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여유… 이바라키에서 즐기는 특별한 ‘라운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1일 03시 00분


일본 이바라키현

명문 골프장 올드오차드CC 전경. 지난해 12월 초였음에도 초가을 날씨를 보였을 정도로 온화하다. 이바라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골프 천국’ 일본 이바라키(茨城)현이 한국인 곁에 성큼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청주공항과 이바라키공항을 잇는 에어로케이(Aero K) 전세기가 취항하면서 올 3월 4일까지 주 3회(화, 목, 토요일) 운항하게 된 것이다. 동남아 골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저렴한 가격과 온화한 날씨가 장점인 이바라키현도 고려해 볼 만하다. 청주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도착한다.

● 알고 보면 ‘골프 천국’

한국인에게 이바라키현은 생소할지도 모른다. 일본 간토(關東) 북부에 있는 이바라키현은 도쿄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가깝게는 30km, 멀게는 150km 떨어져있다. 태평양에 접한 데다 강, 호수, 산 같은 자연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골프를 즐기는 한국인에게는 훌륭한 경관과 시설을 자랑하는 골프장과 사시사철 춥지않은 날씨, 그리고 상대적으로 싼 비용이야말로 이바라키현의 장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 기온이 영하권을 기록하며 눈이 내리는 12월에도 이바라키현의 평균기온은 2∼10도를 유지한다. 가장 추운 1, 2월에도 평균기온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눈도 거의 내리지 않음은 물론이다.

서울 면적(약 605㎢)의 10배 정도에 인구 280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바라키현에는 골프장이 114개나 있다. 이 중 국제적인 골프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수준급 골프장도 10개가 넘는다. 이바라키현 남쪽은 일본 최대 간토평야이고, 북쪽은 산악지대, 동쪽은 태평양이다. 그만큼 지형적으로 다양하면서도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가 산재해 있다.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스윙해 보고 싶다면 미국까지 갈 필요가 없다. 또 골프장마다 다양한 해저드가 절묘하게 배치돼 있어 전략적인 어프로치를 할 수도 있다. 초보자가 즐길 수 있는 코스도 풍부하다.

최고 장점은 가격이다. 지난해 12월 방문한 58년 전통의 미토(水戸) 골프클럽은 평일에 점심과 카트 비용을 포함한 라운딩비가 5900엔(약 5만4000원)밖에 하지않았다. 주말에는 1만7000엔∼2만 엔(약 15만6000∼18만 원) 정도다. 놀랍게도 이 골프장은 이바라키현에서 비싼 축에 들어간다고 하니 다른 골프장은 얼마나 쌀지 가늠할 수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골프장은 해당하지 않는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잔디 상태는 한국 고급 회원제 골프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캐디가 없기 때문에 일행들이 서로에게 집중하며 대화도 할 수 있어 좋다. 조급하게 뒤따라오는 팀도 없어 느긋하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미토역을 비롯한 주요 교통 거점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골프장도 적지 않다.

이바라키현청 소재지 미토시에 있는 북간토 지방 최대 쇼핑몰 ‘이온 몰 미토 우치하라’ 내부. 사진 출처 이바라키관광 홈페이지
이바라키현청 소재지 미토시에 있는 북간토 지방 최대 쇼핑몰 ‘이온 몰 미토 우치하라’ 내부. 사진 출처 이바라키관광 홈페이지
● 쇼핑과 정원의 조화

낮에 골프를 즐겼다면 밤엔 쇼핑을 즐기면 된다. 이바라키현청 소재지 미토시에는 북(北)간토지방 최대 쇼핑몰 ‘이온 몰 미토 우치하라’를 비롯해 쇼핑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다. 면세 슈퍼마켓과 의약품 매장을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미토시는 낫토로 유명하다. 일본 낫토의 70%가 이바라키현에서 생산된다. 순창 하면 고추장을 떠올리듯 일본에서는 미토 하면 낫토다. 낫토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낫토 문화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일본 술인 사케를 좋아한다면 역시 이바라키현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유명한 쌀 생산지이며 좋은 물이 풍부한 이바라키현에서는 예부터 품질 좋은 사케가 만들어졌다. 현재 주조장(酒造場)은 35곳 있다. 일반인이 견학할 수 있는 주조장도 여러 곳이다. 대부분 전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쉽게 도착할 수 있다. 렌터카를 운전할 필요가 없으니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의미다.

