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 2회]삼각별 타고 ‘인천’으로… 열강이 탐냈던 시가지 여행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3월 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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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중구청 앞 근대건축관 일대 모습.
인천중구청 앞 근대건축관 일대 모습.
여행이 주는 긍적적 효과는 상당하다. 일상을 벗어나는 해방감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 여행을 통한 유대감 강화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여행에서 얻는 깨달음과 추억은 마음 속 자산으로 평생 기억에 남는다.

마음과 달리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도 여행이다. 특히 여행지 결정이 고민스럽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회비용이 드는 만큼 최선을 선택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비행기를 타거나 장시간에 걸쳐 이동하는 여행도 좋지만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면 뜻밖의 명소와 마주하는 행운도 찾아온다.

● ‘극과 극’ 인천… 새롭거나 예스럽거나
이번에 대동여지도가 다녀간 ‘인천’이 딱 그랬다. 우선 수도권 근교라 접근성이 좋았다. 차로 1시간 내외면 내륙이든 바닷가든 쉽게 도달하는 위치여서 이동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또 분위기가 극과 극인 구도심과 신도시를 넘나드는 여행도 재미요소였다. 무엇보다 한국 근현대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가슴 벅찬 하루가 완성됐다.

여행지 실마리는 단순하게 풀렸다. 시승차인 최신 ‘E 클래스’와 어울리는 곳을 찾다가 인천이 낙점됐다. 인천은 전통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지역별 메르세데스벤츠 판매 집계 기준 개인(3위)과 법인(1위) 합계 인천이 1위를 차지했다.
송도센터럴파크 내 해수공원.
송도센터럴파크 내 해수공원.

‘삼각별’을 타고 처음 방문한 곳은 송도국제도시다.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신도시는 인천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흔히 말하는 ‘스타’들이 많이 실거주해 유명세를 탄 동네다. 인천 내륙 서쪽 가장 아래에 위치한 송도국제도시에는 국내 최초로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공원(송도센트럴파크)이 자리 잡고 있다. 공원 면적은 37만748m²에 달한다. 축구장(약 7140m²) 5개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인공수로에서는 오리배, 카누 등 수상 레저시설을 즐길 수 있다. 주변의 드높은 신상 건물을 바라보며 수상 레저를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주변에 호텔 시설이 많아 주말이면 호캉스 인구가 제법 된다.

송도센트럴파크 정중앙에는 인천도시역사관도 보인다. 인천은 1883년 개항 후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 시작했다. 개항기 근대도시로 시작해 현재의 국제적인 도시로 발전한 인천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변화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1층 근대도시관, 2층 인천모형관, 3층 IFEZ(인천경제자유구역)모형관으로 구성돼 있다. 3개 상설전시실 외에도 2층 기획전시실 아암홀과 소암홀에서 시기별로 흥미로운 특별 전시를 진행한다. 1층 로비에는 1968년 당시 인천에서 생산된 크라운과 1970년식 신진자동차 코로나도 전시돼 있다.

● 한국 최초 국제도시… 100년 세월 간직한 선린동
인천중구청을 중심으로 서쪽은 중국 건축물, 동쪽은 일본과 서양의 근현대건축 양식이 혼재돼 있다.
인천중구청을 중심으로 서쪽은 중국 건축물, 동쪽은 일본과 서양의 근현대건축 양식이 혼재돼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 입구.
인천 차이나타운 입구.
다음 코스로 잡은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은 송도와 대조적이었다. 이 일대는 100년 전 일부 개항기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전국에서 서양·중국·일본의 근현대사 건축양식이 한곳에 붙어있는 유일한 곳이다. 오래된 도시는 담벼락의 낡은 벽돌 하나도 역사를 말해준다. 벽돌 하나하나에 스쳐 지나간 옛날 사람들과 비바람의 흔적이 역사의 한 톨이 되는 것이다. 일본, 청국, 서구 문물 유입의 길목이 된 거리에는 건축문화유산이 남겨졌고, 현대의 시간이 덧입혀져 독특하게 어우러졌다. 개항장 역사문화 거리는 살아있는 거대한 박물관이다.

