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에 불어오는 ‘트럼프 폭풍’[기고/전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3일 03시 00분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
미국은 중국에 비해 현저히 약화된 해운력 및 해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4년 12월 미 의회에 초당적으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다. 현재 93척(1000t 이상 외항선)에 불과한 국제무역선을 2034년까지 250척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93척도 15년 이상의 노후 선박이 55%에 달해 2034년까지는 250척 전량을 새로 건조해야 된다. 미 해군도 향후 30년간 해군함대 364척(전투함 293척, 지원함 71척)을 건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총 1조 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은 존스법에 의해 미국 내에서 건조된 선박에 한해 미국 내 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동안 미소 냉전 체제의 완화와 미국 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조선업도 힘을 잃어 과거 400여 개에 달하던 조선소가 현재는 21개만 남아 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는 건조 역량이 풍부한 외국 조선사의 투자를 유도해 자국 내 조선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선박 건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지만 당장 급한 중국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조선 능력이 우수한 동맹국과의 공조를 통해 선박 확보를 추진할 것이다. 현재는 존스법상 제한이 자유로운 함정 유지보수 분야에서 한국, 일본 조선소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인도차이나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해군에 비해 약세인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해군 분야의 건조 수요를 충당할 수밖에 없다.

미 국방부는 올 1월 중국의 글로벌 해운선사인 COSCO, 조선소인 CSSC 등 핵심 기업들을 중국 군사기업 리스트에 올리고 미 국방부와의 직접 거래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 해당 기업은 공급망에 포함된 상품, 서비스를 조달할 수 없다. 이는 우리 해운업에도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다. 전략상선 건조의 경우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과 원유 수출이 증가함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선박과 탱커의 건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소유하고 있는 LNG 선박은 전무하다. LNG 선박 건조 능력의 93%를 한국과 일본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리한 환경에 변수는 없을까. 상대는 도널드 트럼프다. 이 모든 정책이 오직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기치 아래 시행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에서의 선박 건조를 방위비와 연관시킬 가능성이 있다. 방위비 계산에 선박 건조 비용을 포함시키거나 선박 건조 가격의 파격적 할인을 시도할 것이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이 협상 테이블에서 강압적 분위기를 만들어 본인에게 유리한 조건을 최대한 확보하고, 심지어 커피값까지 내게 한다는 일화를 유럽 신문들은 많이 다루고 있다. 우리도 협상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야 하며 조선소끼리 과당 경쟁이 없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한국#도널드 트럼프#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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