아미정에 있는 유명 프리미엄 아웃렛. 멀리 우시쿠대불이 보인다. 사진 출처 이바라키관광 홈페이지
아미정에 있는 유명 프리미엄 아웃렛. 멀리 우시쿠대불이 보인다. 사진 출처 이바라키관광 홈페이지
이바라키현 남부 아미(阿見)정에는 미국 서해안 콘셉트를 기반으로 만든 프리미엄 아웃렛이 있다. 일본 국내외 유명 브랜드 약 150개 점포가 모여 있어 특별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만발한 꽃에 둘러싸인 세계 최대 청동 불상 우시쿠대불. 내부는 5층 절이다. 사진 출처 이바라키관광 홈페이지
만발한 꽃에 둘러싸인 세계 최대 청동 불상 우시쿠대불. 내부는 5층 절이다. 사진 출처 이바라키관광 홈페이지
이 아웃렛은 또 다른 명물로 유명하다. 높이 12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불상인 우시쿠대불(牛久大佛)이 바로 인근에 있어서다. 우시쿠대불은 1995년 세계 최고 최대 청동 불상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우시쿠대불은 그 자체로 ‘절’이기도 하다. 불상 내부에는 5층 건물이 들어서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85m 높이에 전망대가 있다.

골프와 쇼핑이 만족스러웠다면 이바라키현이 자랑하는 일본 3대 정원에 드는 가이라쿠엔(偕樂園)을 찾아가 볼 시간이다. 1842년 에도(江戶)막부 시대 말기에 만들어진 가이라쿠엔은 한마디로 ‘꽃의 바다’라 할 수 있다. 겨울에는 꽃을 보기 어렵지만 2월부터 가을까지 매화축제, 벚꽃축제, 진달래축제 같은 각종 꽃 축제가 이어진다.

일본 3대 폭포에 속하는 다이고(大子)정의 후쿠로다(袋田) 폭포는 ‘4번의 폭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폭포수가 네 번에 걸쳐 직하하는 장관에 더해 사계절 보지 않으면 진정한 멋을 느낄 수 없다 하여 붙은 별칭이다.

이바라키현의 단점이라고 굳이 꼽자면 온천이 많지 않다는 점일 텐데 아예 없지는 않다. 북부 국영 히타치해변공원에 가면 지하 1504m 고대 지층에서 퍼올린 온천수로 이뤄진 아지가우라(阿字ヶ浦) 온천 노조미가 있다. 온천 인근에는 이탈리아 나폴리와 경관이 비슷하다고 해서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아지가우라 해수욕장이 있다. 태평양을 끼고 이어진 길이 1.2km 백사장이 눈부시다.

이바라키공항 외부. 사진 출처 이바라키관광 홈페이지
이바라키공항 외부. 사진 출처 이바라키관광 홈페이지
● 이곳저곳 편리하게 옮겨 다니고…

2010년 개항한 이바라키공항은 나리타나 하네다 공항만 알고 있는 한국인에게 일본 간토지역으로 가는 새로운 기착점이 될 수 있다. 충청도에서 도쿄로 가기 위해 굳이 서울까지 올라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지방 공항이지만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있어 간토 북부나 도호쿠(東北) 남부로 향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

도쿄와도 가깝다. 이바라키공항 앞에서 도쿄역까지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탈 수 있다. 이 버스를 타면 도쿄 시내 어디든 100∼140분이면 갈 수 있다. 서울에서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고속열차로 도쿄 시내까지 가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버스 요금은 어른 1650엔(약 1만5190원), 어린이 830엔(약 7650원)이다. 이바라키현 곳곳에는 도쿄를 잇는 수도권 철도인 쓰쿠바 익스프레스와 조반센(常磐線) 역이 있어 골프를 즐기고 도쿄로 이동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지난해 12월 3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공항에서 열린 ‘청주∼이바라키 에어로케이 취항 기념식’. 오이가와 가즈히코 이바라키현 지사, 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이사(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등이 참석했다. 이바라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해 12월 3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공항에서 열린 ‘청주∼이바라키 에어로케이 취항 기념식’. 오이가와 가즈히코 이바라키현 지사, 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이사(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등이 참석했다. 이바라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해 12월 3일 이바라키현 오미타마(小美玉)시 이바라키공항에서 열린 취항 기념식에서 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이사는 “현재는 청주에서 떠나는 노선만 있지만 수요가 있다면 인천공항에서 이바라키공항까지 직항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이가와 가즈히코 이바라키현 지사도 이날 “현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방문객 수도 많아지고 있다”며 “직항 노선 취항을 계기로 한국인 관광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바라키현은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기차 승용차 자전거 도보로 당일치기부터 3박 4일 일정까지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코스를 제안해 준다.

#이바라키현#골프 여행#이바라키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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