중구청을 중심으로 서쪽은 중국, 중앙과 동쪽은 각각 서양과 일본 건축물이 함께 모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중앙쪽에는 인천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서울로 가기 전 묵었던 조선 최초의 호텔(대불호텔)도 당시 모습으로 재현해 놨다. 열강들은 수탈을 위한 방편으로 이곳에 은행과 별장, 호텔 같은 건물을 세웠다. 근현대사의 아픔이 서린 곳이지만 현재는 전시관 등 다양한 형태로 단장 돼 인천의 대표 관광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고 이듬해 청나라 조계지가 설치되면서 중국인들이 현재 선린동 일대에 정착해 그들만의 생활 문화가 자리 잡혔다. 화교들은 소매잡화 점포와 주택을 짓고 본격적으로 상권을 넓혀 중국 산둥성 지역에서 소금과 곡물을 수입해 전성기를 누렸다. 1920년대부터 6·25전쟁 전까지는 청요리로 명성을 얻었는데 공화춘, 중화루, 동흥루 등이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옛 공화춘 자리에 짜장면박물관이 들어섰다.
옛 공화춘 자리에 짜장면박물관이 들어섰다.
졸업식 날에 특별히 짜장면을 먹던 당시 모습.
졸업식 날에 특별히 짜장면을 먹던 당시 모습.

옛 공화춘 자리에는 짜장면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짜장면 유래와 역사, 문화를 시기적으로 구분해 놨다. 짜장면박물관은 우리나라 짜장면의 발상지로 공화춘 식당 건물이 헐린 자리에 지상 2층으로 건립됐다. 화강암 석축 위의 2층 벽돌조 건물은 화교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근대 문화유산이다. 짜장면과 공화춘에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고, 과거 공화춘 주방과 접객실을 재현하고 있다.

● 짜장면 시초 차이나타운… ‘개항기 만두’도 복원
짜장면박물관에서 나오자 허기가 올라왔다. 박물관에서 아른 거렸던 짜장면을 기필코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음식점을 갔다가 변수가 생겼다. 처음 들어본 ‘개항기 만두’를 맛볼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차이나타운 내 수많은 중식당 가운데 개항기 만두를 파는 곳은 이 곳 뿐이라는 것에 끌렸다.

개항기 만두는 할머니 손맛을 이어받아 그대로 복원시킨 화교 강수생 씨(58)의 결과물이다. 이 음식은 특이하게 삼치를 소로 쓴 생선만두다. 삼치로 만두를 빚으면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아 담백하고 고소한 만두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생각을 짜서 즙을 넣고 물기가 골고루 스며들 게 한 방향으로 저어야하는 게 핵심이다. 반죽이 완성되면 달걀흰자와 파, 식용유를 넣고 다시 한쪽으로 휘저어주면 완성된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면 이색 요리인 삼치물만두를 맛 볼 수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면 이색 요리인 삼치물만두를 맛 볼 수 있다.

강 씨는 “개항기 만두는 할머니께서 한국에 건너와 줄곧 만들던 음식이었다”며 “개항기 무렵에 차이나타운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지만 안타깝게도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이어 “차이나타운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발길이 뜸해진 게 사실”이라며 “다시 찾아올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먹거리 소개하고 싶어 복원을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제물포구락부로 향했다. 이곳은 차이나타운 거리를 통과해 10분 정도 걸어야 나오는데 중간에 상인들이 나눠주는 시식용 공갈빵을 먹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다.

● 일제강점기 직전 글로벌 사교장 ‘제물포구락부’
제물포구락부.
제물포구락부.
제물포구락부 위에서 내려다 본 인천 항구 전경.
제물포구락부 위에서 내려다 본 인천 항구 전경.
제물포구락부 내부.
제물포구락부 내부.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제물포구락부는 요즘으로 치면 카페 개념이다. 제물포구락부는 양철 지붕을 덮은 벽돌식 2층 건물로 러시아 건축가 아파나시 세레딘사바틴이 설계해 1901년 6월 22일에 문을 열었다. 내부에 바와 테이블 등을 갖춘 사교실이 있었고, 도서실과 당구대 등도 마련해놨다. 실외 테니스 코트에선 간단한 운동도 가능했다. 높은 지대에 있는 제물포구락부는 개항 당시 인천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여 조망이 우수했다. 출장으로 인천을 찾았던 외국인들이 즐겨 찾았던 이유다. 과거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 있는 제물포구락부는 여유로웠던 개화기 분위기를 잠시나마 상상할 수 있었던 시설이었다.

