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일어난다” 美체조 전설 바일스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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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절로 시구 유니폼에 새긴채
공백 딛고 전미선수권 8번째 우승
도쿄올림픽때 스트레스 호소 기권
대표팀 주치의 성폭력 고발 앞장도

2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전미체조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시몬 바일스가 마루 연기를 마치고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새너제이=AP 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전미체조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시몬 바일스가 마루 연기를 마치고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새너제이=AP 뉴시스
“그럼에도 나는 털고 일어난다(But still I rise).”

27일(현지 시간) 전미체조선수권대회에서 8번째 개인 종합 우승을 한 미국 여자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26)의 유니폼 소매에 새겨진 시인 마이아 앤절로의 시구다. 여자 체조의 ‘살아있는 전설’ 바일스의 2년 만의 이 대회 복귀전이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며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바일스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도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트위스티스’(공중 동작 시 부상 두려움에 휩싸여 몸의 통제력을 잃는 상태)를 겪고 있다고 밝힌 뒤 돌연 기권했다. 당시 그는 “세상이 기대하는 것을 무작정 해내려 하기보다 몸과 마음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바일스가 체육계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일스는 미국 여자 체조 대표 선수들이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게 당한 성폭력을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2018년 동료들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그는 2021년 9월 나사르 범죄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나도 성폭행당했다. 체조계가 묵인했다”고 밝히며 동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도쿄 올림픽 이후 2년가량 공백기를 가진 바일스는 “아직 이루고 싶은 목표가 남았다”며 이달 6일 미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US클래식 기계체조 대회에 출전해 압도적 기량으로 여자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복귀했다. 그러곤 3주 만에 전미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다시 한번 역사를 썼다. 여성 및 남성 선수 통틀어 전미선수권에서 8차례 우승한 선수는 바일스뿐이다. 미국 언론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전했다. 바일스는 역대 여성 우승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

바일스를 보러 온 팬들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경기장은 전체 1만7562석이 매진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빠 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왔다는 10세 소녀 서맨사는 ‘바일스는 내게 (미국 유명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라고 말했다”며 “어린이 팬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바일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앤절로의 시구를 쇄골에 새기기도 했는데 매일 아침 이 시구를 보며 ‘그래 일어나서 할 일을 해야지’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며 “아이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은 좋은 말이라 유니폼에 새겼다”고 밝혔다. 그는 “삶의 고비에서는 휴식기를 갖고 신체와 정신 건강을 돌봐야 한다”며 “체조는 결국 일이고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美체조 전설#바일스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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