 폐기됨에 따라 철강업계는 제품 가격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 관세 25% 부과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쿼터 제한은 사라진 만큼 미국의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품목별로 수출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 철강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고망간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품질 향상에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자체 아웃리치(대외협력)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다. 이날 경기 화성시에서 진행된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철강·알루미늄 수출기업 대표들은 입을 모아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알루미늄 제조업체 대표인 유경연 씨는 “올해부터 미국 현지 기업과 알루미늄 부품에 대해 연간 500만 달러 상당의 수출 계약을 진행 중인데,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현지 기업 측이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며 계약을 스톱했다”고 말했다. 파스너(금속 접합 부품) 제조 업체 대표인 정한성 씨는 “과거에는 포스코에서 원자재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어 팔기만 해도 돈을 벌었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싼 원재료를 사지 못하면 낙오하는 시대가 됐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긴급대응반’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철강·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애로사항과 필요한 정책 등을 설문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 제공, 법률 서비스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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