● 고국 떠나 하와이로… 티끌 모아 독립운동 후원


인천 여행의 대미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장식했다. 위치는 차이나타운에서 1.5km 서쪽 월미테마파크 근처에 있다. 이 박물관은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첫 공식 이민의 출발지였던 인천에 건립돼 더욱 뜻깊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1903년 1월 우리나라 첫 공식 이민이 이루어지기까지 국내정세와 하와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하와이로 떠났던 이민자들이 이용한 선박인 ‘갤릭호’ 모형도 설치해 이해도를 높였다. 갤릭호 안에는 하와이 1세대 이민자인 ‘함해나 할머니’ 육성 녹음자료도 흘러나온다. 하와이 한인학교를 연출해 놓은 교실도 있다. 실제 사용했던 교과서도 기증받아 전시 자료로 나왔다.

전시품 가운데 ‘반고’는 사탕수수 일꾼들이 목에 걸고 다녔던 번호표다. 다달이 반고 번호에 따라 월급을 받았다. 남자는 월 17달러, 여자와 아이들은 하루 50센트였다. 사탕수수 농장 관리자의 혹독한 감시 아래 영양결핍과 더위를 참아내며 돈을 벌어야 했던 일꾼들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이민사박물관 관계자는 “당시 대부분 이민자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단한 노동환경에서 받은 수입을 조국 독립을 위한 자금으로 기꺼이 후원했다”며 “이는 독립운동에 커다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면 이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민자들의 조국에 대한 헌신과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인천의 명문 대학 중 하나인 인하대학교 설립에 하와이 한인기독학원 부지 매각 자금이 큰 역할을 했다. 학교 이름인 인천의 ‘인’과 하와이의 ‘하’가 합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을 방문하면 이 같은 해외 이민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 승차감 탁월한 ‘E 클래스’… 삼각별 인기 비결 실감


이번에 함께 인천 곳곳을 누빈 11세대 E 클래스 역할도 상당했다. 특히 탁월한 승차감으로 편안한 이동을 책임졌다. 마치 비행기 1등석에 오른 것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차체를 이끌었다.

인천은 송도나 청라신도시 주변을 제외하면 대부분 구도심이다. 도로 사정도 변변찮다. 신도시에서 빠져나와 중구로 향하는 내내 도로가 싱크홀 투성이었는데, 미처 피하지 못해 지나쳐도 출렁이지 않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줬다.

여유로운 실내 공간도 매력적이다. 휠베이스가 종전 세대보다 20㎜ 더 길어졌고, 뒷좌석 다리를 뻗는 공간이 이전보다 17㎜, 너비가 25㎜나 커져 상위 단계인 S클래스 수준에 가까워졌다. 트렁크 공간도 꽤 넓어 최대 540리터까지 적재 가능해 골프백 3개는 넉넉히 들어갈 정도다.

고급차답게 정숙성도 돋보인다. 전기차처럼 시동이 걸린 지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고속 구간에서도 실내는 고요한 상태를 유지시켰다.

메르세데스벤츠답게 가속성능 역시 뛰어났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뒷받침해 출력이 출중하다. 4기통 가솔린 엔진(M254)과 9단 변속기가 조합됐고, 여기에 2세대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ISG)가 가속 시 최대 17㎾까지 힘을 보탠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부드러우면서 힘차게 뻗어 나간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연비는 크게 개선됐다.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1.6㎞다. 인천 도심과 고속구간을 더해 약 60㎞ 달리는 동안 이를 뛰어 넘는 12.3km/ℓ가 나왔다.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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