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펼쳐질 여야 혁신 경쟁의 신호탄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가결 직후 “방탄 정치 끝, 정치 혁신의 시작”이라며 “국민의힘도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밝혔다. 표결 처리 전 만난 여당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부결’을 예상한 듯 추석 밥상에 ‘방탄 정치’를 올릴 생각에 느긋한 눈치였는데, 민주당이 ‘이재명의 늪’에서 벗어날 첫걸음을 떼고 먼저 치고 나갔다. 민주당을 이 대표와 묶어 ‘방탄 정당’이라 비판하며 반사이익을 누려온 여당은 본격 혁신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당은 혁신에 앞서 원칙을 지켰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미 스텝은 꼬여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다음 달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웠다.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 한다는 원칙을 깨면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무공천에 무게를 두더니 한순간 뒤집어 버렸다. 결국 김 전 구청장이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하고도, 3개월 만에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자 강서구청장직에 재출마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여당은 당장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으로 멈춰 선 국회를 재가동해야 할 책임도 떠안게 됐다. 국회 운영 주도권은 거대 야당이 쥐고 있지만 책임은 집권 여당에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24일간 단식을 이어가는 동안 여당 지도부는 “방탄쇼”라고 비난할 뿐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대표를 핑계로 야당과의 협치를 외면했다면 이젠 적극적으로 협조를 끌어내 민생 법안 처리부터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21일 밤 최고위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조롱하거나 희화화하지 말자”고 뜻을 모았다. 김 대표는 3일 만인 24일 “한 줌에 불과한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아무리 버텨봐야 찻잔 속 태풍”이라고 적었다. 집권 여당은 ‘한 줌’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정치 원칙과 협치부터 되새겨야 할 때다.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