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일본에서 반도체 공장 유치 지역 땅값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대도시를 제외한 일본 지방 평균 기준지가(地價)가 ‘거품 경제’ 붕괴 이후 31년 만에 오름세를 나타냈다.
20일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공장을 짓고 있는 홋카이도 치토세시(市) 반도체 공장 인근 공업단지 기준지가는 올 7월 기준 지난해보다 29.4% 올랐다. 이 지역 주택 용지 가격도 30%가량 상승했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8개 대기업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 보조금 3300억 엔(약 2조9700억 원)을 받아 2나노미터(nm·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2027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홋카이도에서는 라피더스 공장이 들어서는 치토세시 인구가 최다 4만 명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서 사무실 상업시설 주택 같은 지역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구마모토현 기쿠요정(町) 인근 공단도 지가가 31.1% 올랐다. TSMC가 대규모 투자한 이 지역에 소니 그룹, 미쓰비시전기 등이 공장 신설 및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인접한 상업용지 가격은 32.4% 치솟았다.
일본 기준지가는 1년 전보다 1% 올랐고 도쿄 오사카를 비롯해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 땅값은 0.3% 올랐다. 이는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엔화 약세로 달러 표시 가격이 약세를 보인 부동산을 해외 투자자가 잇따라 매입하고 있다. 홍콩계 투자펀드 ‘거 캐피털 파트너사’는 지난해부터 2년간 최대 5000억 엔 규모 부동산 매입 방침을 밝혔다.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은 일본 고령자용 주택 등에 130억 엔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1년 넘게 기준금리가 계속 오른 주요 선진국과 달리 일본은 초(超)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부동산 구매를 위한 대출이 상대적으로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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